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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슬슬킴 Feb 11. 2021

3월부터 직장인

__ 두근두근 쿵쿵


아이들과의 시간이 기대된다. (조금 걱정된다.)



유아 놀이학교 미술 선생님으로 일하게 되었다. 한 반을 책임지며 담임 역할까지 할 것 같다. 아이들과의 시간을 미술 수업으로 보내는 일은 꽤 경험이 많지만 한 반을 맡아 담임 선생님을 하기는 처음이다. 어차피 하게 되는 일은 아이들이 여러 가지 수업을 받는 동안에 미술실에서 아이들과 수업을 하는 일이 주된 업무지만 등원, 점심식사, 하원을 책임져야 한다. 한 반에 아이들이 평균 8명 정도라서 큰 부담은 없지만 담임선생님을 믿고 아이들을 맡기는 부모님들이 걱정하지 않게 잘해야 할 것이다.



올해 일을 시작해야 해서 구직 사이트를 슬렁슬렁 둘러보던 중 처음으로 지원하고 처음 면접을 봤는데 일을 하게 되었다. 쿠리가 농담 삼아 "취직이 제일 쉬웠어요."라고 말했지만 우린 정말 감사한 마음으로 기뻐했다. 미술로 아이들을 만나게 되다니 얼마나 감사한 일인가. 이 일이 아니었다면 파트타임 미술 학원일로는 턱없이 부족하기에 육체적으로 힘든 일을 찾아 하게 되었을지도 모른다. 물류센터도 둘러보고 반찬가게, 식당 서빙도 염두에 두던 참이었다. 저질체력인 나로서는 엄두가 안 나지만 어쩔 수 없이 하게 되었을 것이다.



아이들과의 시간이 호락호락하지 않다는 것은 아는 사람은 잘 안다. 정신없고 힘들고 화도 나고 울고 싶을 때도 있다. 그러나, 그래서 얼마나 값진 시간인지도 아는 사람은 알고 있다. 귀한 시간, 영감이 뿜어져 나오는 시간, 순수와 순진이 몽글몽글 피어오르는 솜사탕 같이 달콤한 시간. 두근두근 조금 두렵기도 하지만 기대된다. 그림책을 만드는 나에게 얼마나 귀한 시간이 될까. 힘든 시간이 와도 아이들의 엉뚱한 생각, 행동, 시적인 말들이 내 마음을 녹여줄 걸 나는 잘 알고 있다. 




경제적인 이유로 해야만 했던 취업이지만 내가 좋아하는 일로 하게 되다니 큰 행운이다. 힘든 일이 있어도 지금의 마음을 잊지 않고 기운 내서 일하고 싶다. 쿠리 혼자서만 힘들게 일했던 그동안의 시간을 당장은 아니더라도 보상해주고 싶다. 복을 지은 쿠리에게 복을 주는 내가 되고 싶다. 





(덧)

희승이가 혼자서 온라인 수업을 하고 합기도에 다녀와야겠지만, 5학년이 된 희승이가 잘 해낼 걸 알고 있다. 4학년 때도 온라인 수업을 스스로 잘해나가는 모습을 봐서 안심이 된다. 점심 도시락을 미리 싸놓으려 한다. 편지까지 써서 도시락이랑 같이 준비해놓고 싶다. 지금 마음은 그렇다.ㅋㅋ 힘들면 반찬을 사다가 도시락통에 넣어 놓더라도 엄마를 생각하며 점심을 맛있게 먹을 수 있게 꼭 준비해 놓을 것이다. 코로나가 사라져서 학교에 다니게 되면 나의 직장생활은 조금 더 수월해지겠지. 앞으로의 시간이 기대된다. 힘든 일은 당연히 올 것이고 난 잘 이겨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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