6일, 호주감옥에서

by unwritten



15일, 어제와 같은 아침이다. 다만, 밤 사이에 다른 곳으로 이송되었는지 한은 볼 수 없다.

대신, 한의 부탁을 받았는지, 첫날 한을 만난 곳에서 만났던, 영국식 악센트의 남자가 철문 사이로 다가와

전화통화했냐 물었고, 그렇다 대답하자 잘됐다며 미소를 보내주었다. 그렇게 나는 다시 코트로 가게 되었고, 그 방에 있던 사람들에게 마지막 인사처럼 "고맙다. 행운을 빈다." 하고는 뒤돌아 섰다. 그때 데이비드가 "SEE YOU LATER"라는 말을 하였고, 나는 "다시 보면 안 된다" 웃으며 말하고, 그곳을 떠났다.

다시 첫날의 그곳에 도착했고, 결과적으로 나는 BAIL을 못 받았고 다시 이송차량에 올라타 서리힐로 오게

되었다. 하지만, 달랐다. 나를 그곳, 리셉션에 있는 간이 구치소에 넣어두었고, 1시간가량 지나, 다시,

다른 이송차에 탔다. 그러더니 수갑을 찬 여러 죄수들이 내가 있는, 그 차 안의 공간으로 밀려 들어왔고,

마지막으로 회색머리에 정장을 입은 데이비드가 타더니, 문이 닫혔다.


젠장, 데이비드 "SEE YOU LATER."


시동이 걸림과 동시 어두운 공간에 불이 들어왔고, 내 앞의 잘생긴 이태리 사람 같은 부랑자, 그 옆에 덩치 큰 뉴질랜드 사람, 그 옆으로 두 명의 애보리지널, 그리고 내 옆에 군인 같은 오지와 그 옆의 애보리지널,

그리고 그 옆, 문 옆의 데이비드, 이렇게 8명의 사람이 그 이송차량 안에 있다.

역시, 이태리 남자로 보이는 사람과 여러 사람들이 담배를 찾는다. 역시나, 신기하게도 찾았고, 담배를 태운다. 역시 나에게도 한 모금 건넨다. 나는 그에게 물었다. 지금 우리는 감옥에 가는 것이냐고, 그러자 이태리

남자는 웃으며 말한다. "그래 맞아, 우리는 지금 감옥에 간다. 진짜 감옥에 간다" 그러며, 모두들,

"여기 보다 좋다."라고 하며, 데이비드만 빼고는, 소리 내어 웃는다.

나는 몇 번이고 데이비드와 마주치려 그를 바라보았지만, 그는 앞 만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다.

약 30십 분을 갔을까 차는 멈추고, 그때야 데이비드는 나를 발견하더니 “왜 여깄냐?” 놀래며 묻는다.

나는 말했다. "그는 나를 도와주지 않았다. 난 주소지가 없다. 그래서 BAIL을 받지 못했다."


우리는 모두 차에서 내렸고, 그곳은 진짜 감옥이었다.


한 시간가량 각자의 신원 조사를 하고, 건강체크를 하고, 소집품을 가져가고, 옷을 갈아입기 위해 대기 하였고, 그때 처음으로, 나는 데이비드에게 이 말을 했다.


"I WILL HAVE TO BE A GREAT FILM DIRECTOR. BEFORE. I WAS THINKING I KNOW EVERYTHING. WHAT'S GOOD, WHAT'S BAD. NOW, HOWEVER, I KNOW NOTHING. WHAT'S GOOD, WHAT'S BAD. WHAT'S DIFFERENT? I'M JUST A STUPID."


그런 나를, 회색머리 데이비드는, 나를 바라보며 말했다.

"YOU'LL BE ALRIGHT, 걱정 말아라. 이곳에서 내가 너를 지켜주겠다. 같이 움직이자."


그는 나를 'SON'이라 불렀다. 실제로 그는 53년생으로 나의 아버지와 비슷한 연령이었다. 이번이 세 번째

오는 감옥인대, 왜 오게 되었는지 말해주었건만 나의 영어실력이 모질라 못 알아들었다.

확실한 건 이곳의 다른 짐승 같은, 마약범이나 살인, 폭력범은 아니었다.

