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어나지 않을 일을 걱정한 적 있다.
지하도를 지나며, 무너지면 어쩌지?
전봇대를 지나며, 옆으로 쓰러지면 어떡해.
엘리베이터를 타며, 멈추면 어떡하지?
일어날 법했지만 일어나지 않았다.
반려동물을 키우며 걱정한 적 있다.
얘가 없으면 어쩌지?
얘가 죽으면 슬퍼서 어떡해.
다가온 걱정의 무게는 훨씬 무거웠다.
이것은 언젠가 반드시 일어나는 일이기 때문이다.
이별 후 5년,
걱정이 무색할 만큼 잘살고 있다.
물론 그립다.
많이 슬펐다.
이젠 더 해줄 수 있는 게 없기에
후회는 쓸모없었고,
나의 슬픔에 빠져있기엔
이 친구가 두고 간 온기가 따듯했다.
오랫동안 아파하기보단
네가 두고 간 소중한 것들을 감사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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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두고 간 온기
네가 떠난 뒤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