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징어 게임 3 리뷰
우리나라 콘텐츠 역사상 가장 큰 흥행을 이룬 〈오징어 게임〉이 마침내 마지막 시즌을 공개했다. 시즌 2와 3으로 나뉘며 하나의 이야기를 이어가던 가운데, 시즌 2에서 마무리되지 못한 갈등과 질문은 시즌 3에 대한 기대감을 키웠다. 그러나 실제로 공개된 시즌 3에 대한 반응은 예상과는 달리 냉랭하다. 과연 무엇이 문제였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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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징어 게임〉은 경제적으로 몰락한 이들이 동그라미, 세모, 네모 문양의 핑크 병정들에게 납치되어, 목숨을 담보로 거액의 상금을 놓고 벌이는 잔혹한 서바이벌 게임을 그린 작품이다.
이번 시즌 3는 전작에서 우승한 ‘성기훈’(이정재)이 오징어 게임의 실체를 폭로하고 이를 무너뜨리기 위해 다시 게임에 뛰어든 시즌 2의 후속 이야기다. 외부 세력과의 연결이 끊기고 독자적인 반란을 준비하던 ‘성기훈’은 플랜이 실패하면서 결국 반란마저 무산되고, 시즌 3는 그 실패 이후의 시점에서 시작된다. 시즌 2와 3가 본래 하나의 이야기였던 만큼, 이번 시즌 3는 전작에서 던져졌던 수많은 떡밥들이 어떻게 회수되는지가 주요 관전 포인트다.
시즌 3를 보며 가장 먼저 떠오른 인물은 역시 ‘성기훈’이었다. 그는 처음부터 일관된 메시지를 전해온 인물이다. “사람을 죽여선 안 된다”, “반칙은 안 된다”, “약자에게 선택을 강요해선 안 된다”. ‘성기훈’은 끊임없이 인간성과 이상주의를 주장한다. 하지만 문제는, 그가 그러한 신념을 지키는 방식이 매우 무력하고 말뿐이라는 점이다.
시즌 1에서도, 시즌 2에서도 그는 본인의 신념을 실천하지 못한 채 게임을 계속 참가하며 결국 다른 참가자들의 죽음에 일조한다. 그럼에도 그는 자신이 직접 누군가를 죽이지 않았다는 이유로 자기 합리화를 반복한다. 그의 행동은 모순으로 가득 차 있지만, 시리즈의 마지막에서야 비로소 그는 자신이 말해왔던 신념을 실천하는 선택을 한다. 이 시점에서야 우리는 그가 결국 자신의 언행 불일치를 딛고 성장했다고 말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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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 성장은 시청자들에게 충분히 설득력 있게 다가왔을까?
시청자들은 시즌 1을 통해 ‘성기훈’이 어떤 인물인지 파악하고, 시즌 2에서는 그가 456억이라는 상금을 바탕으로 더 나은 방식으로 세상에 맞서길 기대했다. 즉, ‘이제는 말뿐이 아닌 실천으로 이상을 증명하는 주인공’이 되기를 바란 것이다.
하지만 시즌 3에서도 그는 여전히 무력했고, 말뿐이었다. 그의 성장을 위해 등장했던 인물들은 허무하게 퇴장했으며, 그들의 희생에 비해 ‘성기훈’이 보여준 결과는 너무 미약했다. 심지어는 그 과정 속에서 자신의 이상과 모순되는 행동을 하기도 했다. 시청자 입장에서는 기다렸던 주인공의 반격이 아니라, 또다시 무력한 이상주의자의 반복된 고뇌를 지켜본 셈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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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은 끝까지 ‘성기훈’이라는 인물의 내면을 따라갔다. 이상을 믿는 평범한 인물이 얼마나 무기력하고 모순적일 수 있는지를 보여주며, 결국 그가 신념을 실천하는 순간에 도달하게끔 한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시청자의 감정선은 점점 이탈해 버렸다. 그를 따라가던 인물들도 무기력하게 퇴장했고, 그의 변화는 너무 늦었고, 너무 작았다. 시리즈가 말하고자 한 메시지와 시청자가 바랐던 서사 사이의 이 괴리는, 결국 시즌 3에 대한 차가운 반응으로 이어졌다.
이 시리즈를 보며, 장점과 단점, 그리고 클리셰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 보게 되었다. 모든 창작물은 장점과 단점을 동시에 안고 있으며, 창작자는 그 사이에서 끊임없이 고민하게 된다. 작품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장점을 극대화할 것인가, 아니면 단점을 보완할 것인가.
〈오징어 게임〉의 경우, 장점은 ‘한국 어린이 놀이라는 참신한 소재’와 ‘대규모 서바이벌 장르의 매끈한 전개’였다. 반면 단점은 과한 대사와 연기, 그리고 클리셰와 신파에 대한 거부감이었다. 후속작을 만들며 창작자는 후자를 의식한 듯 보인다. 시청자들의 피로감을 줄이기 위해 클리셰를 비트는 전개를 택하고, 신파를 비틀어 반전을 꾀하려 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이 선택은 기존 클리셰보다 더 설득력 없는 장면들을 만들고 말았다. 캐릭터들의 결정은 공감을 얻지 못했고, 반전을 위한 반전은 캐릭터의 존재 의의마저 흐리게 만들었다.
사실 클리셰란 반복되어 쓰였기에 지루하게 느껴질 수 있지만, 동시에 가장 효과적이기 때문에 살아남은 장치이기도 하다. 이를 뛰어넘으려면 단지 ‘비틀기’만이 아니라, 더 정교한 설계와 감정선이 뒷받침되어야 한다. 오징어 게임은 이 어려운 길을 선택했지만, 결과적으로는 클리셰가 주는 안정성과 감정 몰입을 놓쳐버린 작품이 되어버렸다.
세계적인 히트작 〈오징어 게임〉 시리즈는 이번 시즌 3편을 끝으로 막을 내렸다. 이후 데이비드 핀처 감독이 제작하는 미국판 스핀오프가 거론되긴 하지만, 적어도 성기훈의 이야기는 여기서 끝이 났다. 수많은 시청자들의 비판과는 달리 나는 개인적으로 엔딩 부분 전까지는 재밌게 봤기에 현재 대중들의 반응은 참으로 안타까웠다. 오랫동안 사랑을 받았던 시리즈가 이렇게 냉담한 반응 속에 퇴장하게 되었다는 사실은 어딘가 씁쓸하게 다가온다. 〈오징어 게임〉은 이렇게 퇴장하지만, 언젠가 또 다른 시리즈가 등장해 이 아쉬움을 조용히 달래주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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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징어 게임 3- 이상주의자의 끝은 어디였나:_3.0_넷플릭스 시리즈 오징어 게임 3 감상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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