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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슬슬킴 Nov 06. 2020

나이는 숫자일 뿐이라고?

그렇다고 하기에 그 숫자가 상당히 무겁구나!

올해 내 나이는 42살, 이제 희승이(아들)도 11살이고 돈 버는 걸 더 이상 미룰 수가 없어서 작년에 방과 후를 준비했었다. 두 개의 학교에 합격을 했고, 조금 두렵기도 했지만 설레었었다. 힘들게 준비했고, 그만두고 싶은 적도 많았지만 학교에 나가서 아이들을 만나고 돈도 벌면 나름 재미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학교 갈 날만 기다리며 준비하고 있었는데, 코로나가 스윽하고 검은발을 내밀었다. 뭐 잠깐 들렀다 가겠지 했는데 크고 검은 몸뚱이로 나를 아무것도 못하게 만들었다. 나는 지켜보다가 여름에 방과 후를 포기했고, 상처를 받았고, 올해는 두 달밖에 남지 않았다. 


누구를 원망하리! 누구를 원망한들 무슨 소용이겠나. 코로나를 원망해서 코로나를 내가 없앨 수도 없는데 말이다. 질질 끌던 그림책을 마무리하고, 이제 새로운 그림책 작업에 들어가야 하지만... 난 당장에 돈벌이가 필요한 상태다. 내가 그림책 만으로 가계에 도움이 된다면 좋겠지만 상황이 녹록지 않다. 그렇다고 생계를 위해 그림을 포기할 수는 없다. 머리가 복잡해졌다. 그러는 사이에 좋아하던 개그우먼이 별이 되었다. 


사는 게 뭘까. 어떻게 살아야 할까. 그런 안일한 생각을 할 상황은 아니다. 그래도 올해 방과 후를 준비했던 나를 위해 몇 달만 더 시간을 주기로 했다. 자기 합리화를 한 번만 더 하기로 한다. 매일 만보를 건 지 두 달이 다 되어간다. 3월 말부터 장마가 오기 전까지는 매일은 아니었지만 자주 걸었다. 2020년 코로나가 내 발목을 잡았지만 그 발목은 실제가 아니다. 나는 올해 걸으면서 마음의 상처를 회복했고 체력도 많이 향상되었다. 


마음이 편해지고 체력이 향상되어서 다 해결이 되었는가. 전혀 아니다. 일을 구해보려 해도 나이가 많다. 몸이 힘든 일은 많다. 내년에 그 힘든 일을 내가 하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2-3달의 시간 동안 더 열심히 걷고 그릴 것이다. 생각했던 일을 다 할 수는 없겠지만, 준비해오던 일들이니 실행해보자! 한걸음 한걸음이 모여 만보가 되고 삼만보가 되듯이 하나하나 꾸준하게 하다 보면 길이 보이겠지. 무엇보다 따뜻함과 재미를 잃지 않고 살아가는 내가 될 것이다.


괜찮아! 다 잘 될 거야. 아니면 또 어때! 어떻게든 살아갈 거야. 함께니까!




혼자면 더 힘들었겠지. 하지만, 난 혼자가 아니야. 항상 고마워. 아프지 말고 행복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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