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지 말자. 곪아 터지기 전에.
옛날 옛적에 내가 국민학교 5학년 때, 맨발로 복도에서 미끄럼을 타다가 발바닥에 가시가 박혔다. 양호실에 가서 가시를 제거했다. 나무 가시는 꽤 컸고 많이 아팠다. 꽤 큰 가시를 빼서인지 발바닥이 아팠고 많이 불편했었다. 일주일이 지나도 아팠다. 큰 가시를 뺏기 때문에 아픈 거라고 생각했다. 시간이 지나도 계속 아팠고 결국에 나는 쩔뚝쩔뚝 걷게 되었다. 그렇게 불편하게 다니면서도 문제가 있다고 생각하지 못했다. 어려서 그랬던 걸까. 그때는 둔감했던 걸까. 2-3주가 지나도 발바닥은 아팠고 자세히 보니 가시가 박혔던 곳이 곪기 시작했다. 꽤 부어올랐을 때 나는 다시 양호실에 갔고 고름을 짜내자 작은 나무 가시가 나왔다. 아.. 그래서 아팠던 거구나.
완전히 제거하지 못했던 작은 가시는 내 발바닥을 곪게 만들었고, 그것이 빠지고 난 후 거짓말처럼 아프지 않았다.
나중에 나이를 먹어가면서 작은 문제가 자꾸 반복적으로 거슬리기 시작하면 나는 발바닥에 박혔던 그 작은 가시가 떠올랐다. 아무렇지도 않을 것만 같았던 그 작은 가시가 나를 한 달가량 불편하게 하다가 결국 곪아서 터졌던 것처럼 살다 보니 사소하게 반복되는 불편한 일은 작게든 크게든 결국 문제를 일으켰다.
사람 사이도 그랬고, 일을 하거나 공부를 할 때도 그랬다.
고등학교 때부터 친하게 지내던 친구 두 명과 몇 년 전부터 전혀 연락을 하지 않는다. 이유를 생각해보면 내가 사소하게 느꼈던 문제들이 겹겹이 쌓이고 그 불안하게 쌓여있던 사소한 문제가 곪아 터진 것이다.
자세히 들여다봐야 한다. 내가 하는 말이나 행동들, 그리고 타인과의 관계를.
찬찬히 살펴보지 않으면 그것이 문제인지 아닌지도 모르고 지나가게 된다. 곪아 터지는 것이 꼭 나쁜 것은 아니지만 그렇게 되었을 때 사람을 잃거나 나를 잃는다면 그건 슬픈 일이다.
슬픈 일을 굳이 만들지는 말자. 딱딱하게 굳어 깨져버리거나, 곪아서 터져버리기 전에 가만히 들여다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