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백요리사는 지금, 자신의 고점에 서 있다

흑백요리사 2 감상문

by 오윤

작년 요식업계의 부활을 알린 프로그램 <흑백요리사>가 시즌 2로 돌아왔다. <흑백요리사>는 100인의 셰프가 명성과 경력에 따라 ‘’과 ‘’으로 나뉘어, 계급장을 떼고 맞붙는 요리 서바이벌이다. 지난 시즌에는 최정상급 인지도를 가진 셰프들이 대거 참가하며 큰 흥행을 기록했다. 그 인기에 힘입어 비교적 빠르게 공개된 시즌 2. 시즌 1과 달리 대중의 기대를 한 몸에 받은 상황에서, 이 기대를 과연 충족시킬 수 있을지가 관건이었다.

우리가 원하는 건

——예능 아닌 리얼

돌이켜보면 시즌 1의 <흑백요리사>는 예능과 리얼 사이에서 끊임없이 고민한 흔적이 보였다. 넷플릭스라는 거대 자본의 지원, 식어버린 요리 예능 시장, 기존 방송과는 다른 OTT 예능 환경까지. 제작진 앞에는 여러 과제가 놓여 있었다. 그 결과 안대를 쓰고 진행하는 블라인드 심사라는 강력한 시그니처 장면이 탄생했지만, 동시에 인플루언서 평가, 장사 미션, 편의점 과제, 방출 시스템 등은 “예능적 개입이 과하다”는 비판을 불러왔다. 결국 시즌 1에서 시청자들이 원했던 것은 예능이 아니라 ‘리얼’이었다.


시즌 2는 이 요구를 분명히 인식한 듯하다. 서바이벌 룰에서 예능적인 장치를 대폭 걷어내고, 요리 그 자체로 승부하는 구조를 택했다. 그렇다고 캐릭터가 사라진 것은 아니다. 오히려 인위적인 장치를 제거한 자리에서 셰프들이 가진 본래의 성격, 서사, 관계가 자연스럽게 드러났고, 이는 지난 시즌보다 더 큰 화제로 이어졌다. 꾸며진 장면이 줄어든 만큼, 사람 자체가 더 또렷하게 보이기 시작한 것이다.

언더독이

——다가 아니다

흑과 백의 구도 역시 달라졌다. 시즌 1이 어떻게든 흑백 비율을 맞추려 했다면, 시즌 2는 한쪽이 과감하게 쳐내지는 상황도 기꺼이 받아들인다. ‘흑백요리사’라는 제목에 얽매이기보다, 최고의 요리를 가린다는 이 서바이벌의 본질에 집중한 선택처럼 보인다.


흥미로운 점은 탑독과 언더독이 명확히 나뉜 구조임에도 불구하고, 이 프로그램에서는 탑독 역시 큰 사랑을 받는다는 것이다. 나는 그 이유를 두 가지로 생각해 보았다. 첫째, 백수저 셰프들은 이미 여러 매체를 통해 노출된 인물들이기에 시청자들이 몰입하기 쉽다. 참가자가 100명에 달하는 구조에서 흑수저는 대부분 충분히 조명받지 못한 채 탈락한다. 정을 붙이기도 전에 사라지는 경우가 많다. 반면 백수저는 이미 어떤 인물인지 알고 시작하기 때문에, 기존 이미지와 다른 모습이 드러날 때 곧바로 ‘반전 매력’으로 작동한다.


둘째, 이 탑독들 역시 언더독의 시간을 거쳐 올라온 존재들이라는 점이다. 백수저로 분류된 셰프들 또한 한때는 무명의 시절을 지나 지금의 자리에 오른 사람들이다. 요식업이 대중의 관심을 받은 것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이미 10여 년 전부터 사람들은 화려한 셰프의 모습 뒤에 감춰진 고된 노동과 시간을 알고 있다. 그래서 시청자들은 ‘계급장 뗀 진검승부’를 바라면서도, 동시에 경력과 연차가 주는 안정감에 끌린다. 실력 있는 언더독의 반란을 응원하면서도, 결국에는 오래 버텨온 사람의 손을 들어주고 싶은 마음. 이 양가적인 심리가 흑백요리사의 탑독 서사를 설득력 있게 만든다.

시즌 1의 <흑백요리사>는 분명 센세이션이었다. 요식업에 대한 관심을 다시 불러일으켰다는 점만으로도 의미 있는 프로그램이다. 하지만 완벽하다고 보기는 어려웠다. 도파민을 자극하는 연출과 구도는 인상적이었지만, 예능을 노린 제작진의 개입이 거슬린다는 평가 역시 존재했다. 시즌 2는 이러한 단점을 상당 부분 보완했다. 그것도 장점은 그대로 둔 채, 단점만 덜어낸 방식으로 말이다.


보통 ‘1보다 나은 2’는 나오기 어렵다. 그러나 그런 평가를 뒤집은 후속작들은 오래 기억에 남는다. <다크 나이트>, <대부 2>가 그랬듯이 말이다. 나는 조심스럽게 예측해 본다. 지금이 <흑백요리사> 시리즈의 최고점이 아닐까 하고. 이보다 더 재미있게 요리 서바이벌을 만드는 것은 쉽지 않아 보인다. 설령 시즌 3이 나온다 해도 말이다. 그렇기에 오히려 궁금해진다. 과연 이 시리즈는 나의 예상을 깨고, 또 한 번의 성공을 만들어낼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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