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슬슬킴 Dec 27. 2020

두통

통증에 관하여



두통이 있을 때 내 머릿속에선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걸까?


요즘 며칠 있던 두통에 대한 느낌은 이렇다. 뭔가가 내 머리에 들어가서 꽉 차 있는 느낌이 든다. 빵빵한 풍선이 뇌를 가득 채워 머리를 전체적으로 압박한다. 눈알의 압력도 심해진다. 뒤통수를 치면 눈알이 톡 하고 빠질 것 같다. 멍한 느낌이 강하다. 졸린 건지 두통이 오는 건지 분간하기 힘든 상태이다.


편두통이 가끔 있을 때의 느낌은 딱따구리 한 마리가 머리에 붙어 콕콕 콕하고 쪼는 느낌이다. 딱따구리야 나는 나무가 아니야. 간헐적인 통증에 딱따구리가 언제 올지 두려운 마음도 든다.


뒷골이 당기는 통증은 이게 두통인지 목이 아픈 건지 구분이 잘 안된다. 목이 뻐근함과 동시에 뒷머리가 당긴다. 묵직한 추라도 매달아 놓았는지 머리통이 무겁다.




두통 + 치통 = 고통






두통, 치통, 생리통, 요통, 복통, 관절통 중에 뭐가 가장 힘들까? 가끔 생각해본다.


치통은 아픈 건 물론이고 엄청 신경이 쓰이고 짜증이 난다. ' 아! 또 치과에 가야 하는 거야? 이번엔 몇 달짜리야? 이번엔 얼마짜리야?' 이런 생각이 들어서 더 짜증이 나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통증 자체가 좀 짜증스럽다.


생리통은 여자들이라면 느낄 수 있겠지만 난 좀 심한 편에 속해서 일상생활이 불가능하다. 그래도 애 낳고 조금 좋아졌지만 여전히 생리통은 힘들다. 어릴 때는 쇼크처럼 생리통이 왔던 것 같다. 토하고 설사하고 오한이 들고 말 그대로 바닥을 뒹굴었다. 약이 듣지 않았다. 검사를 해봤지만 자궁이나 난소에 큰 이상은 없었다. 요즘은 약이 듣는다. 미리 진통제를 먹으면 좀 살만하다.


요통은 일단 앉아도 아프고 서도 아프니 걸어야 조금 낫다. 걸을 수 있는 상황이면 괜찮은데 일하는 중에는 서있거나 앉아있어야 하니 참 힘들다. 밤에 좀 쉬려고 방에 들어가면 이리 누워도 불편하고 저리 누워도 불편하다. 고등학교 때 디스크가 살짝 있어서 침을 맞으러 다녔는데 그때 잘 고쳤는지 그 후로 허리로 고생한 적은 없다.


복통은 자주 있지 않지만 생리할 때 배에 가스가 차서 송곳으로 배를 찌르는 듯한 그 고통이 너무 힘들다. 이번에는 미지근한 물을 자주 마셨더니 그 증상이 없다. 왜 생리를 할 때는 변비 증상이 생기는 걸까. 나만 그런가. 호르몬의 장난인 걸까. 너무 힘들다.


관절통은 또 어떤가. 이건 뭐 어깨가 아프면 잠을 잘 때 만세를 하게 되는데 그 자세가 또 그렇게 안 좋단다. 일부러 손을 허벅지 아래 끼우고 잔다. 어깨가 많이 아픈 날에는 누가 내 몸을 좀 묶어주면 좋겠다. 무릎관절은 또 어떤가. 아주 가끔이지만 어긋난 느낌이 들면 이러다 주저앉는 거 아닌지 걱정이 된다.







아이고, 머리야!





겨우 42살 먹고 왜 이리 아픈 곳이 많은가 싶겠지만, 주기적인 통증인 생리통을 제외한 나머지 통증들은 아주 가끔씩 겪는다. 어제까지 이틀 동안 두통이 심해서 통증에 대해서 생각해봤다. 오늘은 부풀었던 뇌가 조금은 가라앉은 모양이다. 남은 일요일 오후 시간은 두통 없이 잘 보내야겠다.






복잡한 생각은 두통에 좋지 않아요!








(덧)

이렇게 다양한(내가 모르는 통증이 더 많겠지만) 통증을 가끔 겪다 보면, 복합부위 통증 증후군(complex regional pain syndrome) CRPS를 겪는 사람들이 떠오른다. 가끔 티브이에서 보면 그 고통이 말로 다 할 수 없고 죽고 싶은 생각이 든다고 한다. 심지어 고칠 수 없는 병이라니 너무 힘들 것 같다. 의사마저 어떻게 해 줄 수 없는 병이라니 환자는 마음 기댈 곳 없어 더욱 외로울 것이다. CRPS 환자분들께 위로의 마음을 전합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귤 귤 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