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간헐적으로 계속해서 내린다.
이곳에 온 날부터 약 2주간 이런 날씨다.
날씨와 계절에 따라 심한 조울증을 보이는 나로서는, 머, 새삼 다르거나 특별한 것이 아니지만, 그래도 참,
우울에 잠식당하지 않고 잘 버티고 있는 것 같다.
버티지 못하면 죽을 수 있는 걸 어찌 안 버틸 수 있겠나.
5월의 마지막 날이어서 그런지 내일 눈을 뜨면 6월이 시작되어 그런지 오늘은 왠지 모르게 더욱더 힘들다. 힘들다거나 그러한 패배자들이 자주 사용하는 말들을 싫어하고 사용하지 않던, 나지만,
이 기분을, 이 상황을 어찌 다른 말로 표현할 수 있으리...
사회의 맨 밑바닥에서 전혀 다른 인종과 전혀 다른 언어와 싸워야 하는 나이기에, 이곳의 다른 죄수들보다 더욱더 고통스러울 수밖에....
전에는, 나를 보기 위해, 넘쳐나는 것들로 포화되어 터져 버림을 막기 위해 글을 썼지만,
이제는 아무것도 없는 것 같은, 내게는 아무것도 없는 것 같은 기분이 들어 글쓰기도 어렵다.
그저 내 손만 의지해 써 내려간다.
그것이 무슨 공허함이요.
안정되지 못하는 외로움은 아니다.
머라 표현할 수가 없다.
이방인이, 외국인이 겪는 사회 최밑,
최악의 교도소 생활이라는 현실만이
설명이 되려나 모르겠다.
펜을 잡을 때까지는 그래도 나름대로의 느끼거나 이야깃거리가 있어 잡겠지만,
지금은 그러한 없어져 가는 것 같은 무언가에 불을 짚이기 위해 그저 들고 써 내려간다.
"많이 알고 많이 잃어버려야만 진정한 자신의 것이 나온다."라는 누군가의 말처럼,
그렇게 잃어버리는 것이기만을 바랄 뿐이다.
내가 감옥에 들어왔을 때, 나는 생각했었다.
유명한 위인 중 감옥살이를 한 사람들이 있는가?
대략 생각났던 건, 정치범이니, 군인이니를 제외하고, '살바도르 달리'가 떠올랐었다.
하지만 그도 군사정권에 투항하다 감옥살이를 하였다는, 어느 정도 시대적 배경이 있었다.
그가 감옥에서 느낀 것을 말했던 게 떠오른다.
"예술가는 반드시 자유가 필요하지만, 때로는 어떠한 억압이 필요하다. 그 억압이 자유로와 압축되지 못한 자신의 재능과 생각을 압축시켜 표현할 수 있는 기회를 준다."
그 압축되어 표현되는 게 이 글 이기만을 바라며 끈질기게 글을 써간다.
그리고 떠오른 사람은 한국의 소설가 '장정일'이다.
그는 소년원 출신으로 문단에 등단한 한국을 대표하는 작가이다. 그리고.....
또, 누가 있는가? 몇몇 인물들이 떠오르지만 지금의 나와는 모두들 다른 이유이고 다른 곳이다.
그들은 최소한, 박탈된 자유 안에서도, 자신의 최소한의 권리를, 표현을, 즉, 언어라는, 말이라는,
소통의 문제는 없지 않았던가!
좋은 말로, 긍정적인 사고로 이러한 상황을 치환할 수 없다. 표현할 수 없다. 물론 어떠한 상황에서도
무릎 꿇지 않고 당당히 맞서, 내 것으로 만들어 승화시키겠다는 생각과 자세는 변함없지만, 그 과정과,
그 상황 자체가 행복하지 않은 힘듦이라는 사실은 변함이 없고, 그 자체로서 힘들 뿐이다.
문득, 어린 시절 입버릇처럼 지껄였던 나의 말이 떠오른다. "내 가슴속에는 별이 존재해....."
그래, 그 별이 좀 더 빛나게 하기 위한 과정으로 생각하자. 그리고 그럴 수밖에, 그리고 그날을 위해
그 별을 잠시 꺼두자. 자유가 다시 내 곁에 오는 날, 그 별은 다시 빛날 것이다.
그전보다 더 밝게,.. 그러니 잠시 겁쟁이가 되었다고 부끄럽거나 수치스럽게 생각하지 말자.
그저, 이 어둠에, 깜깜한 어둠에, 길을 잃지 않을 정도의 눈만을 뜨고, 자유라는 에너지가,
자유라는 별이 오기만을 기다리자.
그것은 부끄러운 것도 수치스러운 것도 아닌,
단지 살아남기 위함임으로,
살아남아 자유를 만나 빛을 밝히자.
표현할 수 없는 것을 표현해야 하는 나임에 불구하고, 표현할 수 없다는 표현을 잘 쓰고 있다.
이곳에서, 그 자체가 나의 숙제이고,
이곳의 숙제는 너무나도 힘들다.
하지만 풀어야만 한다.
그리고 풀 것이다.
그래야만 나는 빛을 얻을 수 있기에....
아, 어찌 되었건 오늘은 참 힘들다.
버티기 힘들다는 것이 아니다.
이 염병할 날씨에 내 마음이 동요되는 것이다.
아... 힘들다.. 동요되면 안 된다.
폴이 이런 울적한 내 마음을 알았는지,
하긴, 바보가 아닌 이상,
이렇게 티 내는 내 모습을 어찌 모를 수 있으리,
"너는 왜 맨날 글만 쓰냐? 밤에도 깜깜한대 갑자기,
벌떡 일어나, 글 쓰고,
잠결에 그거 보고 깜짝 놀랐다"며 모른 척 말을 건다.
"글 안 쓰면 터져 버릴 거 같다." 말했다.
아휴, 밥이나 먹어야겠다. 오늘 저녁은 양고기 한 점과 포테이토 세 개, 그리고 머시깽이다.
형편없구먼, 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