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달갑지 않은 선선함
<오-매 단풍 들겄네> - 김영랑
"오-매 단풍 들것네."
장광에 골불은 감잎 날러오아
누이는 놀란 듯이 치어다보며
"오-매 단풍 들것네."
추석이 내일모레 기둘리리
바람이 잦이어서 걱정이리
누이의 마음아 나를 보아라
"오매 단풍 들 것네."
매미가 곡소리를 내뱉던 무더웠던 여름이 가고, 선선함을 넘어 춥다고 느껴진다. 가을이다. 오색찬란한 단풍을 보며 눈이 호강할 날이 멀지 않았는데 기분이 그리 좋지가 않다. 달갑지 않은 가을- 왜일까 생각을 해봤다.
꽃구경 잠시 잠깐 하고 나면 봄은 도망치듯 가고 여름이 온다. 덥네 더워-하며 올해가 몇 년 만에 가장 무더운 날씨라는 소리로 여름을 시작한다. 비난리 물난리에 사람들을 걱정하며 지내다가 도대체 열대야는 언제 끝나는 거냐고 투덜대며 지구 온난화 걱정은 잠시 모른채하고 에어컨을 빵빵하게 튼다. 이제 끝났나 싶을 즈음에 다시 한번 여름은 발악을 하고는 서서히 자취를 감춘다.
그리고, 아침저녁으로 선선하다 못해 쌀쌀한 날씨가 불쑥 찾아온다. 세수를 하는데 미지근한 물이 차갑게 느껴진다. 이제 슬슬 선풍기를 닦아 보관해야지 하는 생각이 스친다. 그리고 이 선선함이 마냥 기분 좋지는 않다. 왜 그런지 단박에 알아냈다. 가을이 왔다는 건 이제 곧 겨울이고 한 해가 다 가버린다는 것이다. 그래서 나이를 한 살 더 먹고 내 몸도 그 숫자만큼 더 삐걱거릴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주름살은 더 늘어나겠지-괜스레 서글프다.
건강검진으로 내 몸에 작은 혹이 있다는 걸 알게 되었고, 그것을 떼내는 수술 날짜가 잡혔다. 10월 10일, 나에겐 역사적인 날이 될 것이다. 난생처음 전신마취를 할 생각을 하니까 문득 근심이 마음을 후빈다. 수술하고 회복하다 보면 어느새 겨울이 올 것이다. 이 나이에 한 살 더 먹는 게 뭐 어떤가 싶지만 서서히 50살을 향해 가는 내 나이가 어색하기만 하다. 75살 먹은 울 엄마도 어디서 어르신 대우를 하면 아직 너무나 어색하다고 하신다. 우리는 시원한 가을바람과 손잡고 나이를 먹어간다.
<나이> -김슬한(본인)
엊그제 한 살 더 먹어서
어색하기 짝이 없는데
적응할만하면
공짜로 한 개를 더 준다.
안 줘도 되는데
꼬박꼬박 잘도 준다.
얄미운 녀석.
괘씸한 녀석.
아- 입을 벌리고
꿀떡 삼킨다.
잘 받아먹어야지
뭐 어쩔 것이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