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지어 한국에서는 생리컵을 무역적으로 분류할 카테고리가 없다며 직구도 못하게 막아놔서(2017년 기준), 난 작년에 미국에 갔을 때 2개를 사왔다.
(큰 거 하나, 작은 거 하나. 각각 파우치와 케이스도 동봉된 상품이다)
개당 3만원 꼴이었고, 어떤 사이즈가 적합할지 몰라서 대형 하나, 소형 하나 사왔는데...1년째 대형 1개만 쓰고 있다.
주위에 말로만 적극 추천하다가, 드디어 생리컵 후기를 한번 정리해본다.
비용: 생리컵 >> 면생리대 >>>>>>>>> 일회용생리대
환경: 생리컵 >>> 면생리대 >>>>>>>>> 일회용생리대
촉감:생리컵 >>>>>>>>>>> 면생리대 >>>>>>>>> 일회용생리대
피부질환: 생리컵 >>>>>>>>>>> 면생리대 >>>>>>>>> 일회용생리대
냄새: 생리컵 >>>>>>>>>> 면생리대 >>>>>>>>> 일회용생리대
편리함: 생리컵 >>>>>>>>>>>>>>>>>> 면생리대 >>>> 일회용생리대
단연코, 그 모든 면에서 모두, 생.리.컵 압승이다.
1. 비용
일회용 생리대를 사용하면 1년에 5-6만원 넘는 돈을 생리대에 써야 한다. 한번 생리할 때 사용하는 생리대가 10-15개 정도 되니, 개당 300원으로 쳐도(백화점 세일가) 월 4-5천원은 나온다.
면생리대는 내가 샀을 당시엔 개당 5천원꼴이었는데, 하루에 2-3개를 교하고 삶으면 한달에 5-6개 정도를 사용한다.
그럼 1년에 3만원? 아니다. 13년 전에 10개 산걸 여태 쓰고 있다. 그럼 연간 5천원 꼴도 안 나온 것이다. (자세한 계산은 생략...)
반면 생리컵은 한번에 3-5만원 사이이지만, 잃어버리지 않는 한 평생 쓸 것 같다. 심지어 빨래도 안하고 생리 종료된 날에만 끓는 물에 살짝 삶으면 새것이 됨. 고로, 생리컵 승.
얼마 전 생리대 살 돈이 없어 깔창으로 연명하는 여학생들에 대한 가슴 아픈 기사를 본 적이 있는데, 생리대보다 생리컵을 주면 더 좋았겠다. (그랬다간 생리대회사에서 난리나겠지? 나쁜넘들 >_<)
2. 편리성
생리컵진짜 세상 편하다. 특히 잘 때.
생리중에는 아무리 반듯하게 자도 밤 중에 피가 대량으로 쏟아지면 속옷 뿐 아니라 이불까지 피범벅ㅠ
그래서 생리 때에는 생리통, 생리증후군에 '수면부족'까지 겹쳤다.
하지만 생리컵은, 자면서 데굴데굴 굴러도 괜찮다.
면생리대도 친환경적이지만, 빨래에 드는 물의 양을 생각한다면생리컵이 환경적인 면에서도 압승이다.
3. 걷거나 운동을 할 때에 사타구니 사이의 이물감이 없다.
일회용생리대의 비닐은 너무 뻣뻣하다보니 처음 생리를 시작한 중학생때에는 여린 살들이 생리대의 비닐에 쓸려서 상처나곤 했다. 일회용생리대에 고여서 딱딱하게 굳은 피딱지가 사타구니를 긁었을 때의 짜증과 고통이란 ㅠ
특히 중학교 체육시간에 뛰기라도 하면 생리대에 쓸려 상처난 곳에 자꾸 상처가 덧나서 정말 최악이었다.
그러나 생리컵은, 이물감이 '없다'고 하면 좀 억지지만 생리대 이물감의 1/1000 이라고 말할수 있겠다. 그래서 생리 3일차가 되어 더이상 생리통도 없는 즈음에는, 무려 내가 생리중인것을 까먹는부작용 아닌 부작용도 겪었다ㅋ
4. 오래 앉아서 일할 때, 엉덩이 부근이 뜨끈해지면서 피 냄새도 올라오면 찝찝함이 겹쳐 생리증후군이 하늘 높이 치솟는다. 고등학교 야자시간, 의자가 차가운데도 불구하고 방석에 피냄새 고일까봐 애써 방석을 치우고 나뭇바닥에 앉았던 기억이 난다. 일회용생리대를 사용하면, 그 생리대 특유의 화학성분과 피가 엉키면서 냄새도 고약했다. (문득 생각해보건데, 이 과정을 다 참아가며 중/고등 학창시절을 보낸 여학생들... 정말 대단하다.)
