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8일, 호주감옥에서

by unwritten



6월 22일.


죄송합니다. 하나님, 저를 크게 쓰시려 강하게 하려 사탄의 길을 걷지 않게 하시고, 하나님의 뜻대로 크게 쓰시려 하나님의 길을 걷게 하기 위해 이곳에 보내신 줄 믿었음을, 다시금 나약한 모습으로 돌아가 흉한 모습을 보여드림 용서하여 주시옵소서. 다시는 이 같은 기도나 생각이 안 들게 하나님을 더욱더 믿고 따르겠습니다. 때가 되면 구원해 주시라는 것을 알고 있고 믿고 있습니다. 하나님, 하지만, 하나님 아버지, 그 시간이 신속하게 오기만을 바랍니다. 하나님 아버지. 이 아들,

제 마음을 속이지 못하겠습니다. 다윗의 말처럼 하나님의 벌은 달게 받겠사오나, 인간의 손에 흔들리고 싶지는 않습니다. 부디 하나님 아버지께서 인간의 마음을 움직이사, 하나님 말씀으로 구원받아 다시 태어난 이 아들, 하나님이 만드신 세상에 속히 나아가, 하나님께 영광드리게, 크게 쓰게 해 주시옵소서.



“너는 창졸간의 두려움이나 악인의 멸망이 임할 때나 두려워하지 말라 대저 여호와는 너의 의지할 자이시라 네 발을 지켜 걸리지 않게 하시리라” 잠언 3장 25~26절.



나의 모든 생각을 글로, 바로 옮기는 것이,

옳은 것인지. 모르겠다.

시간이 지난 뒤, 혹은, 이곳에서 나간 뒤,

되돌아보며 이야기하는 것이 옳은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이 든다. 물론, 글과 함께 현재의 불안감과 앞으로, 모르는, 그 막막함을 표현하고자 하지만, 그 자체가 힘들기 때문이다. 한국말에 "입이 방정이다."라는 말이 있듯, 모든 생각을 글로 바로, 표현함이, 앞으로 어찌 될지 모른다는 일종의 미신적인 의문도 들고, 그 자체로서 부정스러운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도 드니 말이다.

어찌해야 할지 모르겠다. 그렇다고 넘쳐나는 그러한 생각들을 무시하자니 글은 써지지 않고, 쓰자니 부정탈 것 같고… 이런 고민도 해보고 참, 팔자 좋다.

어차피 글이라는 것이 뚝딱하고 만들어지는 것도 아니며, 역시, 현재 진행형이기에 그리고, 진작

생각했지만 나중에 이 글에 대한 비하인드 스토리 식으로, 글자체에 대한 이해를 높이기 위한 형식적 마음을 먹었으니, 전부라기보다는 일부를, 글로 하루하루 적어 넣는 게 나을 듯하다. 진작 그랬음에, 요즘 잠시 그 다짐을 상실했던 것 같다. 전부가 아닌 일부를 보여주고,

후에 그 전부에 대한 결과를 넣어 완성시키자.


아니다.

앞을 모르는, 하루하루의 시간을, 하루하루 기록하는 것이, 나의 상황과 마음, 그리고, 하나님의 이끌어 주심을 보여줄 수 있다. 나는 그냥, 이 하루하루의 시간이 어찌 흐를지 그냥, 이렇게 덧붙임 없이 써나 가겠다.

내 전과 지금과 앞이 어떻게 이어지고,

만나 갈지 보겠다.


무엇이 나의 마음을 흩어 놓았나.

그것은 바로 '지루함'이다.

이곳에 와서 처음으로 내 입 밖으로 "지루하다."

라는 사치스러운 단어가 튀어나왔다. 반성하자.

너는 죄인이다. 벼랑 끝에 걸려, 떨어지거나 구해지거나 이 둘 중 하나밖에 없는 상황이란 것을 잊지 말자.

지루함 자체가 복이다. 사치 부리지 말아라.

이 죄인 아. 반성하자.



월요일 아침.

