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일, 호주감옥에서

by unwritten



그거 아나?

너무너무 글을 쓰고 싶은 심정, 하지만 펜이 모자랄까 봐 종이가 모자랄까 봐

그리고 이 긴 하루의 이야기를 쓰기에는 그것들이 부족할까 봐

아끼고 아끼고 정말 무료하고 미칠 것 같을 때 글을 써야 하는 심정.


나는 오늘도 역시, 얼어붙은 몸뚱어리를 고쳐 잡으며 간신히 눈을 뜨고는 시리얼 따위를 우유갑에 넣어, "먹어야 산다. 먹어야 산다."

하며 꼭꼭 씹어 먹고는 얼어붙은 몸뚱어리를 녹여주기 위해 축축이 젖은 시멘트 바닥 위를 달린다.


그리고는 한을 찾아가 어제와 별다를 것 없는, 아니, 내가 이런 표현을 쓰다니 조금 이곳에 적응을 하나

보다. 한국말, 한 소리가 반갑고 필요했던 나이었건만, 어찌 되었건 한은 나에게 있어 소중한 사람이다.

그것은 사실이고 변함이 없을 것이다.

단지 여러 개의, 나 자신의 상태에 따라 조금씩, 그 순간만이 변할 뿐이다.

그분의 현명하고 깊은 조언에 나는 다시 마음을 어느 정도 잡게 되었고, 나의 인생에서 짧다면 짧을

이 시간을 마치, 미지의 세계에 도착한 모험가나 탐험가처럼 신비롭고, 때론 두렵게 관찰하고 경험하고

기록해 나갈 것이다. 어제도 오늘도 내일도 같은 날의 반복이지만 매일매일을 새로운 것을 찾기 위해

움직이지는 않을 것이지만, 뭔 소리냐…

나는 최대한 이글이 감상적인 일기가 되지 않았으면 좋겠다. 내가 무슨 '안네'도 아니고, 전쟁 참전 용사도 아니고, 나는 그저 감옥에 있는 나약한 존재이고 이곳에서 살아남기 위해 나를 기록하는 것이다.

내 친구들이 보고 싶고, 내 부모님이 보고 싶다. 근대, 이상하게 VIZZY가 보고 싶다. 이상하다...

어찌 되었건 조금 마음이 진정된다. 글쓰기를 아껴야겠다.


어제, 한에게 이 글을 보여주었다. 그가 원했기 때문이다. 오늘은 23일 토요일이다.



“드디어 우리 방에도 TV가 생겼다!” 어제 한의 셀(방)에서 한과 대화를 나누는데…

PAUL이 뛰어들어오며 이렇게 외쳤다. "I GOT A TV 하하하.."

그가 어디선가 TV를 구해와 우리 셀(방)에 설치했다. 덕분에, 이 글을 한에게 보여줄 수 있었던 것이고, 솔직히 글을 쓰는 게 귀찮게 느껴지기도 했던 것이 큰 원인이었다.


PAUL에 대해 조금이야기 해보자. 그는 술을 먹고 길거리에서 사람들과 싸우다 잡혀왔다고 한다.

1년에 두세 번씩은 그러한 사건으로 JAIL(감옥)에 들어오고, 이번에도 역시 싸움으로,

감옥에서 나간 지 3일 만에 다시 잡혀 들어왔다고 한다.

퀸즐랜드에 와이프가 있으며, 6개월 후에는 와이프와 퀸즐랜드의 끝없는 해변서 맥주를 마시며 놀 거라고 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놀 거라고 한다.' 그의 부모님은 애들레이드에 있다고 한다.

오늘도 긴 머리와 긴 수염을 지닌, 마치 유대인 랍비 같은 할아버지가 폴을 찾아왔는데, 오늘에야 알게 된 것이지만 폴의 삼촌이라고 한다. 'JESUS', 폴의 삼촌, 동생, 친척들도 모두 감옥에 있다고 한다.

그리고 그는 오늘 아침에도 어김없이 방을 청소한다. 구석구석 깨끗이, 한이 청결 깨끗해야 한다

말씀하셨을 때, PAUL이야기를 했더니 'SPEED' 중독이라고 한다.

SPEED(마약/각성제)에 중독되면 한시도 가만히 있을 수 없어 구석구석 청소를 한다고 한다.

어찌 되었건 폴이 구석구석 청소하니 나는 좋다. TV 봐야겠다.


그럼, 내가 말한 대로 다시 이곳의 과거로 돌아가보자. 메모수첩의 달력을 보며 날짜를 확인해야 한다.

이곳에 날짜와 시간은 없다. 그저 일어나고, 자고, 하루 세끼를 먹을 뿐이다.

그 생활에 적응돼 가는 내가 한편으로는 걱정되기도 한다.

이곳은 감옥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기억해 내기도 쉽지 않아 최대한 떠오르는 단편만을 잡아 기록해야겠다.

깊은 곳의 생각을, 굳이 아픈 기억을 끄집어내기 싫다. 그저 내 머릿속을 맴돌며 나를 뺏어 가려는 나의

단편들을, 손을 이용해 바깥으로 꺼내 버릴 뿐이다. 그것이 나를 치유하는 유일한 방법이기에....



16일 금요, 아니 토요일, 눈을 떴다. 그날 꾸었던 꿈도 생각나지 않았다. 전날 여기저기 끌려 다니느라 침대에 눕기 전에는 상당히 피곤했는데, 막상 침대에 누우니 잠이 오지 않았다. 딱딱한 콘크리트 위에 놓인 매트리스와 담요 몇 개만을 의지한 채 시끄러운 소음들과 분열된, 여러 개의 나의 소리가 눈을 감았음에도 눈을 뜬 것처럼 마치 'ACID'를 먹은 것처럼 눈동자의 움직임을 정확히 느낄 수 있었으니, 잠을 자고 싶지 않았다.

