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속감과, 자기 효능감, 그리고 경험을 공유하다.
7월 말에 시작했던 온라인 자조모임 1기를 마치고서, 사람들에게 뭔가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굉장한 성취감을 맛볼 수 있었습니다. 도움이 많이 되었다는 후기를 보며 새롭게 힘을 얻어서 자조모임 2기를 시작할 수 있었습니다.
지난 회차에도 많은 분들이 도와주셔서 순조롭게 진행할 수 있었는데, 이번 회차에도 역시 제가 인복이 많은 것인지 참여 크루분들의 도움으로 2기 1회 차 모임을 어제 잘 끝낼 수 있었습니다. 지난 회기 때 아쉬웠던 점은 카메라를 끄고 참석하신 분들이 많았다는 것이었는데, 이번 회기 때에는 카메라를 키신 분들이 끄신 분들 보다 더 많았다는 점이 만족스러웠습니다. 온라인 모임의 한계는 분명 있긴 했지만, 그나마 카메라와 마이크를 켜고 모임을 진행하는 것과 그렇지 않은 것에는 정말 큰 차이가 있습니다. 온라인의 가장 큰 단점은 의식하지 못하는 수많은 감각정보들을 인지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실제로 오프라인에서 만날 때에는 시선이 다른 곳을 향해있을 때조차 옆 사람이 나를 보고 있는지 아닌지를 쉽게 '느낌'으로 알 수 있습니다. 옆 사람이 다리를 떨고 있는지 어떤 감정인지 까지도 느껴지는 경우도 있죠. 하지만 온라인에서는 그에 안되기 때문에 온라인에서 만날 때에는 꼭 카메라와 마이크를 켜야 제대로 된 소통이 가능합니다.
온라인 자조모임을 하는 이유는 이렇습니다.
첫째, 소속감 : 인간은 다른 사람과 정서적인 유대감을 가지고 애착을 형성하고자 하는 심리적 욕구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때 관계의 양보다는 질이 중요합니다. 흔히 만성적인 우울감과 불안감을 호소하는 사람들은 주변 사람들로부터 이해받지 못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뭐 그런 걸 가지고 그래, 나는 너보다 더 했어. 네가 의지가 부족한 거야... 세상이 뭐 그렇게 호락호락한 줄 알아?"라며 공감보다는 질타를 받게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렇기에 '우울함 또는 두려움'이라는 비슷한 문제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과 모인다는 것은 인간의 심리적 욕구 중의 하나인 '애착의 욕구'를 충족시켜 주는 가장 중요한 요인 중 하나입니다.
사람은 누군가와 연결되어 있다는 느낌을 받을 때가 가장 행복합니다. 하버드 대학에서 무려 84년을 행복에 대해 연구한 로버트 웨딩어(Waldinger, Robert) 박사는 행복하고 충만한 인생의 비결이 돈이나 성공에 있는 것이 아닌, 인간관계에 있다고 말합니다. 에어비엔비(Airbnb)의 CEO인 Brian Chesky는 Airbnb라는 스타트업을 친구 두 명과 같이 시작하고, 가족처럼 같이 살며, 밥을 먹고, 같이 놀면서, 같이 일을 했을 때가 정말 행복했었다고 말합니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 Airbnb라는 스타트업이 로켓처럼 갑자기 성장해 큰 사업이 되었고 셋이 같이 CEO가 되었지만, 그 뒤 홀로 그 스타트업의 CEO가 되었을 때부터 점점 더 외로워졌고 불행해졌다고 말합니다. 사업은 성장했지만 그 성장에 비례해서 외로움 또한 커져갔던 것이죠.
둘째, 자기 효능감 : 인간은 자율성의 욕구를 충족시키고자 합니다. 행동의 원인이 자신에게 있을 때 사람은 자신의 의지에 따라 자신의 인생이 결정된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습니다. 온라인 자조모임에 스스로 참석한다는 것은 그 자체로 자신의 선택으로 자신의 인생을 바꾸고자 하는 선언에 가깝습니다. 참석하는 자체만으로 자신을 능동적으로 변화하겠다는 의지를 갖고 실제로 바뀌는 경험을 하게 되는 것이죠. 현재는 무료로 진행하기에 과제를 수행하기에는 그 동기가 부족할 수 있지만, 유료로 진행될 경우 과제를 내 주어 그 과제를 실행함으로써 자신의 효능감이 올라가는 경험이 더 커질 것으로 예상됩니다.
셋째, 경험/지식 공유 : 이 모임에는 제가 진행하는 강의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지난 기수에서도 제가 해드린 강의가 굉장히 도움이 되었다는 피드백을 받았습니다. 제가 뭐 대단한 사람이라서 강의를 하는 것이라기보다, 저의 4년간의 우울증 극복기와 방법을 구체적으로 공유하는 것이 누군가에게는 큰 도움이 될 것이라는 기대 때문이었습니다. 대부분의 심리상담이나 병원치료에서는 '치유 원리'에 대해서는 가르쳐주지 않습니다. 다만 심리상담에서는 상담자와 내담자는 한 팀이 되어 내담자의 문제를 파악하고 그 문제를 정의하고 해결하기 위해 내담자의 심리적인 문제를 발견하고 해결하고 궁극적으로 내담자의 내면적 성장을 이루는 것을 도움을 주는 것이 그 목적입니다. 저 또한 심리 상담을 여러 번 받았고, 병원 치료도 하였지만, 치유란 것이 타인이 해주는 것에는 한계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결국 본인을 바꿀 수 있는 것은 본인 자신 밖에는 없는 것이지요. 그렇기에 치유의 근본적인 원리를 (종교나 신비주의가 아닌 방향으로) 아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앞으로 이 강의를 더 갈고닦아서 오프라인 강의 형식으로 만들어볼 생각입니다.
앞으로 남은 3번의 만남이 더욱 기대됩니다. 그리고 이 만남이 더 깊고 깊게 이어졌으면 좋겠습니다. 지난 기수 모임을 진행하다 보니 정식 모임보다 후에 이어질 꾸준한 모임이 더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사실 혼자서 하기에는 너무 벅차네요. 모든 일에는 조력자가 필요하다는 것을 깨닫습니다. 삶이란 언제나 함께 가는 것이지요.
https://www.youtube.com/watch?v=g5GaBnavBrY&t=4581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