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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슬슬킴 Dec 26. 2020

귤 귤 귤

친구 같은 과일



지금처럼 귤이 제철이어서 싸고 맛있게 먹을 수 있는 한겨울이 되면, 어릴 적 시골에 살던 때가 생각이 난다.  엄지 손가락이 노랗게 될 때까지 까먹던 귤. 작은방은 불을 때지 않았고 귤 상자는 그곳에 있었다. "아! 추워."를 외치며 마루를 후다닥 지나 작은방에 가서 내복 앞자락을 이용해 캥거루처럼 귤을 가득 안고 왔다. 주로 둘째인 오빠나 셋째인 내가 갖고 왔던 걸로 기억한다. 옹기종기 모여 앉아서 정신없이 까먹던 귤은 참 달았다. 4남매의 귤 먹기는 꽤 치열했다. 내기라도 하듯이 열심히도 먹었다. 귤 많이 먹기 대회라도 열린 기분이었다. 10kg 귤 한 박스는 4-5일이면 바닥이 났다.


그때 먹던 귤이 지금보다 훨씬 맛있었다. 나이를 먹으니 귤이 어릴 때만큼은 맛이 없다. 다른 먹을거리가 많이 생겨서 일까? 나도 희승이도 귤을 잘 먹지 않는다. 그런데 또 집에 없으면 서운한 과일 귤. 참 이상하다.


한겨울의 귤은 부담스럽지 않게 선뜻 주고받기에 좋은 과일이다. 검은 봉지에 귤을 담아 건네주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주는 사람도 받는 사람도 부담스럽지 않다.


쉽게 까먹을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어디에서든지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면서 까먹기 좋은 과일이다. 내 손으로 까서 누군가의 입에 쏙쏙 넣어주기도 참 좋다. 맛은 또 얼마나 좋은지. 가끔 단맛이 너무 없거나 신맛이 너무 강할 때도 있지만 대체적으로 한겨울의 귤은 새콤달콤하니 맛나다.


코로나로 우울한 올 겨울, 봉지에 귤 몇 개 담아 이웃집 현관 손잡이에 걸어놓고 와야겠다. 집집마다 귤은 다 있겠지만, 누군가가 건넨 귤 몇 개는 크게 부담스럽지가 않다. 수고하시는 경비아저씨께도 나눠드려야겠다. 크리스마스도 연말연시도 코로나 때문에 조금은 답답하지만 내년 이맘때에는 다 같이 모여 수다 떨면서 귤도 까먹고 맛있는 것도 함께 먹을 수 있을 거다. 그렇게 믿고 싶다.






우울할 땐 귤을 먹자.










(덧) 요즘 글이 [기-승-전-코로나]인 게 너무나 슬프군요. 부디 조금만 더 조심하고 힘내 봅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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