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로가 된다는 것

__ 젊은 엄마라고 불러줘서 고마워요!

by 슬슬킴



치과에 다녀오는 길이었다. 아파트 맞은편 길에 서서 하늘이 너무 예뻐서 사진을 찍고 있었다. 지나가던 할머니랑 잠깐 눈이 마주쳤는데 뭔가 대화가 하고 싶으신 눈치다. 혼잣말인 듯 아닌 듯 이렇게 말씀하셨다. "날이 갑자기 너무 춥네~"


나는 2초 정도 망설이다가 할머니 쪽으로 고개를 돌리며 말했다. "그렇죠? 저도 얇게 입고 나왔다가 지금 너무 추워요. 어디 사세요? 저는 여기 살아요." 내 말에 할머니는 반가워하며 말씀하신다. "아, 그래요? 나도 여기 살아. 511동에 살아요." 우리는 횡단보도를 함께 건넜다. 낮에는 따뜻했는데 5시가 넘어가니 갑자기 너무 추웠다.


"저는 506동에 살아요. 맨 끝이에요." 내가 웃으며 말하자 할머니는 "아이고, 추운데 맨 끝에 살아서 더 가야 하네? 어서 가봐요. 젊은 엄마가 대화 상대도 해주고, 내가 기분이 좋네. 고마워요." "아니에요. 제가 고마워요. 조심히 들어가세요." 젊은 엄마라는 말 자체가 귀엽기도 하고 내가 젊은 엄마인가 싶어서 웃음이 나왔다.





그 짧은 시간 동안 우리는 날씨 이야기와 어디 사는지 정도의 이야기만 나눴는데도 서로 마음이 따뜻해졌음을 알 수 있었다. 집으로 가는 길에 '사람 사이란 뭘까?' '대화란 뭘까?' 잠시 생각해보는 시간을 갖었다. 우리는 아주 짧은 대화로도 서로를 위로할 수 있다. 아주 안 좋은 사이로도 갈 수 있는 게 사람 사이지만 살아가는데 큰 위로를 주는 것도 사람이다.


오늘 아침에 쿠리와 전화통화를 하면서 다시 집으로 돌아오게 되어서 기쁘다고 말했다. 너는 나에게 큰 위로가 되는 존재라고 말했다. 보고 싶고 좋아해서 위로가 되기도 하고, 위로가 되는 존재여서 더 좋아지고 더 보고 싶은 것이다.



위로가 되는 존재는 나를 계속 살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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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내가 찍은 사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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