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산 같은 사람
나는 밝은 색의 우산을 좋아한다. 비가 오는 날을 좋아하긴 하지만 몸이 날씨를 많이 타는지 찌뿌둥하고 가라앉는다. 눈에 확 들어오는 패턴이나 귀여운 그림의 우산을 촥 펴 들고 빗속으로 걸어 들어가면 기분이 좋아진다.
어릴 적에 국민학교를 먼 길 걸어 다닐 적에 비소식이 있는 날이면 엄마가 우산 챙기라고 말씀해 주셨다. 언니와 오빠 그리고 나는 가방에 가로로 우산을 꽂아서 챙겨갔다. 비에 젖지 않은 우산을 손에 들고 가는 일은 없었다. 가방에 가로로 우산이 꽂혀 있으면 괜히 친구에게 장난을 치곤 했다. 뾰족한 부분으로 콕하고 찌른다거나 툭 치고 지나가는 장난말이다. 비가 와서 그 우산을 들고 가다가 비가 그치면 우산은 또 하나의 장난감이 된다. 고리로 친구 뒷덜미를 잡는다거나 뾰족한 부분을 질질 끌거나 흙길에 물이라도 고여 있으면 물길을 내주기도 했다.
우리 집은 자식이 넷이라 엄마가 워낙에 정신이 없으셨다. 초등학교 저학년 때에는 학교가 너무 멀어서 비가 와도 엄마가 오실 수 없었기 때문에 우중충하다 싶으면 무조건 우산을 들고 학교에 갔던 것 같다. 아마도 장마철에는 그냥 필수품이 아니었을까? 시내로 이사를 나오고 나서 집에서 가까운 곳으로 학교를 다녔지만 갑자기 비가 온다고 엄마가 우산을 들고 오시는 일은 없었다. 나도 이미 익숙해진 상태라서 그러려니 하고 친구 우산을 얻어 쓰고 가거나 비가 멈출 때까지 기다리기도 했다. 맞을만하면 대충 맞고 집으로 가는 날도 있었다. 딱히 서운하진 않았지만 나중에 나이를 먹고 나서 드라마나 영화에서 그런 장면이 나오면 문득 한 번쯤 엄마가 그렇게 와주셨다면 참 좋았겠다는 생각이 들곤 했다.
우산. 비를 막아주는 도구. 가끔은 눈도 막아주고, 해도 피하게 도와준다. 비가 오지 않는 날에는 그저 짐이 되어 버리는 우산. 자식들의 우산이었던 젊은 시절의 부모들은 이제 우산이 필요하다. 물질적인 부분도 물론 필요하시겠지만, 작은 관심이 비 오는 날 우산처럼 꼭 필요한 것이 아닐까. 나도 누군가에게 우산이 되어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