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션 임파서블: 파이널 레코닝> 감상문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를 한 번도 본 적은 있어도, 그 이름을 들어보지 못한 사람은 아마 없을 것이다. 첩보물의 대명사로 자리 잡은 이 영화는 30년 넘게 새로운 시리즈를 이어오며 관객과 함께 성장해왔다. 그리고 이제, ‘파이널 레코닝’이라는 제목으로 다시 돌아왔다. 시리즈의 최종장을 예고하는 이번 작품이 과연 그 긴 여정의 마침표를 잘 찍어낼 수 있을지 기대하며 관람했다.
<미션 임파서블 8: 파이널 레코닝>은 전작 <데드 레코닝>의 연장선상에 있는 이야기로, 하나의 큰 서사의 후반부를 담당하는 작품이다. 하지만 아쉽게도 나는 전작 <데드 레코닝>을 보지 못했고, 관련 정보조차 거의 없는 상태에서 이번 영화를 관람하게 되었다. 영화는 자아를 가진 인공지능 ‘엔티티’가 전 세계 시스템을 장악하려 하며, 핵무기 통제권마저 위협받는 위기 속에서 시작된다. 이에 IMF는 다시 한 번 요원 ‘이단 헌트’에게 인류의 미래를 건 미션을 맡기게 되고, 그는 새로운 위협과 맞서며 거대한 액션과 스릴 넘치는 미션을 수행한다.
전작과의 연속성이 강조되지만, 다행히 전편을 보지 않았더라도 큰 혼란 없이 몰입할 수 있었다. 핵심 줄거리와 등장인물 간의 관계가 영화 초반에 비교적 친절하게 설명되어 있어, 시리즈에 익숙하지 않은 관객도 충분히 몰입할 수 있었다.
<미션 임파서블 8: 파이널 레코닝>은 ‘선택’에 관한 이야기다. 작중 주인공 ‘이단 헌트’는 끊임없이 선택의 기로에 선다. 수많은 사람의 생명을 구할지, 아니면 눈앞의 소중한 사람을 지킬지를 결정해야 하는 순간들이 반복된다. 시리즈 전체를 관통해온 그의 선택들은 때때로 돌이킬 수 없는 결과를 낳았고, ‘이단’은 그 기억 속에서 회의와 슬픔을 마주한다.
아이러니하게도 이번 작품의 빌런인 AI ‘엔티티’는 “결과”라는 단어를 반복하며 이단과 극명한 대비를 이룬다. 모든 선택은 결국 같은 결과로 수렴된다는 냉정한 논리 속에서, “이단”은 여전히 선택을 하고, 책임을 진다. 그 대립 구도는 이 시리즈가 말하고자 했던 인간성과 의지의 핵심을 상징한다.
첩보물에서 선택을 강요당하는 상황은 낯설지 않다. 하지만 오랫동안 사랑받아온 시리즈의 마지막 장에서 ‘선택의 무게’를 다시 꺼내든 것은, ‘이단’이라는 인물이 어떤 감정의 결산을 맞이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중요한 장치다. 그는 단순한 초인이 아니라, 인간적인 고뇌와 회한을 품은 존재이며, 그 점에서 이 작품은 이단 헌트라는 캐릭터의 깊이를 다시 한 번 설득력 있게 드러낸다.
‘이단 헌트’는 이번 영화에서 더 이상 초인적인 영웅이 아니다. 그는 과거의 선택이 남긴 회의와 슬픔을 짊어지고, 여전히 앞으로 나아가야 할 이유를 찾아 헤맨다.
그 이유는 ‘사명’이나 ‘정의’ 같은 추상적 가치가 아니다. 함께 싸워온 동료들, 그들과 나눈 시간, 그리고 그들이 이단에게 보내는 말 한마디가 다시 발걸음을 움직이게 한다. 특히 루터의 마지막 대사는, 이단뿐 아니라 관객에게도 “잘하고 있으니 계속 나아가라”는 말처럼 들려 마음을 두드린다.
그렇기에 이 영화는 단지 스파이 액션이 아닌, 후회와 책임, 그리고 다시 선택할 수 있는 용기에 대한 이야기로 다가온다. 그런 점에서 이단이 겪는 심리적 충돌은 우리 자신의 삶과도 맞닿아 있다. 누구나 살아가며 끝없는 선택을 하고, 때론 그 결과에 짓눌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영화 전반부에는 지금까지 ‘이단 헌트’가 수행했던 미션 장면들이 몽타주 형식으로 삽입된다. <미션 임파서블> 1편에서 와이어에 매달린 채 천장에서 내려오는 명장면부터, 부르즈 칼리파를 맨손으로 오르는 장면까지. 30년에 가까운 시간 동안 이 시리즈가 만들어낸 상징적인 액션 신들이 스쳐 지나가며, 이 영화가 마지막을 향해 가고 있음을 관객에게 실감하게 만든다.
다양한 액션 영화를 접한 뒤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를 보게 된 나에게, 이 시리즈의 가장 큰 차별점은 단연 ‘톰 크루즈’라는 배우다. 젊은 시절은 물론, 60이 넘은 나이에도 스턴트 대역 없이 직접 고강도의 액션을 소화하는 그의 열정은, 수많은 액션 영화 속에서도 관객이 질리지 않고 몰입할 수 있는 가장 강력한 원동력이다.
‘이단 헌트’가 관객들과 함께 나이를 먹어간다는 점은, 그 자체로 특별한 추억이 된다. 하지만 어느 여정에도 끝은 있는 법이다. 다행히 ‘톰 크루즈’는 촬영 중 사고가 아닌, 자신의 의지로 무사히 ‘이단’이라는 캐릭터를 내려놓을 수 있게 될 것 같아 오히려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마지막 영화에서도 여전히 전력질주하는 그의 모습을 보며, 나도 모르게 가슴 한켠이 뜨거워졌다. 이 시리즈가 끝나간다는 사실은 아쉽지만, 그 오랜 여정에 동행할 수 있었던 것만으로도 충분히 감사하다.
시리즈의 마지막 영화에서도 ‘이단’은 여전히 달린다. 온몸을 내던져 절벽을 향해 달리는 그의 뒷모습은, 단순한 액션이 아니라 삶의 은유처럼 다가온다. 우리는 누구나 매일 크고 작은 선택 앞에 서고, 때로는 회의하고 주저하며, 때로는 책임을 지고 고통받는다. 하지만 결국, 그 선택의 끝에서 다시 앞으로 나아가야만 한다.
<미션 임파서블: 파이널 레코닝>은 그 단순한 진리를 가장 역동적인 방식으로 보여주는 영화다. 그리고 ‘톰 크루즈’라는 배우는, 마지막 순간까지도 직접 달림으로써 그 메시지를 가장 선명하게 증명해낸다. 30년의 여정을 마친 지금, 나는 이 시리즈를 이렇게 기억하게 될 것 같다. 모든 선택의 끝에, 그는 달리고 있었다.
.
.
.
.
.
<미션 임파서블 8: 파이널 레코닝_모든 선택의 끝에, 그는 달린다:_3.5_ 미션 임파서블 8: 파이널 레코닝 감상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