콘크리트 운동장 곳곳에 새벽에 내린 비로 물 웅덩이가 만들어졌다. 선선한 바람이 느껴지지 않게, 우리를 감싸고 있고, 하늘은 파랗다. 손을 뻗치면 잡힐 듯한 뭉게구름이 교도소 천장에 매달려 움직인다. 햇볕은 아무것도 모른다는 듯, 웅덩이의 물을 데려 올라가며 미소 짓는다. 조용하다. 전 날과는 달리 한산한 분위기 마저 감돈다. 평일이기에 일하러 간 죄수들이 있기에 그러하리라. 모두들 빨래를 가지고 나와 비를 피하기 위한 지붕과 철조망 사이에 매달아 놓았다. 별 다를 바 없는 짙은 녹색 옷들이 전부이기에 이렇다 할 운치는 찾아볼 수 없다. 그렇게 한적 한 오전을 보내며 유진이 형과 지구를 돌리기 위해 마치 슈퍼맨이 지구를 반대로 회전시켜 시간을 역행시킨 것 마냥 운동장을 끊임없이 원을 그리며 도는 순간, 저쪽에서 언제부터인가 몇몇 보이던, 아프리카 죄수들이 모여 있는 곳에서, 두 아프리카 죄수들이 싸움을 하는 것이 보인다. 원심력에 이끌리며 그들이 싸우는 곳까지 가며 바라본다. 두 아프리카 죄수들은 마치 복싱을 하듯 서서, 한 대씩 주고받으며, 스텝까지 밟으며 그렇게 싸움을 하였고, 600여 명이 되는 죄수들은 오랜만의 주먹 다툼에, 그리고 앞으로 무슨 일이 벌어질까 하는 호기심에 멍하니 고개만을 돌려 바라보고 있었다. 약 5분간의 싸움은 주변 죄수들에 의해 별거 없이, 종료되었고, 그때까지 나와 유진이 형은 시간을 빨리 돌리기 위해 계속해 운동장을 돌며 고개만을, 시선만을 그쪽에 고정시키며 이렇게 떠들었다.

"머야, 왜 교도관들이 안 말려?"

그러며, 주변을 둘러보았지만

어디에도 교도관은 보이지 않았다.

"어 없는대요. 교도관들..."

"어, 머야, 머 이래, 그러고 보니까.

여기는 감시 카메라도 없네."

그렇다. 이곳은 전에 있던 MRRC와는 달리 제대로 된 거라고는 없는 100년 넘은 문화재 감옥이며 그만큼 늙어 쓸 때 없이 게으른 교도관들이 있는 곳이다. 그러며 흉을 한참 보았을까 저쪽 철조망 끝부분에서 세명의 교도관을 보게 되었고, 그들은 이쪽은 보이지도 않는 것 마냥 지들끼리 수다 떨기 바쁜 모습이었다. 그렇게 돌아가지 않는 지구 돌리기를 멈출 때쯤, 언제 싸움이 있었냐는 정막함만이 우리와 함께 돌고 있고, 교도관들은 그들의 게으름 속에서 돌고만 있었다.

그리고 점심 락다운을 당해 밥을 먹고 약 30분의 짧다면 짧은 점심, 셀안의 시간을 소비하고 있었다.

그런데, "뭐지? 왜 문이 안 열리지.. 1시간은 지난 거 같은데...." 여기저기서 문 열라는, 철문 두드리는

시위가 간헐적으로 메아리치며, "아, 흑인들 싸운 거 누가 말했나. 그래서 오후 활동이 금지된 건가?"라는 의문을 품은 채, 체념하고는 책을 읽는다.

예고치 않은 잠깐은, 불안감이라는 것을 보내준다.

젠장, 빨래 밖에 널어놨는 대, 거의 다 말랐는데..

어떡하지, 이따가 도서관 가서 책 빌려야 하는데,

시오노나나미의 '로도스 공방전' 다 읽었는데,

로빈 쿡 소설 빌려다 읽어야 하는데라는 쓰잘 때기 없는, 영양가 없는 걱정거리가 산발적으로 일어서다 금세 풀에 지쳐 침대에 눕게 만들었을까. 약 2시간 정도 지나 문이 열린다. "무슨 일이지, 흑인들 싸움 때문에 그런가?" 했것만, 이유는, 전날 베트남 죄수가 칼소지 혐의로 조사를 당한 후, 그가 있는 윙 인, 내가 있는 옆 윙에 있는 준태가 머물고 있는, 4 윙의 아시아인들만

소지품 검사를 당했다고 준태가 말해주었다.

