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6일.
처음으로 책상이라 불릴만한 곳에 노트를 올려놓고 글을 쓴다.
그전까지는 침대에 올려놓은 채꾸부정한 자세, 혹은 벤치에 앉아 무릎 위에 올려놓고
어렵사리 글을 써왔는데, 확실히 테이블 위에 올려놓은 채 글을 쓰니 편하다.
내가 셀안에 하나밖에 없는 의자에 앉아,
마찬가지로 하나밖에 없는 테이블에 팔을 받치고 글을 쓴다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겠는가?
지금 시간은 아침 6시 10분. 그렇다. 조가 하루빨리, 약 2시간 전에 다른 교도소로 이동하였다.
조가 사용했던 좀 더 나은 매트리스로 바꾸고, 바닥을 쓸고 닦고, 세면대와 좌변기 테이블 등 모두 닦았다. 그리고 종이와 비닐봉지로 가려져 빛을 뿜지 못했던
형광등 앞의 그것들도 치워버려 셀안이 한결 밝아졌다.
성경책을 읽고 글쓰기 좋은 환경이 만들어졌다. 이제 누군가가 이렇게 휙 하고 떠난다는 것이 슬프거나
마음 아프지 않다. 오히려 누가 들어올까라는 일종의 걱정뿐이다.
역시 파라마타 295셀에 있을 때, 영철이 형이 떠난 후 바랬던 것과 같은 바람을 한다. 비흡연자, 크리스천, 조용하고 깨끗한, 코 골거나 잠버릇 없음. 정확한 영어발음과 똑똑한 사람이면 좋겠음.
오전에는 야드에 나갔다. 야드라고 해봤자 별거 없다. 이곳의 형태는 말로 설명하기가 조금 어렵다.
일종의 방사형으로 되어있다고 해야 하나, 정중앙에 본부가 있고,
크게 원형으로 되어 끝 부분에 포드 개념으로 지어져 있고, 그 사이 공간이 야드이다.
에니웨이, 파라마타인의 습성대로 열심히 돌다 들어왔다.
그곳에서 조를 통해 알게 된 한국인을 다시 만났다. 나보다 1살 많고,
호주 온 지는 10년이 넘은 영주권자라고 한다.
그렇게 오전을 보내고, 오후에 성경책을 읽은 후, 예전 MRRC에 있을 때, 그린야드에서 달리기를 한 후, 처음으로 달리기를 하였다. 그리고는 샤워를 하고 다시 성경책을 읽었다.
아! 야드에서 파라마타인의 습성을 보인 후, 셀에 들어와 성경책을 읽는대,
한 오지가 들어와 점심머스터 후, 자신의 셀에서 예배를 드린다고 한다.
생각 있으면 와서 같이 하나님 말씀 공부하자고 말한다.
나야 좋지! 고맙다고 말한 후 머스터 후, 그의 셀에 갔다.
그곳에는 성경공부에 나를 초대해 준 '알란 레드포드(ALAN REDFORD)'와 온몸에 문신이 가득 한
심지어 눈밑에 '뻑 스크루(FUCK SCREW)'라는 레터링 문신까지 있는 '케인'과 애보리지널 '레로이’
그리고 나, 그렇게, 네 명이 있었고, 에브리데이 위드 지져스(everyday with jesus)라는 성경 공부책을
통해, 제시된 성경구절과 성경을 읽고 기도하는 것으로 예배를 드렸다.
그리고, 내가 이곳에 오게 된 이야기와 간략한 나의 소개를 하였다. 처음이라 머라 말할 수 없지만,
혼자가 아닌 여럿이 하나님께 예배드린다는, 그 자체로서 영광스러웠고, 파라마타에서 유진형과 준태와 예배드렸던 것이 생각났고, 너무 좋았다. 분명 그 자리에 하나님께서 함께 하셨음을 느낀다.
그렇게 난 8월 6일 오늘 하루를 마감하고는 글을 쓴다. 준태와 프레데릭에게 좋은 소식이,
좋은 판결이 있었기를 바란다. 그리고 나는 또 성경공부를 할 것이고,
누군가 들어옴에 살짝 긴장하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예전 같은 근심이나 두려움 따위는 없다.
나는 모든 것을 하나님께 맡기었고 하나님의 길로, 그분의 뜻에 따라 걷기에 걱정할 것이 없다.
순종하고 따르고 걸어 나갈 것이다.
“진실로 다시 너희에게 이르노니 너희 중의 두 사람이 땅에서 합심하여 무엇이든지 구하면 하늘에 계신 내 아버지께서 그들을 위하여 이루게 하시리라. 두세 사람이 내 이름으로 모인 곳에는 나도 그들 중에 있느니라.” 마태복음 18장 19~20절.
새로운 셀리가 왔다. 할아버지다. 12년 전에 이 교도소에 왔었다고 한다.
감옥에 들어온 지 3일 되었고, 곧 석방되어 나갈 것이라고 한다.
[내가 있는 이곳은 모두들 아직 죄가 정해지지 않은, 정확히 말해 언샌탠스 리만인 사람들이 있는 곳이다. 나 역시 재판을 기다리며 이곳에 있는 것일 뿐, 정확히 말해 죄수는 아니다.]
에니웨이, 할아버지는 얼버리(albury)라는 촌구석서 오셨다고 한다. 역시, 그래서 가뜩이나 알아듣기 힘든 영어 완전 알아들을 수 없다. 그러고 보니 조도 그곳 얼버리에서 왔다고 했던 것 같다.
보통 호주 영어를 타 영어권 사람들은 알아듣기 어렵다고 한다.
한국처럼 표준말을 많이 쓰는 서울이 있고, 지방의 사투리가 있듯, 이곳 호주도 시티에서 멀리 떨어진 곳은 사투리가 심해 알아듣기 힘들다. 주니가 있는 곳이 시드니에서 약 7~8시간 거리니,
완전 촌구석에 처박혀있는 셈이고, 그 촌구석서 죄지은 사람들이 상대적으로 가까운 이곳 주니로 많이 오는 것이다. 그래서 이곳 주니에는 촌놈들의 사투리 영어가 만연하고, 이거 당최 알아듣기 힘들다.
그래서 좀 정확한 발음을 하는 사람을 바랬것만, 어쨌거나 좋다. 이제 남은 것 중 하나는 잠잘 때,
불이 꺼진 후 밝혀지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