면생리대를 사용하면서부터는 그냥 순수한 피 냄새(?)만 나고, 그런 고약한 냄새는 안 나서 너무 좋았다.
그러나, 생리컵은 아예 피 냄새가 안 난다.
온갖 한방생리대, 어쩌구생리대, 다... 상술일 뿐이었다. 생리대 말고 생리컵 썼으면 냄새 따위 걱정 끝.
5. 여행갈 때 생리 시기가 겹치면 짐이 한보따리는 늘었다.
20세 이후로는 가능한 면생리대를 사용했지만, 여행갈 때는 부득이하게 일회용을 썼다. 일회용을 사용하면 쓰고 버리면 되지만, 면생리대는 빨아서 다시 가져와야 하니까 짐이 되고, 시간도 소요된다.
그런데 생리컵은 1개만 가져가면 된다. 초간단. 면생리대는 말려야 다시 쓸수 있지만, 생리컵은 물에 슥- 한번 헹군 뒤 탈탈 털어서 바로 다시 쓸수 있다.
6. 내가 사용하는 생리컵에는 "눈금"도 있어서, 생리 인생 20여년만에 내 피의 양을 처음으로 확인했다. 면생리대를 사용하면서 그나마 내 피의 '색깔'을 봤다고 좋아했는데ㅠㅠㅋ
면생리대 사용 시에 파악한 피의 색과 양이 대략적이었다면 생리컵은 정확하게 알 수 있다.
고갱님 오늘자 생리 10mm 나오셨어여... (사실 oz 온즈 단위 눈금이어서 잘 모름 ㅋ)
7. 21세 때 물놀이 가고 싶어서 처음 탐폰을 시도해봤었는데, 삽입에 실패해서 2-3개는 버렸던 기억이 있다. 한창 멋내고 싶던 시절에 탐폰을 많이 쟁여놨었는데, '탐폰 삽입했다가 강력한 흡입을 일으키는 화학성분 때문에 쇼크사 한 여성'의 기사를 읽고 난 후, 있는 탐폰 다 버렸었다ㅠ
일단 생리컵은 재질 면에서 매우 안전하다. 아기들 젖꼭지로도 쓰이는 실리콘 재질이다.
물론 적응기는 필요하다. 어떻게 접어서 삽입해야 하는지, 언제쯤 교체해주어야 하는지 등.
그런데 생각해보면, 처음 생리대를 사용하기 시작할 때도 적응기가 있지 않았나?
어렸을 땐 언제 생리대를 교체해야 하는지 몰라서 실수로 교복에 묻히곤 했다.
외국에는 10대 여성을 위한 생리컵 사용 방법 유투브 영상도 있다. 한국에도 나날이 각종 사용법과 관련한 정보가 많아지는 것 같다.
첫달에는 한번 잘못 삽입해서 샌 적도 있고, 양이 가득 찼는데 밖에서 어떻게 처리해야 하나 싶어 다시 집에 오기도 했었다. 영상도 틈틈이 보면서 요령을 터득했더니, 4개월차가 되면서는 밖에서도 능숙하게 피 안 튀게끔 뺐다가 피를 버리고 다시 삽입할 수 있게 되었다.
* 삽입 시 주의
1) 삽입시, 생리컵을 약간 접은 상태로 넣기 때문에 삽입 후에 다 펴졌는지 한바퀴 손으로 돌려가며 확인
2) 확인 후, 살짝 밖으로 잡아당기며 진공상태인지 확인
3) 뺄 때, 확 빼지 말고 살살살,, 빼야 피 안 튐
* 밖에서 사용팁
1) 화장실 가기 "전"에 손을 씻고 들어감
2) 피만 살짝 버리고 재삽입 (나 같은 경우는 수세식보다 재래식이 자세가 편했다)
3) 변기에 빠뜨리지 않도록 주의!
작년엔가. 한국에서 공구하려던 움직임도 있었는데 어이없게 관세청에서 통관 금지되었다는 생리컵. 그 이유도 정말 기가막히게 '항목 분류 불가' 였다고 한다. 생리대랑 같은 항목으로 분류하면 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