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28일.
부슬부슬 비가 내린다. 새벽녘인 듯 안개가 수증기처럼 적셔져 있지만, 살짝살짝 비치는 해로 새벽이
아님을 알 수 있다. 저 앞에는 마치 해변처럼, 파도 소리 같은 빗소리가 들리고, 아파트 단지 내의 한적한 공원인지, 아니면 이곳 같은, 감옥 건물 사이의 한 벤치에 앉아있는 것인지, 그렇게 요상한 공간의, 벤치에 앉아있다. 그때 저쪽에서 스님 같아 보이는 한 도사가 내게 다가온다. 그리고 그는 자신을 소개하며
나에게 말한다.
"나는 불교 몇 대 당주이다. 우리의 파벌은 이렇게 이루어져 있고, 내 선대가 누구이며 그의 뒤를 이어
내가 당주에 오른 누구이다. 네가 나를 믿고 따른다면 내가 너를 이곳에서 바로 나가게 해 주겠다."
나는 말한다.
"저는 이곳에서 하나님을 다시 만나, 하나님을 믿습니다. 당신을 믿을 수 없습니다.
나는 하나님을 믿고 그로 인해 기쁘고, 구원받습니다."
한 치의 망설임 없이, 인자하고도 힘이 느껴지는 그의 말을 거절하였다.
정확히 기억나지는 않지만 대략 그러한 뉘앙스의 대화였다. 지금도 그의 모습이 내 뇌리에 어렴풋이, 마치 유리창에 얹어 놓은 손바닥의 증기 자국처럼 떠오른다. 그래서 정확히 묘사할 수 없다.
잠시 대화가 멈추고 서로를 미소 지으며 바라볼 때,
"그래, 신은 하나이고 그 신을 섬기는 방법은 여러 가지다. 네가 하나님을 믿는다면, 어떠한 종교를 가져도 상관없다. 단지, 믿는다는 것, 그것이 중요하다. 네가 하나님을 믿는다니, 열심히 믿고 섬기거라. 그리고 네가 전도한다는 한 선생님이라는 사람 전도하기 힘들 것이다. 전도가 안된다면,
나를 소개해주기 바란다."
그러며 그는 내게 그의 연락처와 이름 같은 것을 적어 주었고, 그렇게 나는 꿈에서 깨어났다.
그가 적어준 연락처와 다른 것들은 생각나지 않는다. 단 971로 시작했던 것 같다.
그렇게 꿈에서 나와, 잠 안에 있었을까....
한 마리 호랑이와 나는, 숲 속에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 무슨 대화를 나누었는지 전혀 생각나지 않지만,
오래 알아온 사이인 마냥, 호랑이가 나보다 연륜이 훨씬 많아 보이는, 그러한 조언을 해주며,
간략히 내 이야기를 하는, 그러한 대화였던 것 같은 느낌만이 남았다.
그때 오른쪽에서 사자 한 마리가 다가왔고, 내가 그것을 눈치채고, 사자를, 미소 지으며 바라볼 때,
호랑이는 급하지 않고, 서두르지 않는, 느린 걸음으로, 사자를 등지고는 사라져 버렸다.
그렇게 나는, 내 생전 처음으로, 꿈에서, 불교계 구루라는 사람과 호랑이와 사자를 만났다.
지구를 돌리며 준태에게 이야기해 주자.
첫 번째 꿈은 교회에 다니거나 하나님을 믿음으로, 사탄이 시험하는 그러한 꿈 일 것이다.
그리고 형의 두 번째 꿈을 들으니, 갑자기 자신도 이곳에 와서 하나님을 조금씩 믿어 나갈 때,
꾸었던 꿈이 떠오른다. 사람만 한 사마귀가 자신을 향해 팔을 흔들며
"이 씹새끼야, 이 좆같은 새끼야." 하며 쌍욕을 퍼붓는 꿈이었다.
지구를 돌리며 준태가 말해준 꿈 이야기로 한바탕 웃음으로 정들어갔다. 점심 락을 당하고,
유진이 형과의 마지막 예배를 위해 그 시간을 기다리며 유진이 형이 음식을 할 때, 침대에 누워
그 이야기를 유진이 형에게 하니, 별 반응 없이 말한다.
"응, 그거 개꿈이야."
내일 유진이 형은 3 윙으로 옮기고, 준태와 나와 유진이 형, 이렇게 셋은 지금 모여,
하나님께 예배드리고 기도드렸다.
하나님 저희 셋에게 큰 영광과 축복, 은혜를 주셔서, 각자 헤어져 각자의 길로 가더라도
악의 시험에 들지 않고, 하나님의 생명의 길로 인도하여 주시옵소서.
삼일 전인가, 셀에 들어오는데 유진이 형이 누군가와 인사를 하며 대화를 나눈다.
몇 년 전 유진이 형 친구 소개로 유진이 형 집에서 같이 지내며 놀고먹고 한 친구라고 한다.
레바니스였고 그렇게 몇 주를 친구처럼 자신의 집에서 같이 지내었는데, 어느 날 갑자기 칼을 들고
유진이 형 목에 대고는 돈 내노라며, 몇 백 불을 뺐었고, 도망가며, 신고하면 우리 레바니스 친구들이
널 죽여버릴 거라고 협박했던 그 놈이라고 한다. 참 기막히고, 웃기지 않는 인연이다.
우리 셋의, 예배를 끝내고 유진이 형이 만든 치킨 파스타 카레와 쌀국수 간장 볶음에 배가 터져 나와
그 배부름에 짜증을 느끼며 소화하려 지구를 몇 바퀴 돌리다 그 자체도 짜증 나 게으른 돼지마냥 셀로
들어와 침대에 누워 있다가는 돼지 될 거 같아, 펜을 들어 지난밤에 꾸었던 꿈을 적어보고 며칠 전부터
적으려 했지만 계속 다른 것들에 밀려 버렸던 이야기를 적었다.
자, 이제 좀 누워보자. 오늘은 날도 따듯하고 돼지처럼 먹기도 하고 아주 까라지고 늘어지는 하루다.
그리고 유진이 형과의 파라마타 감옥에서 마지막으로 보내는 낮이다. 잠들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