어찌 되었건 그렇게 눈을 떠, 샤워를 한 후 식사를 한 후 얼마의 시간이 지났을까


내 이름을 부르는 소리가 울렸고, 그렇게 나는 웰페어를 만나러 갔다. 잘되지 않는 영어와 그들이 어떤 존재인지 정확히 인식할 수 없는 내 상태였기에, 실제적으로 나는 잠시 그 공간을 벗어난 이 공간의 다른 것 만을

느끼기에도 바빴지,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그렇게 다시 방에 들어오니 데이비드가 없다. 아무래도 다른 곳으로 옮겨 갔나 보다. 처음엔 아무도 없음에

두려움이 들었다. 말은 잘 통하지 않았어도 인간이라는 생명체가 같이 있고 없음은 엄청 큰 차이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나는 저녁을 먹었다. 그때서야 간신히, 음식이 제대로 들어가지기 시작했다.

내 몸뚱어리가 이제 위기를 느끼고는 살기 위해서는 지금부터 먹어야겠다고 느꼈나 보다.


알겠지만, 이곳에서의 이성은 살아 가는데 아무 필요가 없다. 단지 본능대로 살아갈 뿐이다. 그리고 그 편이 내게도 좋다. 이성의 눈을 뜨고 있으면, 마성으로 젖어 미쳐 버릴 곳이니, 잠시 내 이성은 잠을 자게 두고,

살기 위한 본능대로 움직이는 것이 현명하리라.


혼자된 나는 잠시 멈추었다가 오히려 혼자됨을 편하게 생각하려 하였다.

웰페어가 말했듯, 나와 같은 한국인이나 동양인과 같이 생활할 수 있게, 최선을 다한다니 그저 기다릴 수밖에.... 저녁 후 식곤증에 잠시 눈을 붙였을까 철문이 열렸고, 나는 다른 곳, 정확히 말해 같은 공간의 2층으로 이동하게 되었다.


그곳에서 'YU'라는 홍콩계 호주시민을 만나게 되었다. 긴 머리에 조그마한 키에 하얀 얼굴을 지닌 40대 남자다. 겁에 질린 듯한 얼굴로 어렴풋이 보였던 것은 푸른 눈이었다. 방문이 닫히고 나는 물었다.

"푸른 눈을 가졌다." 그러자 그는 콘택트렌즈라고 한다.


망할 중국인 같으니라고, 이 판 대기까지 컬러렌즈를 끼고 들어온 꼬락서니라니, 너랑 친해지면 안 되겠다

생각하고, 이제는 조금 익숙해진 손놀림으로 침대를 정리하고는 잠을 청했다.

이상하게도 잘 생각이, 아니 생각나지 않지만, 그와 상당히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고, 아! 그는 백화점에서

물건을 고르고는 구석진 곳에서 전화통화를 길게 하다. 절도범으로 오해받아 경찰에게 잡혔고, 그의 신분과 차의 주인이 달라 이곳에 들어오게 되었다고 한다. 나 역시 나의 과정을 말하고는 둘 다 억울해하며 서로 위로하며 친해지게 된 거 같다. 그리고, 빼놓을 수 없는 여자 이야기를 하며 말이다. 너무 많은 이야기를 했는지

나보다 나이 많은 그는, 나를 좀 쉽게 생각하는 것 같다고 느껴졌고, 그 느낌 후에....

젠장, 이야기, 너무 많은 이야기를 했다. 이 녀석과 가까워질 수 없다. 안된다, 좀 거리를 두어야겠다.

말하자마자 좆만 한 새끼 하며....

"왜 그런 생각이 들었었는지는 나도 모르겠다."


그리고 그렇게 잠에 들었다. GOOD NIGHT



잠시 어젯밤 이야기를 해보자. 매주 금요일마다 풋볼 경기를 한다. 나도 이곳에서 알게 된 것이지만,

한도 그렇고 폴도 그렇고 금요일 밤은 온 죄수들이 벽을 치고, 소리 지르는 시끄러운 날이라고 한다.

남성 호르몬 과다 분비로 인한 해소할 곳 없는 짐승들은 그렇게 TV를 통해, 럭비 경기를 보며 자신의

욕구를 해소하는 것이다.

영화나 TV에서 보던 소란스러움을 기대했것만, 그냥 그래서, 조금 실망하기도 했다.

그리고 그날, 우리 F동에서 싸움이 일어났다. [대략적인 이야기는 오늘 22일에 알게 되었지만]

누군가 배신을 해서, 세명의 애보리지널들에게 린치 당해 머리가 터져 버렸다고 한다.

그 사람은 어제 낮, 밖에서 러닝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잠깐 보았던, 스킨헤드에 온몸에 타투를 가진,

전에 한이 말한 옆 방의 그 남자였던 것이다. ANYWAY 그러한 일이 있었다. 그 잠시 되는 순간에 말이다. 하지만, 모두들 깊이 알고 싶어 하지도 않고 상관없다는 듯, 그저 그런 똑같은 생활을 하고 있다.

언제부터인가 글 쓰는 게 점점 의무가 되어버린 것 같고 이야기를 한다는 것이 사치스럽다는 생각이 들고, 이 모든 게 핑계이고. 원인은 TV 때문인 거다. 게으른 나 자신을 반성한다.

나는 이 글들이 단순한 '일기'가 되기를 바라지 않는다. 끝날 때까지 나갈 때까지 간헐적이나마 지속되어 꼭 나와 함께 나가기를 희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