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호에 우리의 흔적이 남아있을까

by 승아


우리는 묵호를 향해 달렸다. 내비게이션에는 세 시간이 찍혀 있었다. 창문을 조금 내리고 담배를 물었을 때, 코끝을 스치는 공기는 차갑고도 맑았다. 그 맑음이 이상하게도 마음 깊숙한 곳을 건드렸다. 내가 “묵호에 가보고 싶어”라고 툭 던지듯 했던 말을, 그는 망설임 없이 행동으로 옮겼다. 그 사실이 뒤늦게 와닿아, 이유 없이 눈이 시렸다. 나는 괜히 눈을 찔끔 감았다가 떴다. 아무렇지 않은 척을 하려는 습관처럼.


짐을 바리바리 싣고 달리는 자동차 안은 따뜻했다. 히터 때문만은 아니었다. 기어 옆에 가만히 얹혀 있던 그의 오른손을 잡았을 때, 그 온기가 더 분명하게 전해졌다. 우리는 막 맞춘 커플티를 입고 있었다. 어쩌면 조금은 유치하고, 또 조금은 뻔한 선택이었지만, 그날의 우리는 그런 것마저도 기꺼이 사랑하고 있었다. 그렇게 우리는, 서로의 온기를 나누며 묵호에 거의 다다랐다.


그는 하루도 빠짐없이 퇴근하자마자 내게 달려오던 사람이었다. 피곤할 법도 한데, 내 앞에서는 늘 아무 일 없다는 듯 웃어주었다. 내가 마음 편한 것이라면 무엇이든 해주려 했고, 그 마음은 말보다 행동으로 먼저 다가왔다. 묵호 여행 또한 그랬다. “나 묵호 가보고 싶어. 마을이 정말 정겹대.” 내가 그렇게 말하자마자, 그는 그 자리에서 휴대폰을 꺼내 숙소를 예약했다. 그 망설임 없는 선택이, 나를 더 깊이 흔들었다.


도착하자마자 우리는 차 문을 닫고 곧장 바다로 달려갔다. 서로의 손을 꼭 잡은 채였다. 놓칠 이유가 없다는 듯, 자연스럽게 얽힌 손이었다. 바다는 생각보다 더 가까이 있었고, 생각보다 더 넓었다. 삼각대를 세워 사진을 찍고, 다시 뛰어가고, 또 웃었다. 우리는 그 순간을 남기기 위해 애쓰면서도, 동시에 그 순간 속에 완전히 잠겨 있었다.


마을을 걸었다. 골목을 따라, 바다를 따라, 목적지도 없이 걸었다. 서너 시간쯤 흘렀을까. 시간의 감각은 이미 희미해져 있었다. 우리는 끊임없이 이야기를 나눴고, 사소한 것에도 웃음을 터뜨렸다. 침묵이 찾아와도 어색하지 않았다. 그저 같은 방향을 바라보며 걷는 것만으로도 충분했다.


“우리가 봤던 바다 중에 제일 맑다.”


그가 조용히 말했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지만, 사실 그 말이 가리키는 것은 바다만이 아니라는 걸 알고 있었다. 그날의 우리, 그날의 감정, 그리고 서로를 향하던 마음까지도 포함된 말이라는 걸. 우리는 나란히 걷고 있었지만, 눈은 같은 풍경을 보고 있었지만, 마음은 서로를 향해 있었다. 말로 확인하지 않아도 알 수 있는 감정이, 분명히 그곳에 있었다.


해가 조금씩 기울 무렵, 바다는 더 깊은 색으로 변해갔다. 우리는 잠시 걸음을 멈추고, 아무 말 없이 그 풍경을 바라봤다. 손은 여전히 맞잡은 채였다. 그 순간이 너무 조용하고 단단해서, 영원히 이어질 것만 같았다. 그래서였을까. 나는 그때, 이 시간이 언젠가는 지나갈 것이라는 사실을 애써 외면하고 있었다.


그리고 시간이 흘렀다.


3년이 지난 지금, 사람들 사이에서 묵호가 유명해졌다는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나는 그를 떠올린다. 그날의 공기, 그날의 온기, 그리고 아무렇지 않게 내 손을 잡아주던 그의 손까지도 함께. 문득 궁금해진다. 그때 우리가 걸었던 골목에, 우리가 웃으며 남겨둔 순간들이 아직도 남아 있을까. 바다는 여전히 그 자리에 있을 텐데, 그날의 우리는 이제 어디에도 없다는 사실이 낯설게 느껴진다.


하지만 어쩌면, 사라진 것은 우리가 아니라 시간일지도 모른다. 그날의 우리는 여전히 그곳 어딘가에 머물러 있을 것만 같다. 바다를 향해 뛰어가던 모습으로, 서로의 손을 놓지 않던 그 순간으로.


그래서 나는, 여전히 묵호를 떠올리면 마음이 시리다. 그건 추억이기 때문인지, 아니면 아직 끝내지 못한 마음 때문인지, 이제는 잘 모르겠다.



목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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