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옥을 지어 살고 있는 작가의 뿌듯함과 자신감을 엿볼수 있는 책
집을 지을 생각을 하고부터 실제 주택을 지은 경험이 있는 사람들이 쓴 책을 두루 읽어보려 노력하고 있다.
그 중에 '은평한옥마을' 에서 독특하게 '한옥'의 형태로 집을 지으신 분의 책이 있어 읽어보았다.
책 제목: 집은 그리움이다
저자: 최효찬, 김장권
저자의 주거 경험담 (20번 넘게 사는 곳을 옮기셨더라) 및 역사적으로 유명했던 사람들의 집에 대한 생각을 들여다본 후, 본격적으로 본인이 어떻게 집을 짓게 되셨는지 그 과정을 설명하는 책이었다.
사실.... 저자의 어투가 썩 맘에 들지는 않았다.
자만심과 자신감 사이에서 본인의 '집짓기' 선택이 얼마나 옳았음을 자주 역설하는데, (단독주택을 짓고 싶어하는 나 조차) 아파트 삶에 대한 평가절하 및 주택의 장점에 대해 꽤 강하게 언급하시는 부분에서 눈살이 찌푸려질 때가 있었다. 특히 2021년, 부동산 및 아파트 가격이 그 어느때보다 뜨거운 감자인 상황에서 이런 텍스트를 읽으니 더 거부감이 들었던 것 같다.
그러나 다시 생각해보니 집을 짓는 일이 쉬운 일은 아닐 뿐더러 저자 역시 예산 제약 하에서 이리저리 스트레스 받았던 일들을 간간히 드러내신 것을 보아, 이 정도의 강한 자기확신이 없이 집 짓기를 실현하시는 것이 어려웠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설계하기 전부터 명확한 방향성이 필요해.
처음 설계하실 떄 부터 게스트하우스라는 공간을 별도로 염두해두고 독립된 화장실 추가 등등이 언급되어 있던데, 지인분들이 오셨을 때의 손님방인가 싶었는데 찾아보니 호텔 예약 사이트 등에 게스트 하우스로 올라와 있었다. (나야 상업적인 공간을 겸할 생각은 없지만) 처음 계획할 때 부터 확실하게 집의 목적을 협의하는 것이 중요하겠다 싶었다.
정주, 고향의 중요성?
(저자 세대까지는 모르겠지만) 80-90년대 생들에게 ‘고향’이라는 개념이 있을까? (국내를 넘어 해외까지) 이주가 점점 더 자유로워지는 세상에서, 그리고 더 좋은 것에서 살기위해 개인이 이주를 선택할 수도 있음에도 ‘정주’, ‘고향’의 가치가 예전처럼 중요할까? 물론 나만 하더라도 어린 시절에 마당이 있는 한옥 주택에서의 거주 경험이 아주 좋은 기억으로 남아있기는 하나, 그 기간도 그래봤자 3년 정도였다. 어린 시절을 품는 주택에 대한 좋은 기억을 가지는 것은 나의 아이에게도 꼭 필요하다고 생각하나, 꼭 그 곳에서 '정주'해야 하는지는 잘 모르겠다. 물론 집을 짓는다는 결심을 하기 위해서는 그 곳에서 한동안 오래 살 것이라고 마음 먹어야 하긴 하지만, 나의 주거와 관련된 미래를 너무 한 곳에 메어두고 싶지는 않다. 상황이 어찌 될지 모르니까.
책에서 인상적이었던 부분을 옮겨 적어보자면
르코그뷔지에가 가장 애지중지했던 집이 ‘작은 집’에 불과하다
생텍쥐페리는 전쟁 중 생사를 남나드는 상황에서도 유년기절의 기억으로 일시적인 마음의 평화를 얻었다. 유년시절은 부모와 자녀가 얼마나 아름다운 기억을 공유하느냐에 따라 부모자녀사이의 유대감을 결정한다
가스통 바슐라르는 집을 “우리의 최초의 세계다. 그것은 정녕 하나의 우주다”고 묘사했다.
우리 시대의 주거 문화는 정주 문화가 아니다. 전세제도 등등으로 초원의 목동처럼 옮겨다니는 유목문화여서 한 사람의 성장사는 여러 집에서 살았던 흔적을 조각조각 모자이크 하듯 구성해야 한다.
집을 지으려면 제대로 지어야지. 내가 또 언제 집을 지을 수 있을까?
집을 짓는 일은 인생에서 의미 있고 즐거운 일이다. 집을 짓는다는 것은 어쩌면 내 삶에서 가장 분주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는 의미다. 집짓기는 과한 것을 덜어내고 부족한 것을 보완하는 과정인 듯 하다. 그렇지 못하면 역으로 집이 인간을 지배할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