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걷기, 온전한 나를 위한 시간
요즘 나는 걷기에 흠뻑 빠져있다. 그림을 그리는 것보다 더 재미있고 즐겁다. 맥주를 마시는 것보다 더 좋다. 수영을 하거나 자전거를 타는 것보다 더 매력 있다. 걷는다는 것은 그냥 운동을 하는 것이 아니다. 뛰거나 자전거를 타는 것에 비해 시간이 많이 걸리기 때문에 운동을 목적으로 하기에는 시간이 아깝다.
그러나 걷는다는 것은 마치 밥 한 그릇을 꼭꼭 씹어 넘기는 것과 같은 일이다. 끼니를 빨리 해치우는 것이 아니라 잘 익은 쌀알의 맛을 음미하며 한 숟갈 한 숟갈 맛있게 먹는 것과 같다.
걷기가 얼마나 즐겁냐 하면 아침에 눈을 뜨면 오늘은 어디를 걸을까 생각하고, 잠들기 전에 내일은 어디를 걸을지 생각한다. 운동화를 신고 현관문을 나서는 게 너무 행복하고 아직은 짱짱한 내 두 다리에 감사함을 느낀다. 어디를 걸을지 미리 계획을 세워도 어차피 나는 즉흥적으로 움직인다. 산에 갈 때도 있고, 공원을 크게 돌거나, 가까운 지하철역까지 갔다가 되돌아오기도 한다. 오늘은 두 번째로 4시간가량을 쉬지 않고 걸어 금릉역에 갔다 왔다. 우리 집에서 가장 가까운 야당역까지는 빠른 걸음으로 20분 넘게 걸린다. 거기서부터 운정역을 지나 작은 개천을 따라 걷다 보면 금릉역이 나온다. 집에서부터 금릉역까지는 2시간 가까이 걸린다.
이전 글에서도 썼지만, 나는 걷는다는 것의 즐거움은커녕 왜 걷는지 이해를 전혀 하지 못했던 사람이다. 아니 이해할 생각조차 없었다. 하지만, 올해 하려던 일이 어그러지고 우울해하며 시간을 보내던 중에 내 신랑 쿠리에게 걷고 싶다고 이야기했고 우리는 함께 걸었다. 걷는걸 그렇게 좋아하던 쿠리가 11년을 같이 살면서 가끔 나에게 함께 걷자고 제안을 해도 나는 콧방귀를 뀌며 집에만 있었다. 그런 내가 올해 3월 말 갑자기 걷고 싶다고 같이 나가자고 했던 것이다. 쿠리가 마침 이직을 준비하던 때라 우리는 2-3주간 거의 매일 걸었다. 산에도 가고 공원도 걸었다.
갑자기 왜 걷기 시작했냐고? 집에만 있자니 돌아버릴 것 같아서였다.
걷기를 시작한 것은 정말 탁월한 선택이었다.
왜 이제야 걷는 재미를 알게 되었을까!
나의 30대가 아깝다.
20대는 안 아깝냐고?
그땐 걸을 시간이 어디 있었겠는가!
그저 친구와 술 마시며 시간을 보냈고, 연애를 하느라 걸을 시간이 없었다.(-고 하자.)
오늘은 이쯤으로 마무리하고 걷기의 매력에 대해 더 써봐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