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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슬슬킴 Dec 25. 2020

눈물의 냄새

맡아본 적 있나요?


자려고 누웠지만 잠이 안 온다. 이럴 때 글을 쓰면 안 되는데 하면서 타자기를 두드린다. 이럴 때라는 건 지금 나는 기분이 별로고, 생리 중이라 예민하고, 결정적으로 새벽이다. 


처음으로 쿠리가 옆에 없는 성탄절이다. 어른이 되어서 느껴지는 무게감에 별 감흥이 없는 성탄절이다. 어른이 돼서 나만 힘든 게 아니라 꽤 여러 어른이 힘들다는 게 슬픈 성탄절이다.


뭐 크리스마스가 별거라고. 원래도 특별한 날을 챙기는 스타일은 아니다. 





눈물이 나오면 그냥 나오는 대로...



쿠리랑 통화를 끝내고 코끝이 찡했다. 눈물 냄새가 난다. 갑자기 왈칵 쏟아져 나오는 눈물에 코가 시큰거린다. 이게 눈물 냄새구나 하고 생각한다. 


언니랑 잠깐 톡을 했다. 언니는 나보다 5살이 많은데 요즘 본인 스스로 갱년기라 말하며 힘들다고 한다. 안쓰럽다. 모든 어른들이 그냥 다 안쓰럽다. (누가 누굴 걱정하고 있지?) 


괜찮아. 지금 생리 중이라 몸도 마음도 예민한 거야. 연말연시라서 싱숭생숭한 거야. 희승이랑 둘이서만 크리스마스 보내려니까 적적한 거야. 새벽이라서 멜랑꼴리 한 거야. 괜찮아. 





내 기분이 내 마음대로 안된다면 안 되는 대로...



조금이라도 좋은 감정을 꺼내어 보려 해도 다 비슷한 마음뿐일 때가 있다. 기분이 쉽게 변하지 않아서 난감할 때가 있다. 나도 모르게 눈물이 왈칵 쏟아져 나와서 당황스러울 때가 있다. 코끝에서 눈물 냄새가 나서 더 슬퍼질 때가 있다.


그럴 때 억지로 기분을 바꾸려 하지 않는다. 그냥 -내 기분이 이렇구나-하고 지켜본다. 그러다 보면 어느새 기분은 스스로 제자리로 돌아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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