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화_ 아빠의 결혼 반대

반대고 뭐고 애는 낳아야겠소.

by 슬슬킴




임신한 사실을 알게 되고 결혼을 결심한 후에 양가 부모님께 인사를 드리기로 했다. 그때를 돌이켜보면 반드시 해야만 하는 결혼이었기에 어떤 문제도 그냥 대충 넘겼다.



먼저 우리 집에 인사를 하고 다음날 쿠리네 집에 가기로 했다. 쿠리는 우리 부모님께 절을 했고 아빠의 몇 가지 질문에 나름 밝고 씩씩한 목소리로 대답을 했다. 워낙 조용하고 목소리도 작아서 본인 나름대로 노력하는 모습에 지켜보고 있는 내 마음이 조금 불편했다. 부모님은 익산에서 꽤 유명하다는 백숙집에서 쿠리를 대접했다. 우리는 함께 식사를 마치고 쿠리는 전주로 갔다.


사건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어떻게 잤는지 모르게 대충 자고 아침에 눈을 떴다. 밖에서 아빠랑 엄마는 크지도 작지도 않은 목소리로 대화를 나누고 계셨다. 뭐든 본인 뜻대로 하려고 고집을 피우는 우리 아버지를 엄마가 설득하고 계셨다. 대화가 정확히 기억나지는 않지만, 이 말은 기억한다.


" 당장 병원 가서 애 지우고 헤어지라고 해. 남자가 박력도 없이 어떻게 가정을 꾸리겠다고... 쯧쯧"


(나중에 그 말을 곱씹으며 속으로 욕을 좀 했었다. 박력? ㅋㅋㅋ 아빠는 박력이 넘쳐서 그렇게 성질 다 부리고 살았냐고 말하고 싶더라.)


결혼도 하기 전에 임신한 딸에게 실망했을 우리 아버지의 마음을 모르는 건 아니지만 그래서 뭐 어쩌라고. 나도 일부러 그런 건 아니었다.



일단 나는 자는 척을 했다. 아빠는 엄마와 나를 남겨둔 채 서둘러 나가셨다. 아빠가 나가시고 거실로 나갔다. 엄마는 아무 말도 하지 않으셨다. 내가 먼저 말을 꺼냈다.


"엄마, 나는 애를 낳을 거고 쿠리랑 결혼식은 안 해도 같이 살 거야. 나는 아빠는 안 보고 살 수 있는데, 나 때문에 아빠가 엄마를 구박하고 잔소리할까 봐 그게 걱정되고 미안해."


이렇게 말하고 짐을 챙겨 집을 나왔고 전주로 갔다. 그런 기분으로 쿠리 부모님을 만나는 게 싫었지만 이미 약속이 되어 있었고 별일 없이 시간이 지나갔다. 물론 쿠리 부모님도 나를 그리 달갑게 맞이해주지는 않으셨다. -이런 상황이 황당스럽지만 어쩔 수 없는 문제다-라고 말씀하셨던 게 기억이 난다.



준비되지 않은 결혼은 물론 어렵다. 결혼 생활 자체가 쉽지는 않다. 그래도 뭐 어쩌겠는가. 책임질 일을 했으면 책임을 져야지.


양가의 그런 반응에 상처 받았냐고? 아니, 전혀. 그냥 '뭐 어쩌라고'였다. 내가 내 애를 낳겠다는데 뭐 어쩌라고.




지금도 여전히 뭐 하나에 꽂히면 맹목적으로 그것만 바라보는 성향인데 그때도 그랬던 것 같다. 뭐 다른 사람들의 시선 따위에 좌지우지되는 성격은 아니다. 내 인생이고 내 애고 내 남편인 것을. 뭐 어쩌라고.





뭐 어쩌라고! ㅋㅋㅋ


매거진의 이전글5화_ 엄마! 나 남자 친구 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