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그 아부지 머하셨노?

_ 네? 아버지 곧 팔순이신데 말이죠.

by 슬슬킴

우연한 계기로 사회복지사 자격증을 취득한 후에 장애인 복지센터에서 1년간 일을 했다. 좀 쉬고 싶기도 하고 다른 분야도 알아보고 싶어서 이직을 준비하고 있는 중이다.


일을 그만둔 지 두 달이 다 되어가고 있다. 이제 슬슬 다시 생업에 뛰어들어야 한다. 노인복지 쪽 일도 궁금해서 요양원에 사회복지사로 취업을 해볼까 하여 지원을 했고, 면접을 보러 오라기에 갔다.


11시에 오라고 해서 서둘러 가는 중에 문자가 왔다. '11시 10분 정각에 들어오세요.' 문자를 보고 정각이라는 단어가 눈에 들어왔다. 정각? 그러면 대기하다가 그 시간에 짜란~하면서 들어가야 하는 것인가? 그러나 나는 화장실에 가고 싶었고 5분 먼저 들어가서 현관에서 실내화로 갈아 신으려는데, 대표인 거 같은 사람이 있길래 먼저 인사를 건넸다. 그는 인사도 없이 "11시 10분 정각에 오라고 문자 보냈는데?" 하길래 나는 멋쩍은 표정으로 "화장실에 좀 가려고요."라고 말했다.


화장실에 들렀다 앉아서 기다리고 있는데, 11시 10분이 지나도 부르지 않는 것이다. 11시 20분이 되었고, 이거 지금 머 하는 거지 싶은 찰나에 대표가 나와서 나를 불렀다.


간단한 인사를 나누고 그는 첫 질문으로 "이 사진 언제 찍은 거예요?" 이러는 거다. 몇 년 전 사진 이긴 해도 크게 달라진 건 머리 스타일밖에 없는 사진을 보고 지금과 다르다는 뉘앙스를 풍기며 말을 이어나갔다. 나이 확인을 하더니, 대뜸 아버지 직업이 뭐였냐고 묻는 것이다. 우리 아버지 연세가 곧 팔순이신데 이런 질문을 받다니... 이게 지금 어느 시대에 보는 면접이지? 살면서 면접을 본 횟수가 그리 많지는 않지만, 면접에서 이런 질문을 처음 받아봐서 대답을 하면서도 깜짝 놀랐다.


그는 내 이력서를 보고 나의 과거를 하나하나 물었다. 심지어 결혼해서 신혼생활을 어디에서 시작했는지까지 물어보았고, 사소한 것 하나하나를 짚어가며 본인의 궁금증을 해결해 나가고 있었다. 아... 내 개인사를 이렇게까지 궁금해하는 사람이 얼마만인가! 그건 면접이 아니라 호구조사였다.


얼렁뚱땅 시간이 지나고 마지막으로 나에게 경력이 없어서 걱정이 되는데, 혹시 합격하면 열심히 할 수 있겠냐고 묻는 것이다. 나는 열심히 하겠다고 대답했다. 아니 그렇게 질문하는데 그럼 '저는 적당히 설렁설렁 일할 것입니다!'라고 말하는 사람도 있을까? 막 부려먹어도 감당할 수 있겠냐는 식으로만 들렸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이런저런 생각이 들었다. 참 무례하기 짝이 없는 사람이구나. 기분이 더러웠다. 생각할수록 기분이 나빴다. 그렇게 집에 돌아와서 괜스레 가만히 있으면 안 될 것 같아서 다른 곳에 이력서를 넣고 있는데 그 사람한테 전화가 왔다. 받지 않았다. 이따가 전화를 해야지 생각하고 있는데 다시 전화가 왔다. 혹시라도 합격하면 금요일에 전화를 주겠노라고 본인 입으로 말해놓고 이렇게 불쑥 전화를 하다니... 나는 전화를 받았다. 당장 내일부터 나올 수 있냐고 묻는다. 면접 볼 때에는 합격하게 되면 다음 주 월요일부터 출근하면 된다고 말했으면서 당장 내일부터 나오란다. 나는 당장 내일은 힘들다고 말했다. 그는 쉬고 있는데 왜 안되냐고 물었다. 아니... 내가 쉬고 있다고 누가 나오라고 하면 당장에 튀어 나가야 하는 것인가? 부탁이 아니라, 노는 주제에 나오라면 나오는 거지 라는 뉘앙스에 나는 한번 더 놀랬다.


나에게 인수인계를 해 줄 사람이 내일과 모레 이틀 나오기로 했으니 나와서 일을 배우란다. 바로 거절하고 싶었지만 그러지 못했다. 일단 모레 나가겠다고 말을 하고 전화를 끊었다. 바로 거절을 했어야 마땅한데 요즘 취업하기가 힘들고 가서 직접 겪어봐야 아는 것이니 일단은 하루 생각해 보기로 마음먹었던 것이다.


짝꿍이 퇴근하기만을 기다렸다. 내 이야기를 듣고 짝꿍이 거기는 아닌 것 같다고 말해줬다. 거의 모든 말이 무례하다며 절대 나가면 안 된다고 말해줬다. 나를 다독여줬고 나와 맞는 곳이 있을 거라고 말해줬다. 고마웠고 큰 힘이 되었다. 내 마음이 이미 결정한 일이지만 짝꿍이 꽝꽝 도장을 찍어주니 속이 후련했다.


나는 나가지 않겠노라고 문자를 보냈다. 그 사람은 알겠다는 답장조차 없었다.


별일 아닐 수도 있지만 나는 마음이 조금 상했다. 그저 황당한 해프닝일지도 모르지만 무례한 사람을 만나고 온 것만으로도 정신이 너덜너덜 해진다는 것을 다시 한번 느꼈다. 멘털이 강항 사람들은 그저 웃고 넘어갈지 모르겠지만 나는 아니다. 내가 상처를 받으면 나에게 그 일은 힘든 일인 것이다. 그걸 나약하다고 할 수는 없다. 그저 각자가 받는 상처의 종류가 다를 뿐이다. 조금 천천히 생각해 보며 직장을 구해야겠다. 나에게 맞는 곳이 분명 있겠지! 나는 언제나 그랬듯이 몸보다 마음이 편한 곳으로 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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