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용 대비 가장 효율이 높은 인테리어 요소
내 집을 짓기에 앞서 내가 사는 공간에 대한 고민과 경험치가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내가 현재 거주하고 있는 주거 형태는 아파트/월세살이. 공간 변경의 제약이 매우 큰 상황이긴 하지만 그럼에도 소소하게 월세 집 안에서 바꿔볼 수 있는 인테리어 요소들을 이리저리 바꿔보고자 한다. 그 시작은 비용 대비 가장 효율이 높은 인테리어 요소라는 '조명(Lighting)'. 사실 조명의 중요성을 익히 알고 있었으나, 아가의 탄생을 앞에 두고 읽은 조명 관련된 책에서 머리를 띵하게 만든 부분이 있어 바로 실행에 옮기게 되었다.
- 마케터로서 머천다이징을 할 때 쨍한 조명을 많이 접하기도 했었고(이것도 요즘은 선호되지 않는 모양새지만 나 처음 업무 시작할 때는 그랬다)
- 엄마아빠와 함께 살던 주거환경에서 부모님은 유난히 밝은 조명을 선호하셨기에 기본 조명 선호값이 밝게 설정되어 있었다. (지금 생각해보니 부모님이 형광등을 선호하셨던 것은 명확한 이유가 있었다. 노안이 와서 시야의 상태가 전반적으로 침침하셨기 때문이었다...)
- 사실 필자의 눈 건강은 그닥 좋지 않다. 20대 중반에 #망막박리* 현상을 발견한 후 두 번에 걸쳐 떨어져나가는 망막을 시신경 쪽에 붙이는 레이저 수술을 진행했었고 지금도 일 년에 한 번씩 정기 검진을 받으러 다닌다. 그 때 이후 '혹시라도 실명을 할 수 있다'라는 막연한 두려움이 자리잡게 되었고 밝게 잘 보이는 것에 유난히 예민하게 되었다.
*망막박리
망막 박리는 망막이 안구 내벽으로부터 떨어져 뜨게 되는 질환을 의미합니다. 망막이 뜨면 망막에 영양이 공급되지 않아 시세포의 기능이 점차 떨어집니다. 이러한 상태가 계속되면 망막이 영구적으로 위축되어 실명하거나 안구가 위축됩니다. 이 경우에는 대부분 망막유리체 수술이 필요합니다.
(출처: 서울 아산병원)
https://www.amc.seoul.kr/asan/healthinfo/disease/diseaseDetail.do?contentId=31157
현재 사는 신혼집은 2019년에 완공된 신축 아파트이다. 그렇다보니 조명 등의 기본 설치값도 나름 최근의 선호도에 기반해서 세팅이 되어있던 듯 했는데, 이 신혼집에 처음 입주했을 때 가장 마음에 안들었던 부분이 바로 조명이었다. 모양도 못생겼거니와 기본으로 설치되어있던 조명 색온도 (4,000K이었음)가 나에게 너무나 어둡게 다가왔기 때문이다. 집 안에서의 밝은 빛을 그닥 선호하지 않던 남편은 이 마저도 낮춰도 되겠다고 생각했으나 이런 조명 아래 오래 있으면 우리 눈이 더 나빠질거라고 강력히 주장한 나의 의견이 받아들여져 침실과 옷방 등을 제외하고는 결국 자발적으로 5,700K 조명으로 바꿨더랬지...
나의 첫 아이가 태어나 머문 산부인과 병원의 신생아실 천장에는 아이의 시선에서 볼 때 광원이 그대로 노출되는 조명 기구가 설치되어 있었다... 하지만 이는 그 밑에 앉거나 서서 활동하는 일반인의 시선을 기준으로 설계된 조명 기구다. 하루 종일 누워 고개도 스스로 돌리지 못하고 천장만 바라볼 수 밖에 없는 신생아는 램프를 눈으로 직접 바라볼 수밖에 없다... 누워있는 사람의 시선을 고려하지 못한 조명 기구다.
- 빛의 얼굴들 (조수민 作) 책 중
그런데 조명과 관련된 책을 읽다 보니 이 밝은 조명이 오히려 내 눈을 더 안 좋게 만드는 원인이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장 충격적인 것은 이 밝은 빛이 누워있는 아가에게 직접 닿았을 때 어떤 일이 일어날 지 한 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었다는 것이다...! 당장 다음 달에 아가를 만나게 되는데!!!
다행이 내가 출산하는 병원/조리원은 조명에 대한 인지가 충분히 있는 곳인지 홈페이지에도 아래와 같은 설명이 적혀있었다.
눈부심 방지 논글레어 조명 사용
신생아의 편안한 숙면을 위한 환경 조성
그렇다면 이제 아가의 스윗홈인 우리집의 조명을 바꿀 차례. 조명 모양까지 해서 야심차게 바꿔볼까 했지만 너무 선택지가 많다보니 일단 기능적으로 당장 적용이 필요한 램프 색상을 바꿔보기로 했다.
1) 거실 램프 색상 바꾸기 (5,700K 주광색 → 4,000K 백색으로)
사실 아가의 눈건강 등을 생각하면 오렌지 색 (3,000K) 조명이 맞을 것 같지만 바로 이 조명으로 넘어가기엔 밝음을 선호하는 내 눈이 영 적응을 못할 것 같아 우선 현재 거실 조명인 형광등 색과 이상향인 오렌지 색 사이의 중간 값인 백색 조명으로 바꾸어보기로 했다.
2) 침실 조명: 천장 등을 켜지 않고 오렌지색 스탠드 등 써보기
사실 침실의 조명이 밝을 필요는 없다. 잠을 자고 편안하게 쉬는 곳이니까. 거기에 아기가 함께 할 공간임을 생각하면 더더욱 밝은 조명은 불필요할 듯 해서 저녁 시간에 필요할 때가 아니면 굳이 천장등을 키지 않기로 했다.
나이가 들 수록 노안이 오면서 더 많은 빛이 필요하다고 한다. 당장 우리 부모님 집에만 가도 불을 환하게 키고 사신다. 자연광이면 모르겠는데 형광등이나 모니터 스크린을 오래 보고있다보면 쉽게 피로해지는 나의 눈. 그래, 굳이 미리 내 눈에 많은 피로감을 줄 필요는 없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