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 달린 돌멩이

by 오현준

막막했다. 회의가 끝나고 내게 주어진 프로그램 하나가 있었다. 우리 기관에서는 처음 하는 신규 프로그램이었다. 나는 눈 달린 돌멩이일 뿐인데 어쩌다 이게 나에게 왔을까 싶었다. 선배님들은 내 속도 모르고 편하게 말씀하셨다.

"네가 하고 싶은 걸 하면 돼."

'저는 그런 걸 아직 모르는 걸요.' 마음 속으로만 수없이 외쳤다. 그때부터였다. 눈 달린 돌멩이는 투덜이 돌멩이가 되었다. 친구를 만날 때나 가족을 만날때나 늘 신세한탄만 했다.


그래도 결국은 해야 했다. 내 일이니까. 선배님들이 던져주신 아이템들이 있었다. 캠핑카, 보드게임, 간식. 처음엔 들어도 어떤 그림인지 그려지지 않았다. 이걸 해결해준 건 시간이었다. 연말이 다가오며 어쩔 수 없이 뭐라도 진행해야 하는 시기가 됐다. 일단 학교에 전화를 했다.


"안녕하세요. 저는 W기관 오대리인데요. 학교에서 문화체험 프로그램을 진행해보고 싶은데 한 번 만나주실 수 있을까요?"

"일단 한 번 오세요."

약속은 잡았는데 떨림이 멈추지 않았다. 팀장님껜 그것조차 자랑인듯 말했다.

"팀장님, 학교들에 전화했어요. 오래요. 혹시 같이 가주실래요?"

팀장님께서는 웃으며 함께 가주셨다.


학교 선생님들이 밝게 맞아주셨다. 아 그런 프로그램이 있냐, 우리 애들이 너무 좋아하겠다, 학교에서 도와드릴 건 없냐. 사실 지금 생각해보면 프로그램 내용이 텅 비어있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보드게임 좀 두고, 색칠공부 좀 두고, 레고 블록 좀 두고, 간식 나눠준다는 게 전부였는데 왜 좋아하셨을까 싶다.


이렇게 부족한 프로그램이었지만 아이들은 웃었다. 나도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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