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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ide Oct 22. 2018

결혼은 행복의 끝?

인생의 제2막을 여는 소회

결혼 직전에, 가뜩이나 초예민한 시점에 여성전용헬스장을 간 것이 화근이었다. 결혼을 앞두고 운동 중이라는 나에게, "좋은 시절 다 갔네"라며, "결혼하면 끝이야"라며 인생 다 산 사람처럼 한숨을 푹푹 쉬어댄 망할넘의 아줌마들. 도대체 남의 경사 앞에 초를 치는 말만 골라 하는 그 능력은 어디서 배운 걸까? 지금도 생각하면 화가 난다. 아니 그렇게 좋은 시절 다 끊겼으면 그냥 이제라도 이혼하세요들... 다시 만나면 꼭 이렇게 얘기해주려고, 매일 매일 이 말을 곱씹고 있다. (전투력 100000%)


사실 결혼한 이후, 세상에나 이렇게 좋은 걸 다 왜 숨겼어! 할 정도로 매일이 좋았다. 연애할 때는 가끔씩 찐한 초콜릿을 먹는 기분이었다면, 결혼 이후엔 매일아침마다 김이 폴폴 나는 식빵이 배달오는 기분이랄까.


연애할 때는 연애"중"이라는 현재진행형 표현을 쓰는데 결혼은 왜 결혼"했다"라는 종결어미를 쓰는 것일까? 

왜 연애 끝, 결혼 시작. 은 뭔가 불길한 느낌을 주는 걸까. 라며 여전히 남편이란 호칭보다 남자친구라는 호칭을 더 정감있게 느끼는 나에게, 나의 남자친구이자 남편인 짝꿍이 "우리는 지금도 연애중인거야"라고 속시원한 해답을 말해주었다.


연애 3주년 기념일 외식. 우리는 아직도 연애기념일과 결혼기념일을 다 챙긴다ㅋ 연애 초심을 잃지 말자는 각오랄까.


여러 걱정과 망설임은 달달한 신혼생활 덕에 많이 극복하고 있고, 그 사이에 나는 남편이라는 단어도 꽤 사랑하게 되었다.


기성세대가 요구하는 형식의 결혼생활만 잘 거부하고 빠져나올 수 있다면, 결혼은 연애처럼, 아니 그 이상으로 달달하고 사랑스럽다. 우리는 다행히 제사도, 명절도 안 치르겠다고 선언하였고, 잘 받아들여진 덕에 더더욱이 다툼 없는, 정말 평화롭고 행복한 결혼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핑크빛 열애중 말고 핑크빛 결혼 이후, 를 표현하는 단어는 없을까. 내가 한번 만들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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