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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슬슬킴 Nov 08. 2020

우리 우정 변치 말자!

집착하진 않을게 걱정 마! 언제든지 떠나보낼 수 있어.

최근 몇 년간 나의 베스트 프렌드는 우리 아들이다. 그는 11살 먹은 단발머리 소년이고, 공부를 싫어하며 인라인을 아주 잘 탄다. 그로 말할 것 같으면, 할 이야기가 아주 많아서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모르겠지만 내 마음에 쏙 드는 친구다. 또래 친구들이 부르면 언제든지 나를 버리고, 1분 만에 쏜살같이 튀어 나가는 날이 잦아졌지만 그래도 꽤 나에게 잘해준다. 이 글을 혹시라도 본다면 걱정 말기를! 언제든지 절교당할 그날을 위해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으니까. 난 외롭지 않아. 비록 지금은 떨어져 지내지만 너보다 더 끈끈한 내 친구 쿠리가 있으니까.


오늘 미세먼지가 매우 나쁨이었다. 친구들과 밖에서 만날 수 없었던 그는 나에게 드라이브를 제안했고, 밖에서 걷고 있던 나도 먼지 때문인지 목이 칼칼하여 집으로 들어가고 있던 참이었다. 평소 우리 집 기사인 나는 나름 베스트 드라이버다. 다시 초심으로 돌아가 겸손하자고 생각하는 요즘이지만 8년째 무탈하다. 어쨌든 우리는 일단 차에 올랐고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음악 볼륨을 높이고 출발했다. 일단 헤이리 쪽으로 가기로 했다. 자유로를 타면 운전도 편하고 옆으로 강도 흐르고, 조금 더 가다 보면 나무도 많이 보이기 때문에 헤이리로 가는 자유로는 내가 좋아하는 드라이브 코스다.


곧 저녁시간이 된다고 생각하니 면발이 당겼다. 그래, 오늘의 메뉴는 장칼국수다. 쿠리랑 몇 번 갔던 금촌에 위치한 장칼국수집, 김치도 맛있고 칼국수도 정말 맛있다. 음... 또 먹고 싶구나. 아무튼 우리는 헤이리 쪽까지 자유로를 타고 가다가 금촌으로 방향을 틀었고 5시쯤 칼국수집에 도착했다. 희승이는 손칼국수 나는 장칼국수를 시켰다. 시간대가 애매해서 그랬는지 손님이 우리밖에 없었다. 코로나 때문에 우리만 있는 게 안심이 되면서도 장사가 너무 안 되는 게 마음이 쓰였다. 정말 너무 맛있는데, 사람들이 좀 와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와오. 내일 또 가야 할 듯...ㅋㅋㅋ





칼국수가 나왔고, 나는 열심히 먹었다. 와오! 정말 내 입맛에 딱이다. 내가 뭐 훌륭한 미식가는 아니지만 이 정도면 훌륭하다. 김치도 적당히 익어서 꿀맛이었다. 우리는 칼국수를 다 먹고 집으로 돌아왔다. 오는 길에 아이스크림을 사 와서 도란도란 이야기 나누며 입가심을 했다. 차에서 노래를 고래고래 불러도 아무 말 안 하고 재미있게 보며 웃어주는 희승이에게 고맙다고 말했다. 노래방에서 부르는 것보다 더 신나게 고래고래 부르기 때문에 괴로울 수도 있는데 그걸 재미있게 생각해주다니. 역시 넌 나의 베프야.





위는 초코맛, 아래는 커피맛 이렇게 맛있으면 어쩌라는 겁니까! 초코맛은 희승이가 반이상 먹었다.






to. 사랑하는 내 친구 희승


앞으로 너는 커서 어떤 사람이 될까? 그건 네가 다 알아서 하겠지. 뭘 해도 좋으니 몸도 마음도 건강한 사람이 되기를 바란다. 너는 따뜻하고 유머가 있는 아이니까 어디서 뭘 해도 잘 살아갈 거라고 믿는다. 그냥 건강하기만 하면 되는 거다. 그리고, 네가 준비가 되어 나를 떠나도 나는 언제든지 너를 자유롭게 놓아줄 것이다. 그렇게 어른이 되어가다가 힘들고 지칠 때 나에게 오면 또 언제든지 받아줄게. 그땐 같이 맥주 한잔도 하고, 맛난 것도 먹고, 같이 재미있는 영화도 보자. 내가 멋들어진 집밥을 해주지는 못하겠지만 뜨신 밥 같은 사랑을 잔뜩 주겠다. 그렇게 늙고 싶다. 너보다 더 모자랄 때도 많은 나를 이해해주고 등을 토닥여주는 친구야. 사랑한다.




내일은 짧은 단발로 변신하자. 친구야. 답답하지 않니?




고운 너의 얼굴,  아직은 작은 손과 발을 보면 기분이 참 묘하다. 사랑한다. 내 친구 희승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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