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다페스트에서 아홉번째 새해를 맞았다.
이제 12월31일에 정신없이 터트리는 불꽃놀이도 신기하지 않고, 1월2일에 감옥에서 탈출하듯이 사람들이 거리로 쏟아져 나오는 것도 그러려니 할 수 있는 세월의 사람이 되었다.
크리스마스도 그렇고 송구영신도 그렇고 매년오는대도 매년 특별해야 할 것 같은 그 느낌은 설레임을 주기도 하지만 때에따라 부담스럽기도 하다. 나만 그런건 아니겠지.
올해는 특별히 두 아이들이 찐하게 연애중이라 어쩌다 나는 좀 부담을 줄일 수 있었다. 얼마나 고마운지. 그래도 이 정도는 신경써야지 하는 딱 그수준의 성의로.이런.게으른맘.은.티나지 않게 잘 지나갔다.
헝가리는 크리스마스는 가족들과 송구영신은 친구들과 보내는 문화가 있고 비슷한듯 하지만 음식도 , 풍습도 조금 차이가 있다. 그래서 크리스마스는 나도 아이들과 크리스마스영화를 같이 보며 분위기를 내고 맛있게 베이킹을 했다. 마지막날은 두녀석다 남친, 여친 만나러 가서 나는 근처 할머니네 가서 연말 공식음식인 렌틸스프와 비엔나 소시지를 먹고 샴페인을 마셨다. 그리고 카운트다운은 의도적으로 달리기중에 맞았다.
그렇게 새해가 되었고 겨울방하기 지나 아이들이 오늘부터 학교에 가서 나는 간만에 음악을 켜고 내 시간을 가진다.
작년부터즈음인가 한국에서 내 생일이나 크리스마스나 새해인사도 현저히 적게 온다. 이제 진짜 잊혀지고 있나 실감이 난다. 그래도 나는 올해 맘을 가벼히 하고 아무도 답장을 하지 않아도 괜찮다는 마음으로 손편지와 손그림으로 연하장을 적어 작년에 내가 한번이라도 나의 생존을 알렸던 이들에게
포토연하장을 보냈다. 혹시라도 나를 기억하고 나에게 다정하게 다시 말걸어주는 이 있으면 나도 그에게 그저 다정하리라 마음먹으니 가볍던 마음이 더 가벼워지는 듯 했고, 생각도 맘도 좀 정리된 것 같았달까. 새해 첫날에는 아이들과 맛있고 정성스럽게 설날 떡국을 끓여먹으며 , 올한해도 그저 이렇게 내가 먹고 싶은걸 뚝딱뚝딱 내손으로 만들어 우리 식구들이랑 소담하게 먹으며 하하호호 할 수 있으면 그거면 되었다 싶은 마음이 절로 들었다. 더 가지고 싶은것도 , 더 알고 싶은 것도 없다 싶은 마흔 중반 외국에서 맞이하는 새해는 . 오늘 내리는 눈처럼 소리없고 예뻤다.
그래서 좋았다는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