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이드 아웃 2> 리뷰
초기 픽사의 대표작은 단연 <토이스토리>다. 그렇다면 2010년대 픽사의 대표작으로는 어떤 작품이 꼽힐 수 있을까? 많은 사람들이 동의하듯 나는 <인사이드 아웃>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2010년대까지만 하더라도 영화를 적게 보는 편이었다. 그 탓에 안타깝게도 <인사이드 아웃>을 극장에서 보지는 못했다. 그렇기에 9년 만에 나온 후속작인 <인사이드 아웃 2>만큼은 개봉시기에 극장에서 보려고 한다. 2010년대 픽사의 대표작 <인사이드 아웃>은 과연 2020년대에 대표작으로 남을 수 있을까.
<인사이드 아웃>이 흥행할 수 있었던 요인에는 많은 것이 있지만 무엇보다도 추상적인 감정들을 귀여운 캐릭터화시켰다는 점에 있다. “기쁨이(Joy)”, “슬픔이(Sadness)”, “소심이(Fear)”, “까칠이(Disgust)”, “버럭이(Anger)” 이 다섯 감정들의 참신한 캐릭터성과 각 감정들과 관련된 관객들 개인의 경험에서 오는 공감이 많은 사람의 환호를 얻어냈다. 이번 <인사이드 아웃 2>에서는 기존의 5 감정들에게서 새롭게 4명의 감정들이 추가되었다. 바로 “불안이(Anxiety)”, “부럽이(Envy)“, “따분이(Ennui)”, 그리고 “당황이(Embarrassment)”이다.
라일리는 이제 커서
더 복잡한 감정이 필요해
기존의 5개의 감정들에 새로운 감정이 무려 4개나 추가되었다. 거기다 5개의 명확한 기존 감정들과는 달리 새로운 4개의 감정은 모호하거나 기존의 감정과 겹치는 부분이 있어 새롭게 추가하려다 무리하진 않았나 하는 첫인상이 들었다. 하지만 작중에서 사춘기에 접어드는 인간, “라일리”에게는 어린 시절보다 더욱 복잡하고 정교한 감정이 필요하다는 대사를 듣는 순간 질풍노도의 사춘기에 대한 직간접적인 경험들이 떠올라 바로 납득하고 말았다.
<인사이드 아웃>의 줄거리는 감정들의 리더, ‘기쁨이’가 다른 감정을 소홀히 하다 그녀에게 반기를 든 ‘슬픔이’에게 일격을 맞고 다른 감정들의 소중함을 깨닫는 내용이다. 이번 <인사이드 아웃 2>는 전작의 교훈에도 불구하고 비슷한 실수를 하는 ‘기쁨이’와 기존 감정들에게 새로운 감정들이 반기를 드는 내용이라고 할 수 있다. 분명 전작에서 성장했음에도 ‘기쁨이’는 이번엔 나쁜 기억들의 가치를 무시한 채 ‘착한 아이 콤플렉스’로 ‘라일리’를 키우고 있었다. 그런 그녀에게 ‘불안이’를 비롯한 새로운 감정들이 ‘라일리’의 주도권을 뺏어 버리면서 이야기가 시작한다.
이 과정이 작년에 개봉해서 큰 흥행을 거둔 <서울의 봄>과 비슷하다고 해서 많은 사람들이 “감정의 봄”이라고도 패러디를 하기도 했다. 하지만 사실 전작을 본 사람이라면 모두 다 알다시피 감정들 간의 이런 전복사태는 처음이 아니다. 전작 <인사이드 아웃>에서 ‘슬픔이’의 반란이 있었기에 나는 다른 사람들과 달리 <2차 감정의 난>이라는 별명으로 이 작품을 부르고 싶다.
‘라일리’의 머릿속에서 감정들이 투닥대는 동안 현실세계에서는 또 다른 이야기가 진행되고 있었다. ‘라일리’가 고등학교로 진학하게 되면서 사춘기를 겪게 된 것이다. <인사이드 아웃>이 처음 나왔을 때 많은 사랑을 받은 이유 중 하나는 참신함일 것이다. 기존의 사물들, 동물들을 의인화하는 것을 넘어서 추상적인 사람의 감정들을 의인화하고 세계관을 구축해서 보여준 것이 기존에는 없었던 것이기에 그만한 화제성과 임팩트를 주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것이 꼭 좋은 것만은 아니다. 전작을 잇는 속편은 흥행과 함께 올라간 사람들의 기대를 충족시켜줘야 한다. 여기서 <인사이드 아웃> 제작진이 고른 카드는 사춘기였다. 사람의 인생에서 가장 복잡하고 급변하는 감정이 있는 때 중 하나는 사춘기다. 9년 만의 후속작의 소재를 모두가 겪게 되는 시기로 ‘라일리’의 사춘기를 고른 것이다.
사춘기를 맞이한 ‘라일리’를 보는 것은 ‘라일리’의 뇌 속에서 ‘기쁨이’와 다른 감정들의 좌충우돌과는 다른 재미가 있었다. 작중 시점이 사춘기를 맞이한 뒤가 아니라 사춘기를 맞이하기 직전이었기 때문에 달라진 ‘라일리’의 감정과 행동을 보는 재미가 있었고 그녀가 자신의 변화를 통제 못해 ‘어떤 일’을 저지르고 말진 않을까 하는 서스펜스도 있었다. 무엇보다도 급격한 감정의 파도로 갈등하는 ‘라일리’의 모습에서 나의 10대 시절이 떠오르기도 하고 현재의 내 모습을 비추기도 하면서 성찰적인 시간을 갖기도 했다.
또 한편으로는 이 영화의 타깃 분석이 명확하게 잘 되었다고 생각한다. 전작 <인사이드 아웃>을 처음 봤다가 나이가 좀 더 먹어서 사춘기를 맞이할 아이들에게는 같이 사춘기를 맞이하는 ‘라일리’가 공감되어 더욱 친구처럼 느껴질 것이다. 또 앞으로 사춘기를 맞이할 더 어린아이들에게는 미래의 일에 대한 가이드가 되어줄 것이다. 또 아이들과 함께 간 어른들에게는 자신들의 사춘기 시절에 대한 향수가 떠오르는 한편 앞으로 같이 본 자식들이 겪을 일이라는 부분에서 많은 호응과 공감을 이끌어냈을 거라 생각된다.
누구나 사춘기를 겪는다. 사람들이 더 이상 공통된 경험을 갖기 힘들어진 요즘 ‘사춘기’라는 공통된 경험이 이 영화의 관객들을 하나로 모을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인기 시리즈의 9년 만의 속편이라 부담스러웠을 텐데도 제작진은 훌륭히 좋은 작품을 만들었다. <인사이드 아웃>에선 처음으로 다룬 감정이란 소재를 <인사이드 아웃 2>에서는 사춘기의 감정을 다뤘으니 다음에 속편이 나오게 된다면 조금 더 성장한 ‘라일리’의 첫사랑 같은 소재를 다루진 않을까 하고 조심스럽게 예측해 본다. <인사이드 아웃> 시리즈의 다음 영화가 언제 나오고 무엇을 소재로 삼을지 모르겠지만 ‘기쁨이’와 다른 감정들의 제3차, 4차 감정의 난이 또 나왔으면 좋겠다.
2차 감정의 난 _<인사이드 아웃 2_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