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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리기 일기

유명한 일본작가가 달리기를 하며 떠오른 상념들로 엮은 책을 본적이 있어 나도 이쯤에서 한마디.


나의 달리기 역사는 아마 4년전 다른 커뮤니티에서 런데이 어플이 유행할 때쯤이었다. 달리기의 효과가 기적처럼 전파되기 시작했고 나도 별생각없이 동참했었다. 일단 시작이 쉽다.달리기!


러닝화를 샀고 쫄바지도 하나 샀다. 처음에는 1분도 못뛰고 헥헥 거리다가 8주 훈련코스를 마칠 무렵 30분을 쉬지 않고 뛸 수 있게 되었고. 이미 달리기의 효과를 몸소 체험하고 아들과 남편을 꼬셔 8주 코스를 완성했을 때 그게 뭐라고 눈물이 났었다.


몇해를 쉬다가 작년 여름 .몸이 이상징후를 느끼고 다시 달리기라도 해야겠다 싶어 재시작. 사실 그 전 가을에 큰 부상을 입어 근 1년간 뛰는 것은커녕 걷는 것도 부담스러운 시간을 보내고 난 후였는데 10분이라도 별 통증없이 뛸 수 있는 게 더없이 고맙고 즐겁게 느껴진게 큰 동기가 되었다.


일단 스포츠는ㅎ 장비빨!이라고 핑계좋게 좋은 러닝화와 쫄바지 하나 더 사고 착용감 좋은 이어폰 저렴이를 하나도 구입하고 다시 남편을 꼬셔 뛰기 시작.


런닝취미가 이제 장기적으로 지속되니 나는 10키로 마라톤 2회 경력과 남편은 10키로 1회 하프1회 풀마라톤 1회의 기록도 가지게 되었다. 막상 러닝을 시작하고 나니 어느 나라나 여행을 가면 러너들이 눈에 뛴다. 보이지 않던 사람들인데 막상 보이니 어디에나 아주 많다.


발길이 닿는 어느곳에서라도 뛰려는 러너들의 동기는 어디서부터 비롯될까. 내가 생각하는 달리기의 매력은 일단 명상또는 묵상과 비슷하다는 점에서 그 우선이 될 수 있겠다. 달리는 동안 막상 복잡한 생각이나 잡생각은 못한다. 잠시 하더라도 금새 생각이 사라진다. 그리고 헥헥거리는 나의 호흡만 남고 목표를 향한 자의적 피곤함만 남는다.


그마저도 조금 지나면 없어진다. 그리고 런닝은 나를 파악하는(실험할 수 있는) 굉장히 단순하지만 정확한 척도가 된다. 예를 들어 전혀 뛸 수 없을 것 같은 컨디션일 때 10분이라도 뛸수 있을까 했다가 30분을 뛰게 되면 ‘오 나는 이 정도의 불편함은 그냥 이겨낼만한 체력이구나.’ 또는‘ 이 불편함은 나한테는 별게 아니었구나. 괜히 안뛰었으면 후회할뻔 했네’ ,화장실이 가고 싶은 상태로 스타트를 해버린 러닝. 1시간을 별탈없이 뛰고 나면 ‘아. 나 한 시간정도는 참을 수 있나봐’ ,‘ 다음에 이럴때는 화장실 못가도 불안해하지 말고 일단 뛰어야 겠다.’ 발목통증을 무시하고 달리기를 시작한날 5분만에 정강이 통증으로 까지 이어져서 ‘아.더이상 한발도 못뛰겠네’ .‘ 아 몸 푸는거 별거 아니라고 생각하고 뛰었다가 큰 코 다쳤다, 다음에는 이런 통증있으면 쉬어야 겠다.’ 등등


이런 생각들과 깨우침은 몸이 같이 기억하는 거라 비슷한 경험치들은 머리와 몸에 그대로 기억되어 나에 대한 큰 공부가 되고 가끔 달리기코스를 인생에 비교하는 오글거리는 비유를 섞어보자면 사실 많은 부분에 적용이 가능할 법한 나의 인생에 대한 이야기로 바꿀 수 있다는 말이다.


막상 달리기 코스를 뛰는 건 좋은데 달리기가 끝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은 너무 너무 걷기조차 힘들고 짜증이나는건 ‘차를 타면 3분이면 될 길을 내가 20분을 걷고 있네’ 라는 상대적 불편함때문이라는 것도 알게 되었고 나는 그런 상대적 불편함을 몹시 견디기 힘들어하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아서 가능하면 딱 정해진 코스에서만 달리기를 하고 싶어하는 사람임을, 나를 테스트 하는 시간도 그런 트랙에서만 하고 싶어하는 사람이라는 것을 알게되었다는 것. 매번 달리기 하는 시간은 뭔가 채워지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는것.



뭐...다들 뛰어보시라. 후회는 없을 것이다.


(다음 달리기 관련일정은 다음주 주말 애들아빠 제네바풀마라톤 도전(두번째)에 동행. 혹시 집에 못돌아오고 거기 주저앉을까봐. 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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