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by 승아



승아야, 아직도 사랑을 믿니? 왜 또 사랑 타령이야.


매번 스스로를 다그치면서도 끝내 포기하지 못한다. 누군가를 사랑하는 그 일을. 미친 듯이 울부짖고, 심장이 찢어질 것처럼 아파도 또다시 그 자리에 서 있는 나를 본다. 이게 내 주특기인 걸까. 아니면 오래전부터 몸에 밴 습관 같은 걸까. 끝을 어렴풋이 짐작하면서도 손을 뻗는 일, 결말을 알 것 같으면서도 모르는 척 걸어 들어가는 일. 사랑 앞에 서면 나는 한없이 작아지다가도, 이상하리만치 대담해진다.


나를 바라봐줘요. 나를 어루만져주어요. 나를 예뻐해 줘요.


이 단순한 문장들이 목 끝에 걸려 쉽게 내려가지 않는다. 누군가의 눈동자에 조금 더 오래 머물고 싶고, 서로의 체온이 닿는 순간만큼은 세상에서 가장 안전한 사람이 되고 싶다. 나는 왜 이렇게 확인을 갈구할까. 왜 ‘사랑해’라는 한마디에 하루의 온도가 달라질까. 그 말이 있으면 겨울도 견딜 수 있을 것 같고, 그 말이 없으면 한여름에도 서늘해진다.


어렸을 적, 충분한 사랑을 받으며 자랐다. 그래서인지 어딘가에는 모든 사람이 결국 나를 사랑해 줄 거라는 순진한 믿음이 남아 있다. 어쩌면 그 믿음이 나를 더 강박으로 몰아넣는지도 모른다. 너도 당연히 나를 사랑해 주겠지. 나는 인정받는 일을 숨 쉬듯 받아들이면서도, 또다시 더 큰 사랑을 요구한다.


어쩌면 내가 원하는 건 사랑 그 자체가 아니라 확신일지도 모른다. 버려지지 않을 거라는 확신, 결국 혼자 남지 않을 거라는 보장. 그래서 작은 변화에도 마음이 요동치고, 사소한 침묵에도 의미를 덧붙인다. 사랑을 믿는다 말하면서도, 동시에 끊임없이 증명받고 싶어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또 사랑을 한다. 내가 사랑을, 사랑이 나를 망가뜨릴 수 있다는 걸 알면서도, 동시에 나를 숨 쉬게 한다는 것도 알기 때문이다. 사랑하는 순간의 나는 가장 솔직하고, 가장 뜨겁고, 가장 나답게 살아 있다. 상처가 두려워 마음을 닫는 것보다, 아파도 다시 열어두는 쪽을 택하는 사람. 그게 나다.


그래서 오늘도 조용히 묻는다.


승아야, 아직도 사랑을 믿니?


응, 믿어.

아파도, 또.


이 이야기는 조금은 볼만한, 하지만 보잘것없는 사랑에 관한 이야기다.



목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