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교육/예술치유 현장이야기
오늘도 그 레퍼토리다. 울고있는 8살짜리 여자아이와, 자신이 뭘 잘못했는지 전혀 모른다는 표정의 남자아이.
주위 어른들은 남자아이를 혼내기는 커녕, 여자아이를 붙들고 이렇게 말한다. "쟤가 너 좋아해서 그래~"
아-니, 좋아하는데 왜 괴롭히는거지? 설령 좋아하는 마음을 그런식으로 표현하는 것이라면, 타인을 괴롭히는 방식으로 호감을 표현할 줄밖에 모르는 남자아이를 혼내야 하는 것이 아니냔 말이다. 좋아하면 더 잘해주는 것이 맞다고 알려주면서 말이다.
나는 남자아이에게, "방금 너가 OO의 등을 탁 치고 도망간 것이 잘못된 행동이고 OO를 아프게 했으니, 사과해"라고 말했다. 그런데 주위의 몇몇 어른들이, "장난친건데 뭘 그래"라고 나를 저지했고, 나는 그 누군가가 장난으로 한 행동이라고 해도 결과적으로 그 장난을 받은 아이가 상처입고 아프면 분명히 사과를 해야 한다고 짚었다. 어른들의 그런 반응이, 이 남자아이에게 "난 저 여자애를 좋아해서 한 행동이니까 괜찮아"라고 면죄부를 주고, 앞으로의 발전에 하나도 도움이 되지 않게 만든다고 하면서 말이다.
우리가 어렸을 때 그토록 들었던 레퍼토리, 그러나 진짜 폭력적이고 사라져야 할 레퍼토리이다. 성인이 되어 여자친구를 때리고, 안 만나준다며 욕하고 때리고 죽이는 데이트 폭력남들. 그들도 처음부터 그렇게 극단적이지는 않았을 것이다. 어렸을 때 좋아하는 여자애 치마 들추기 정도 쯤이야, 좋아하는 애 물건 하나 숨기고 약올리기 쯤이야 별것 아니라며 웃어넘겼던 어른들이 이러한 아이들의 폭력성 강화에 일조했다.
관심과 애정으로 포장된 학대는 이성관계 외에도 만연하다. 교사-학생 사이, 부모-자녀 사이 등등에서"다 너를 사랑해서 그러는 거야" 라는 말 하에 행해지는 온갖 신체적 언어적 학대와 폭력.
그 어떤 이유에도 정당화될 수 없다. 받는 사람이 싫으면, 싫은 거다.
제발, 누군가를 괴롭히는 아이더러 "쟤가 너 좋아해서 그래" 라고 말하지 말자. 좋아하는데 왜 그래? 아이들의 서툰 관심 표현 방식을 다듬어주고, 타인을 아끼는 행동을 배울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어른들의 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