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슬슬킴 Feb 18. 2021

12살 아들의 솔루션

__ 고맙고 고맙다.

내 사랑 이희승


같이 저녁을 먹으며 희승이와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눴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3월부터 직장에 나가면 앞으로 늦잠 못 자니까 당분간 늦잠자도 이해해달라고 희승이에게 말했다. 그랬더니 희승이가 자신의 경험담을 쏟아 놓는다.


"엄마, 그러면 안돼. 조금만 더 자야지, 5분만 더 자야지 그러다가 지각하는 거야. 내가 다 경험을 해본 거잖아. 7시에 일어나야 하면 그때 알람을 맞춰놓고 알람을 듣고는 바로 일어나야 해. 조금만 더 자겠다고 알람을 끄잖아? 그러면 그때 딱 지각을 하더라고. 그런데 7시에 맞춰놓고 벌떡 일어나는 걸 계속하잖아? 그러면 나중에는 알람이 울리기 전에 눈이 딱 떠지는 거야. 그러니까 알람을 맞춰놓고 바로 일어나는 습관을 들여야 해!"


"내가 내일부터 같이 일어나 줄 테니까 같이 연습하자. 내일은 8시에 알람을 맞춰놓자. 엄마 몇 시에 일어나야 해? 7시? 그러면 8시부터 시간을 조금씩 당겨서 일어나는 습관을 들이자. 지금부터 연습을 해놓아야 출근할 때 눈이 번쩍 떠지거든!"


희승이는 나에게 이렇게 제안까지 했다. 그 조잘거리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귀여우면서도 나보다 낫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아침에 일어나는걸 같이 해준다니까 정말 든든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절대 지각할 일은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니 사실 지각은 어차피 안 할 거지만, 기분 좋게 아침에 일어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디서 이런 보물 같은 아이가 온 걸까. 아이는 볼 때마다 나에게 사랑을 가르쳐준다.





2년전 이희승! 아오 왜 이렇게 귀엽니! ㅋ



<지각을 하지 않는 이희승 어린이 이야기>


희승이는 1학년에 막 입학해서 지각을 두 번쯤 하더니 그게 그렇게 싫었는지 그 후로는 지각을 단 한 번도 한 적이 없다. 내가 못 일어나도 본인 스스로 일어나서 나를 깨웠다. 1학년을 다닌 지 두세 달쯤 되었을까? 희승이가 너무 일찍 일어나길래 내가 왜 그렇게 일찍 일어나느냐고 물어봤다. 그랬더니 1학년짜리가 한다는 말이 "나는 학교에 가기 전에 여유롭게 시간을 보내다가 가야 마음이 편해." 이런다. 교문을 여는 시간을 맞춰 8시 25분에 집에서 나가면 되는데 7시부터 일어난다. 희승이는 간단한 아침식사를 즐기며 도라에몽 만화책을 읽는다거나 팟캐스트를 듣다가 학교에 가곤 했다. 그런 희승이를 생각하면 기특하다기보다는 특이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쿠리는 자기는 아침에 정말 일어나기 힘들어서 엄마가 깨우는데 엄청 힘들어하셨다고 말했다. 나는 아침에 일어날 때 힘들다고 느껴본 적은 없던 것 같다.


지금은...? 아침에 뒹굴거리는 게 세상에서 제일 좋다.


매거진의 이전글 신랑이 세뱃돈을 줬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