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호주감옥에서

by unwritten



눈을 뜨는 게 정말 힘들다. 추위에 몸이 굳어있다.

해가 뜨니 나가야 한다는 것이 힘들다.

해는 눈을 뜨는 낮에 뜬다.

잠은 어둠과 추위가 와야 한다.

그것이 반대이길 바라지만 그럴 수 는없다.

추위에 눈이 떠지면 다시 잠을 잘 수가 없다.

그저 눈을 감고 있을 뿐, 그러한 시간이 참 힘들다.

하루 중 제일 견디기 힘든 시간이다.

눈꺼풀은 감겨 있지만 내 눈은 떠있다.

그 어둠 속에서 무수한 바깥 세상이 아른 거린다.

제일 힘든 순간이다. 이틀 동안 부모님 꿈을 꾸었다.

어제는 내 동생도 나왔다. 평생 부모님 꿈꿔 본 적이 몇 번이나 되려나, 이틀 연속으로 부모님이 꿈에 나오니 현실에서는 그것이, 걱정만 될 뿐이다.

무슨 일 있으신 건 아닌지, 어디 편찮으신 건 아닌지,

꿈이 현실에서는 걱정과 미련만 준다니....


연락이 안 된다.

내 짐이 정확히 어떤 경유로 어디에 있는지 모른다.

춥다. 밖이 그립다.

16일, 변호사가 또 어떤 나쁜 소식을 가져올지 모른다. 이 모든 게, 지금 내가 여기 존재하는 상황에

직접적인 육체적 고통을 주지 않는다.

정신적으로 너무나도 힘들다. 정신적으로 힘들다.

이 정신, 하나님께 맡깁니다.


눈을 뜨고 웰페어를 만나기 위해 입구에서 한 시간을 기다렸을까. 부모님께 연락하고 싶었지만 할 수 없다.

내 짐은 집주인이 가지고 있다고 한다.

이곳에 와서, 모든 것이 엉망진창으로 다가온다.

계속해서 꼬이고 있는 것 만 같다. 어지럽다.

힘을 주시옵소서 아버지, 제 안의 폭풍만이 있을 뿐,

바깥은 고요하게 해주시옵소서..

제 마음을 다스려 주시옵소서.

매 순간, 매초마다 나 자신과 싸웁니다.

모든 것을 하나님께 맡깁니다.

매 순간 하나님을 부르짖고 짖습니다.

미워하지 마시고 힘을 주시옵소서.

이 죄인 가슴으로 목 놓아 눈물 흘립니다. 아버지.


나는 나 자신을 완전히 잊어버렸고,

나 자신을 완전히 상실해 버렸다.

마치 지난 나의 모습은 희뿌연 꿈만 같고,

지금 내 모습 그대로 이 안에서 태어난 것 같다.

아무것도 모르고, 아무것도 할 수 없다.

내 가슴은 철조망으로 꽁꽁 묶여

점점 조여 들어오고 있다. 숨쉬기도 힘들고,

힘들다는 말을 이렇게나 잘 쓰는지도 알게 되었다.


발바닥에서 땀이 났다.

맨발로 이곳에 들어온 지 약 1달 만에 처음이다.


4일 전 도서관에서 한국책을 찾아 벤치에 앉아

꿀을 맛보듯 천천히 한 글자씩 씹고 있었다.

옆에 앉아 있던 한 아저씨가 그 책을 보더니 한국인이냐 물었고, 귀찮다는 듯 그렇다고만 답변한 후, 나는 그냥 책을 읽었다. 그 아저씨는 그전에 본 적이 있다. 동양인인 것 같으면서, 왠지 외국인 같아 보여, 나는 네팔이나 그쪽 사람이거니 생각하고 있었다. 그리고 하루가 지나 우연히 다시 같은 벤치에 앉게 되었고,

"왜 오게 되었어?"라는 질문에 나는 답하게 되었고, 그 말을 들은 아저씨는 나를 걱정해 주는 것이다.

조금의 위로에 살고, 조금의 나쁜 소식에 죽는 게,

현재 내 상태이기에 그것은 정말 꿀 같은 대화였다.

알고 보니 그분은 일본인이었고, 호주에 온 지 20년이 되었다고 한다. 무면허 운전으로 2개월가량 있었고,

나만한 아들이 있다고 한다. 그리 깊은 이야기를 하지도, 많이 만나지도 않았지만, 6월 5일 법원에 다녀온, 다음날에 "잘되었냐?"는 물음에 한숨으로 대답하니, 자기가 한국사람을 보았다며 몇 번이나

두리번거리더니, "어디 간 거 같다" 기다려 보라며

직접 그 친구를 찾아, 데려와

나에게 소개해주었다.


그분의 이름은 'KOBAYA'로

레스토랑에 물품을 공급하는 회사를 운영한다고 한다.

그분은 내일 감옥에서 나가 사회로 복귀한다.

마지막이기에 그분이 앉아 있는 벤치에 앉아

“고맙다."는 말을 전했고,

그분은 도움이 필요하면 연락하라며

주소와 전화번호를 적어 주었다.

내가 굳이 이 이야기를 왜하냐면,

그 자체로 고맙기 때문이다.

하루에도 몇십 번 아니, 매초 매 순간이 불안한 지금,

그러한 것 자체가 잠시 안정을 갖게 해주기 때문이다.

태양 가득한, 사막에서 조그만 그림자에 평안을 느끼듯....

지금 나는, TV를 통해 새로운 영화를 보며 발바닥에 땀도 나지만, 몇 시간 후, 그리고, 눈을 감았다 뜨면,

또다시 불안이, 내 몸을 꽁꽁 얼어붙게 만들고,

내 머리를 활활 타오르게 만들 것이기 때문이다.


"전, 걱정 안 해요. 이미, 각오해서 아무렇지도 않아요."

표정 없이, 말하던, 일본인 고바야 아저씨의 소개로

만난, 김준태가 참 대단해 보인다.


나라는 존재는, 그동안 어디서 무엇을 하고, 무엇을 생각하며 살았는지 모르겠다. 참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존재다. 하지만, 이 안에서 그것을 절실히 알게 되었고,

하나님 말씀을 다시 알게 되어 기쁘다고 소리 지르고 싶지만, 나는 슬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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