아, 역시 게으르고 멍청한 오지 교도관들이 흑인 죄수 싸운 걸 알고 락 시킨 게 아니구나. 역시 그렇구나, 하며 빨래를 걷어 들여왔다. 도서관은 안 연다고 한다. 이곳은 머 일정표대로 되는 게 없다. 모두 지들 마음이고 지들이 귀찮으면 무시하고는 잠가 버린다. 그러니 한 달 전 탈옥수가 4명이 생긴 것이다. 아, 이 4명은 지들이 자수해서 잡혔다고 한다. 어쨌거나 오늘에서야 이곳이 조금 적응되었나 하는 생각이 비로소 들게 되었다.

유진이 형의 셀메이트인 말레이시아 사람인 '맹'은 10개월간의 교도소 생활을 마치고는 내일 말레이시아로 가는 비행기를 타고는 추방되어 날아간다. 아, 그러고 보니 일본 아저씨 '고야바'도 내일 나가는구나. 낮에 인사드리기 잘했다. 건강하세요. 모두들, 다신 이 딴대... 에휴, 다 지들 팔자지 머, 멩은 카드 복제로 호주에서 물건 구입 후, 돈으로 바꾸다 걸렸고, 애초에 그 짓거리를 하러 호주에 왔다니, 머, 나쁜 놈이고, 알고 보니 일본 아저씨도 이번이 처음은 아닌 걸로 알게 되었다.

내가 지금 받은 죄수번호 즉, 민넘버가 '455555'인대, 이 넘버는 죽기 전까지 남아있어, 만일 다음에 내가 다시 교도소에 들어오게 되면, 다시 같은 번호를 받게 된다고 한다. 그로 보았을 때 고야바 아저씨의 민넘버는 2로 시작한다. 머, 정황상 그러하니 그러하다로만

생각할 뿐이다. 어찌 되었건 부럽다. 그렇다고, 이등병의 말년 고참 전역할 때의 부러움은 아니다.


무언가 다르다.

어찌되었 건 오늘도 무언가 다른 일 하나가 벌어졌었다.


"이곳에 오기 위해 달려온 거 같다는 생각이 든다."

내년이면 한국나이 서른이다. 30년 인생 중 내게,

나에게 벌어진 최대의 사건이다.

이 최대의 사건이 내 30년 인생에 있는 것과 없는 것은 분명히 엄청난 차이를 보일 것이다.

이미 일은 벌어졌고,

내 인생의 무엇이 어찌 될지 궁금하다.

방법은 없다

내 발로 걸어 나가며 바라보는 것뿐이다.



“내가 항상 내 앞에 계신 주를 뵈었음이여 나로 요동치 않게 하기 위하여 그가 내 우편에 계시도다”
사도행전 2장 25절.



이제야, 아니 며칠 전부터, 아니 언제부터인가,

나의 마음은 다시금 중심을 잡게 되었다.

그 중심을 잡아주신 분이 하나님 아버지라는 진실 자체가 영광이다. 하지만, 나약한 인간인지라. 내 앞의 철문은 나를 근심하게 한다. 그것은 내가 얼마나 이곳에 있어야 하느냐는 것이다. 이 말을, 꺼내는 것 자체가 두렵고 불경스럽게 느껴져 애써 감추고, 감추었던 그것

말이다. 처음엔 바로 나갈 줄만 알았다. 술 마시고 서로 싸우다가 정신없이 벌어진 일이기에 사실대로

말하면 금방 나갈 줄, 해결될 줄만 알았다. 그렇게 만신창이가 되어 며칠을 갇혀 있으며 나 자신을 점점

버리게 되었고, 그쯤 한 선생님을 만나 많은 위로와 도움을 받으며 "누가 봐도 술 먹고 실수로 벌어진

것이라 생각된다. 최악의 경우 맥시멈 3개월이다."는 말씀에 한편으로는 안심과 한편으로는 그렇게나

많이? 하였지만.. 사건은 사고가 아닌 의도적이라는 죄가 추가되고, 주변 사람들만을 보아도 별거 아닌

일 같은데, 처음인대, 호주시민도 아닌데, 몇 년씩 받은 것을 보게 되고, 답답함에 내 이야기를 해보고,

들은 것으로는 몇 년이다. 누구는 6개월이요. 누구는 6년이요. 차마입에 담기가 무서운 두려운 기간들이 내 귀에 들어와 내 뇌를 무겁게 망치질하며 절망에 녹아내리게 만든다. 모든 것을 말씀드리고, 하나님께 회개하며 용서받아 죄에 대한 두려움은 사라졌으나,

