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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IMZI Nov 02. 2018

2. 네가 떠난 뒤에


일어나지 않을 일을 걱정한 적 있다.

지하도를 지나며, 무너지면 어쩌지?

전봇대를 지나며, 옆으로 쓰러지면 어떡해.

엘리베이터를 타며, 멈추면 어떡하지?

일어날 법했지만 일어나지 않았다.


반려동물을 키우며 걱정한 적 있다.

얘가 없으면 어쩌지?

얘가 죽으면 슬퍼서 어떡해.

다가온 걱정의 무게는 훨씬 무거웠다.

이것은 언젠가 반드시 일어나는 일이기 때문이다.


이별 후 5년,

걱정이 무색할 만큼 잘살고 있다.

물론 그립다.

많이 슬펐다.


이젠 더 해줄 수 있는 게 없기에

후회는 쓸모없었고,

나의 슬픔에 빠져있기엔

이 친구가 두고 간 온기가 따듯했다.


오랫동안 아파하기보단

네가 두고 간 소중한 것들을 감사하기로 했다.


-

네가 두고 간 온기

네가 떠난 뒤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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