모든 신분을 죄수로 바꾼 후, 나는 아무것도 없었기에 크게 달라지지 않았지만,

죄수 ID와 죄수 넘버인, MIN넘버 '455555'를 받고, 완전한 죄수가 되었다.


정신 및 건강체크를 위해 간호조무사에게 갔다. 그는 내게 자살 및 자해를 할 것인지 등 여러 형식적 질문을 하였고 나는 "NEVER"라 답하고 감옥으로 돌아갔다. 감옥 입구에서 담배를 받았고,

그곳에서 한 개비 말아 담배를 태운 뒤, 어두운 감옥 안으로, 데이비드와 함께 걸어 들어갔다.

그때 시간이 대략, 밤 12시쯤 되었을 것이다. 그곳은 내가 지금 있는 이곳과 별반 다를 것 없지만,

1층이었고 침대 두 개와 세면대, 좌변기가 있었고 CCTV가 2대 있었다.

나중에 알게 된 것이지만, 그곳은 처음 오는 사람들이 적응 못하고 자살할까 봐

24시간 감시하는 스페셜 룸이라고 한다.

어찌 되었건 우리는 그렇게 그곳에 존재했고, 그렇게 밤의 어둠에 밝게 빛나는 밖의 형광등 빛을 애써 가리며 잠을 청했다. 조금 다른 것은 꿈속으로 달려가지 않고, 몸이 피곤했기에 빨리 잠들고 싶었다는 것이다.



이렇게 보니, 생각보다 이야기가 빨리 끝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나의 현실(지금)이 아닌, 이 이야기(과거) 말이다.

그럼 좋지만, 그럼 나쁘다. 나는 나를 찾기 위해, 살기 위해 글을 쓰는 것이다.

하지만, 이야기가 끝나야 나는 자유를, 나를 찾는다. 하지만 이야기가(글쓰기가) 끝나면,

내 존재를 찾을 수 없다. 무슨 말이지..


ANYWAY "나는 반드시 위대한 영화감독이 될 것이다."


또다시 여러 개의 나 자신이 나를 찾으려 한다. 내 현실은 이것이고 견뎌내고 참아내고 기다려야 한다는 것을 알지만 여러 개의 나 자신은 또다시 나를 괴롭힌다. 내 옷과 컴퓨터, 짐들은 어떡하지, 잘 챙겼을까. 내 돈은.... 그리고 내가 여기서 나갈 때, 옷도 신발도 돈도 아무것도 없는대 어떻게 나가지, 나가서 전화할 돈도 없고 나가면 당장 뭐 하지, 어딘가지, 그리고 한국은 어떻게 돌아가지, 글을 씀에도 진정이 안된다. 이딴 거, 말도 안 되는 헛소리 같은 글을 써봤자 머 하지, 똥 닦는 종이로도 못쓰는 조그만 종이에 빨간

글씨 많이 가득하고 이런 걸 왜 하지, 머지, 내 머릿속은 자꾸 다시 천국과 지옥.

행복과 슬픔을 극단적으로 오가며 무언가, 결론 없는 고민만을 내뱉는다.

젠장, 젠장, 젠장 마음을 잡자. 마음을 다스리자. 내가 무엇을 할 수 있겠는가?

그래 기다리는 수밖에, 폭풍은 내 안에 있고 저 밖은 고요한 것을, 마치 세상에 폭풍이 몰아닥쳐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것처럼, 나를 몰아넣고 있다. 깊이깊이, 내 안의 폭풍만 잠재우면 저 밖은 따듯하다.

나는 다시 돌아갈 수 있다. 나 자신만 온전하다면, 지키고, 이기자 그리고 버텨내자.

그것만 생각하도록 노력하자. 다른 생각은 말자.

하지만 말처럼 쉽지 않다. 이것은 밖에서, 외로워서, 술 쳐 먹고 떠들어대는 개소리가 아니다. 현실이다. 나는 감옥에 있다. 이겨내는 길이 살길이고 그것만이 살길이다. 선택은 없고 단 하나의 길, 살아나가는,

이곳에서 살아나가는 길 뿐이다. 그것밖에 없다. 젠장.