그것에 대한 인간의 벌을 기다리는 지금, 가장 큰, 두려움이다. 하나님께 모든 것을 다 맡기고, 기도드리고, 회개하고, 성경 말씀 읽고, 하나님의 믿음 안에서 조금이나마 정상적인 정신을 되찾아 살고 있지만, 이 죄에 대한 기간이 문득문득 떠오를 때마다. 주체할 수 없는, 이 마음과 뭄뚱아리를 주체할 수 없음에 다시금 나약해짐을, 다시금, 구원받지 못하는 죄인이 되어버린 감정에 사로잡혀 버린다. 지금 내가 쓴, 이 감정은 그동안 감추어 두었던 것이다. 말했지만, 이것을 꺼내는 것 자체가 하나님을 통해 간신히 잡게 된 줄을 놓쳐 버리는 것이 아닌가라는 의문도 갖게 하는 불경이라 생각되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쯤에서 문득 토해내고 싶었다.

토해내고, 하나님의 양식을 먹고 싶었다.


"저는 머, 이미 받아들일 각오 다해서, 몇 년이고 상관없어요." 무표정하게 말하는 준태가

"10개월 살았고, 앞으로 20개월 더 살아야 해, 집 날리고, 레스토랑 날리고, 2007년에 와서 2011년쯤

나가니, 35살 정도 되겠다." 웃으며 말하는 유진이 형이, 부럽다기보다는 연민마저 들게 만든다.


하나님 아버지 이 나약한 인간, 인간의 입으로 말씀드립니다. 하나님의 계획과 뜻으로 쓰시대, 길지 않게 해 주시옵소서. 이 기도 자체가 영광스럽지 않은 기도라 생각되지만, 모든 것을 전부 헤아려 주시는 줄 믿사오며, 이 어리석었던 하나님의 아들, 이 웅덩이에서 속히 건지사 하나님께 영광드릴 수 있는 기회를 주시옵소서. 하나님의 위대한 선지자들 같이 하나님께 육체를 바치며 인간들에게 믿음과 구원을 몸소 전해주지는 못하지만, 모든 사람들을 저마다 다르게 만드셨 듯, 저 역시

하나님께 하나님의 말씀을 제 능력껏 전도하고 사람들에게 하나님의 진실과 말씀을 전파하도록, 이 목숨 다하는 날까지 노력하겠으니, 욕심이다. 아직, 덜 되었다 생각지 마시고, 이 아들, 이 웅덩이에서 건져주시옵소서. 속히 건져주시옵소서. 그러실 줄 믿어 의심치 않겠습니다. 아멘.


속히 건져달라. 3개월이니, 6개월을 주시옵소서 하는 것이 아닙니다. 1년, 1년 후 나가게 해 주시옵소서. 1년, 1년 안에 하나님의 가르침을 전부 깨닫고 배우겠사오니, 1년 후 나가게 해 주시옵소서. 아멘,


죄송합니다. 하나님, 그동안 하나님께서 가르쳐주신 말씀과 믿음을 저버리는 행동을 한 것 같습니다.

모든 것이 하나님의 계획하에 하나님의 뜻으로 되게 하시옵소서. 아멘. 사랑합니다.

하나님 아버지, 시험에 들지 말게 하여 주시옵소서.

사탄 마귀가 다시금 저를 유혹합니다.


하나님 말씀에 깨달음 얻어, 믿음 안에 인내하는 저에게, 다시금, 사탄 마귀의, 유혹의 손이 다가와 저를 근심케 합니다. 바로 어제, 주님께 제 소망을 말씀드린 바, 이렇게 제 믿음, 멀었음을 깨닫게 해 주시려는 것인지,

이 시험을 이겨내라 하시는 건지 심히 두렵습니다.

하지만, 이 나약한 아들 하나님 믿음 안에, 유혹에 빠지지 않고 이겨내리라 굳게 작정하였습니다.

구원하여 주시옵소서.






월, 화, 수, 목, 금, 토, 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