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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피소드 둘 :복수

성의는 반전

이방인으로 산다는 말을 그닥 좋아하지는 않지만 가끔 정말이해할 수 없는 일을 겪었을때는 일단 그 단어가 먼저 떠오르기는 한다 . 그 상황을 한참 지나서 곰곰히 생각해보면 그것도 사실 성급한 일반화의 한 예였을 수 있다고  생각하게 되기도 하지만 말이다.  헝가리에 와서 첫달, 그리고 일년에 한두번 꼭 아주 어이없는 일을 당할 때가 있는데 이번에는 그런 에피소드를 적어볼까 한다.

1.이곳에 이사온지 이 주일쯤 되었나. 이것 저것 담아온 짐정리를 하고우체국 박스 몇개를 꺼내서 종이 재활용함에 잘 접어 넣어놨고 수거되는 요일에 한번 잘 수거 되었길래 별 생각없이 지내고 있었는데 어느날 우리집 현관문 앞에에 내가 꺼내두었던 박스보다 훨씬 큰 빈박스들이 쌓여있고 거기에 빨간 글씨로 "잘게 잘라 버려"라는 말이 쓰여 있었다. 왜 이건 내가 모르는 말인데도 말 글씨에서 음성지원되는 것 같은...그런 쎄한 느낌...근데 억울하게시리 그 박스는 우리 것이 아니었다.

이 억울함을 풀고야 말겠다는 각오로 그날 당장 어학원 선생님에게 "우리것이 아닙니다"라는 문장을 배워서 나는 검정색 글씨로 또박 또박 써놨는데....심증이 있는데 물증이 없는 그 사람(윗집 나이드신 할아버지- 첫날 김과 이사인사 선물은 반갑게 받아주신)은 결국 몇날 몇일 그 박스는 치우시지  않았고 결국 우리가 손아프게 잘게 잘라 버렸었다.

2. 일년쯤 되었을때 중고로 차를 샀고. 주차장이 따로 없던 우리는 길가에 늘 차를 세웠는데 우리차 주차한게 맘에 안들었던 역시나 심증은 있는데 물증이 없어 따지지 못했던 그 분은(웃긴건 이 분도 아까 그 할아버지이실 가능성이 큼) 이번에는.우리차 와이퍼를 다 들어 놓고  아이들 팔로 한번에 안을 수 없을 만큼 두꺼운 나무 밑둥을 우리차 본넷에 예쁘게 올려두었다. 보자마자 입에서 절로 "제발....말로 하세요. 말로....변명이라도 할 수 있게요"라는 말이 절로 나왔다. 그 연세에 저 나무 올리느라 얼마나 힘드셨을꼬.

3. 최근 일인데 새집으로 이사오고 주차장에 입구에 여름내 자라서 차를 긁어대고 있는 가시나무를 좀 잘라서 옆 숲풀 깊숙히에  던져놨었다. 이웃들도그렇게 하길래 별 생각없이 오히려 우리 건물에 사는 사람들에게  좋은 일 한다고 그런건데 그날 저녁에 외출했다가 주차장 입구 들어서는데 깜짝 놀랐다. 우리가 던져놓은 가시나무는 물론이고 어디서 주워왔는지 모를 엄청 많은 나뭇가지와 다른 가시나무들과  2번에 등장했던것 같은 나무 밑둥까지 끌어모아 우리집 대문에 차가 드나들지 못하게 소담하게 쌓아두셨다.

이번에는 심증도 없어서 억울해 하며 수고롭게 우리가 다시 싹 다 치우긴 했는데 내가 이런 비슷한 일을 겪으면서 느낀것 중에 포인트가 이분들...복수도 참 성의있게 한다는 것이다.

너무 수고로운 일이 아닌가. 그냥 신고해도 되고, 와서 따져도 될 일인데 나쁘게 맘 먹으면 차에 펑크라도 낼 수 있을텐데 그러기는 커녕 참 많은 시간을 투자하고 수고를 불사하며 성의있게 골탕을 먹이신다. 그리고 그 정도는 절대 재산상의 손해를 입히지 않는 정도이다.  그래서 나도 불쾌함을 하루이틀정도면 털어버릴 수 있는 정도라는 말이다.

앞으로 또 우리는 얼마나 많은 실수를 하게 될까.

4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모름에서 시작된 실수는 일어난다.

이 성의있는 복수는 계속 될까? 아니면 여기도 슬금슬금 내 손에 흙 안묻히고 털어내는 단순하지만 정없는 복수를 보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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