할아버지로만 알았던 PAUL의 MIN카드를 보니, 젠장 69년생이다. 씨발 조네 삭았네, 나랑 12살 차이

밖에 안나 내, 그 녀석 이야기를 들으면 삼촌이니 친구니 다들 범죄자다.

7년을 살았느니 몇 년을 살았느니, 그전에는 익스트림 바이크를 탔고 그로 인해 다리가 부러지고, 발의 복숭아 뼈가 돌아가니 머니, 아파도 병원에 가긴 싫고, 이곳이 좋으니 머니..

플라스틱 포크 뾰족한 부분을 면도칼로 잘라내고 있어 "너 머 하냐" 물으니 피어싱 한다며 자신의 젖꼭지를 뚫고 있다. "머 하는 거냐니까" 자신의 혓바닥도 뚫고 있다. 자신의 자지와 젖꼭지, 혓바닥에 피어싱이 있다고 한다. 알고 보니 예전에 뚫었던 곳이 막힐까 봐 끼워두는 것이다.

나도 스무 살 때 턱 뚫고 눈썹 뚫었었다. 그러길 잠시, 뜨거운 물을... 아 귀찮다.

오늘은 여기까지 쓰련다. 그나마 조금 글을 쓰니 조금은 나...

볼펜 나갔............



나는 침대에 누워있다. 앞에는 TV가 있고 역시나 PAUL이 피던 담배를 내게 건넨다. 나는 그저, 받아 태운다. 조금 이상하다. 얼마의 시간이 지났을까, TV가 움직인다. 내가 누워있던 침대가 소파로 변한다. 맙소사, 이것은 대마초다. 그것을 알게 된 순간, 폴은 내 입술 사이에 꽂아있던 담배를 뺏어간다.


"TOO MUCH MAN"



꿈이다.

방금 전 피곤함과 정리되지 않은 생각들에 글쓰기를 멈추려 할 때, 그때 마침 또 볼펜이 나오지 않아.

그냥, 잠을 청했고 잠시 잠에 들어 꿈을 꾸었던 것이다.


나는 아무것도 없다. 경찰에게 끌려올 때 반바지와 반팔을 입고 있었고, 핸드폰 하나 꼭 쥐고 신발도 신지 못한 채 끌려왔다. 이곳에서도 돈이 필요하다. 주는 것은 음식뿐이다. 비누와 칫솔 치약을 주지만 어찌

그것으로만 살아가리, 당장 필요한 손톱깎이와 볼펜과 메모지도 사야 한다.

그리고 면도기 샴푸 화장품도 사야 한다. 돈이 필요하다.

그리고 만일 내가 이곳에서 나갈 때, 어딘지도 모르는 이곳에서 어찌 가리, 나가도 막상 갈 곳도 없고,

내 짐들은 무사히 내가 부탁한 동생에 의해 잘 모셔져 있기만을 바라는 지금, 나는 지금도,

여길 나갈 때도, 풀지 못하는 문제만을 가지고 있을 뿐이다.

답답한 마음에 폴에게 물으니 나갈 때, 옷을 준다고 한다. 하지만 내 옷은 DNA검사 때문에 다른 곳에 있고, 당시 내가 듣기론 6개월 후에나 그 옷을 찾을 수 있다고 했다.

그러면, 이곳에서 사복을 준단다. 가져가지 않고 방치된 옷들이 이곳에는 많다고 한다.

ANYWAY, 전화도 해야 하고 아까말한 물품도 사야 하는데 어쩌냔 말이다.

통장 있냐 묻길래 ANZ통장을 가지고 있고 조금의 돈이 있다고 하니,

그럼 웰페어에게 말해 ANZ통장에서 이곳 JAIL통장으로 돈을 송금시켜 달라고 말하면 된다.

하지만 나는 통장 계좌번호를 모른다. 누가 그것 또한 외우겠나.

걱정 말란다. 네가 통장을 만든 도시 이름만 알면, 그들이 너의 사정을 은행 측에 말하고 해결해 줄 것이란다. 젠장,


"YOU ARE GENIUS, YOU KNOW EVERYTHING."

그는 웃으며 말한다. "나는 여기 많이 와봐서 알 뿐이야."


젠장 고맙다. 나는 알고 있다. 내가 호주에 와서 처음 통장을 만든 그곳 GOSF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