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 4년이 지난 지금도 저는 아직 그곳에서 벗어나질 못하고 있습니다. 시간이 약이라는 말은, 제게는 어쩐지 남의 이야기처럼만 들립니다. 사계절은 네 번이나 바뀌고, 거리의 풍경도, 제 주변의 사람들도 많이 달라졌는데, 이상하게도 그 시절의 공기만은 제 안에서 조금도 흐려지지 않았습니다. 여전히 선명하고, 여전히 제 숨을 붙잡습니다.
선생님, 사람은 사람으로 잊힌다고 하셨죠. 저도 그 말을 믿어보려 애써봤습니다. 다정한 사람을 만나기도 했고, 저를 조심스럽게 대해주는 따뜻한 사람의 손을 잡아보기도 했습니다. 그들의 온기가 거짓은 아니었고, 분명히 저는 그 안에서 잠시 편안해지기도 했습니다. 그런데도 이상하게, 그 어떤 온기에도 완전히 몸을 맡길 수가 없었습니다. 마치 이미 한 번 너무 깊이 스며든 온도가 있어서, 그보다 낮은 모든 온도는 결국 스쳐 지나가는 바람처럼만 느껴지는 것처럼요.
선생님, 제게 그 시절의 제가 그리운 것이라고 말씀하셨죠. 그 말이 틀렸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너무 정확해서, 그래서 더 받아들이기 어려웠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저는 여전히 동의할 수 없습니다. 만약 정말 그 시절의 제가 그리운 거라면, 저는 분명 웃고 있던 저를 떠올렸을 겁니다. 아무것도 의심하지 않던, 마음을 다해 누군가를 믿고, 아무런 계산 없이 사랑을 주던 그 순수한 얼굴을요.
그런데 선생님, 제가 붙잡고 있는 건 그런 장면들이 아닙니다. 오히려 그 반대에 가깝습니다. 무너져 내리던 순간들, 이유도 모른 채 숨이 막히던 밤들, 그 사람의 말 한마디에 하루가 뒤집히던 그 불안한 시간들. 저는 왜인지 그 장면들에서조차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그건 그 시절의 제가 그리워서라기보다, 그 시절 속에 제가 아직도 갇혀 있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저는요, 사람을 사람으로 잊지 못합니다. 아니, 어쩌면 ‘잊는다’는 방식 자체를 잘 모르는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사람은 사라지지만, 그 사람이 제 안에 남기고 간 감정은 사라지지 않습니다. 말투 하나, 눈빛 하나, 손끝의 온도 같은 것들이 시간이 지나도 형태를 바꾼 채 계속 남아 저를 붙잡습니다. 그래서 새로운 사람을 만나도, 저는 온전히 그 사람만을 바라보지 못합니다. 항상 어딘가에 겹쳐져 있고, 어딘가에서 비교되고, 어딘가에서는 여전히 그때에 머물러 있습니다.
사 년 전, 그 기억 속에서 저는 아직도 살아가고 있습니다. 현재의 저는 분명 다른 시간 위에 서 있는데, 제 마음만은 여전히 그곳의 바닥을 딛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앞으로 나아가려 하면 자꾸만 발목이 붙잡히고, 새로운 감정을 받아들이려 하면 어딘가에서 균열이 생깁니다.
선생님, 저는 정말로 벗어나고 싶은 걸까요. 아니면, 사실은 아직 놓고 싶지 않은 걸까요. 그 시절의 아픔까지도 저라는 사람을 이루는 일부가 되어버려서, 그것마저 잃어버리면 제가 텅 비어버릴까 봐 두려운 걸까요.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아직은 모르겠습니다. 다만 분명한 건, 저는 여전히 그때의 공기 속에서 숨을 쉬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그리고 그 숨이 가끔은 너무 익숙해서, 벗어나야 한다는 생각조차 희미해진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오늘도 이렇게, 선생님께 말을 건네봅니다. 저는 아직, 그곳에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