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경제·금융 공부, 이렇게 하지 마세요.

01. 프롤로그

by 이진




어른이 되면 경제나 금융은 저절로 알게되는 줄 알았습니다. 아주 대단한 착각이었죠. 식사 자리에서 나스닥과 코스피를 자연스레 이야기할 수 있는 어른이 되기까지 얼마나 부단한 노력이 필요한지 어렸을 적에는 잘 알지 못했습니다.


아무것도 모르는 채로 사회에 나가, 전공 수업으로 처음 경제와 금융을 접하며 큰 충격을 받았습니다. 기준금리니, 유가증권이니, 펀드니, 환율이니, 이미 산더미처럼 쌓인 기초 개념을 따라잡기도 벅찬데, 허덕이며 겨우 쫓아가다보면 DeFi니, 스테이블코인이니 하며 새로운 정보들이 폭포처럼 쏟아졌기 때문이죠.


돈 되는 것이라면 눈에 불을 켜고 달려가는 이 무서운 사회에서, 내 돈을 지키고 일정 수준 불릴 수 있을 정도의 경제 공부는 꼭 필요합니다.


그런데 경제 공부는 일반 교양 중에서도 상당히 진입장벽이 높은 편에 속합니다. 이미 성인이 된 이상 고등학교 선생님처럼 붙잡아놓고 친절하게 알려주는 고마운 분들도 없기 때문에, 기초 지식을 쌓고 때에 맞게 정보를 찾아가며 내 돈을 굴리는 것은 온전히 우리 스스로의 몫이 되죠.


이 때, 우리는 주로 금융 도서에 의지합니다. 그러나 원서는 말할 것도 없고, 대부분의 교양서마저도 읽다보면 졸음이 몰려오곤 합니다. 사실 책을 쓰는 사람 입장에서도 어쩔 수가 없었을 겁니다. 원체가 지루하고, 복잡하고, 어려운 내용이 맞는데, 이를 아무리 재미있게 포장해봤자 그 본질이 바뀔 수는 없으니 말입니다.


흔히 경제와 금융은 우리 삶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기 때문에 재미있다는 말을 합니다. 틀린 말은 아니지만, 처음 경제 공부를 시작한 사람이 그런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볼 수 있기까지는 상당 수준의 지식을 먼저 쌓아야 합니다. 공자와 맹자의 책을 좀 읽었다고 해서 그들의 철학을 내 사고방식에 바로 적용할 수는 없는 것과 똑같습니다.


그렇지만 철학·인문학 분야는 상대적으로 꾸준히 공부를 해나가는 분들이 많습니다. 경제·금융 공부라고 다를 것은 없습니다. 오히려 다르게 접근하려는 시도가 불상사를 일으키죠.


"오늘부터 30페이지씩 철학 책을 읽고 모르는 용어는 정리해 암기하면서 1년 내에 삶의 진리를 깨우치겠어!"라고 철학 공부를 다짐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겁니다. 대부분은 어쩌다 입문용 도서를 읽은 것을 계기로 호기심이 생겨 더 많은 책을 읽어보고, 궁금한 것은 찾아보고, 스스로 고민해보기도 하며 철학과 점점 친해집니다. 목표를 의식하지 않고 묵묵히, 꾸준히 공부하다보면 어느 순간 일상에 자연스럽게 스며들게 되죠.


그런데 유독 경제나 금융은 처음부터 계획을 세워 체계적으로, 시험 공부 하듯 무겁게 접근하는 분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물론 꼭 필요한 과정이긴 하지만, 그것은 어느 정도 입문 시기를 거치고 체계성을 쌓아가는 중간 단계의 학습에 맞는 방식이라고 생각됩니다.


처음부터 그러한 방식으로 공부를 시작해버리면 분명 어느 순간 경제 공부가 부담으로 다가오고, 재미를 붙이는 정도에 올라서기도 전에 완전히 질려버릴 게 분명합니다. 처음부터 지식 체계를 완벽하게 쌓아가려고 하지 말고, 우선 가벼운 교양 도서나 신문 기사를 통해 대략적인 스케치를 하면서 반복되는 개념들은 머리 속에 넣기도 하고, 더 궁금한 부분은 검색해보기도 하면서 점차 구멍을 메워가면 됩니다.


이러한 이유로 경제와 금융을 본격적으로 공부하기에 앞서 어떤 책을 처음 읽는지가 독자에게 상당히 중요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입문용 교양서는 '어렵고 딱딱한 주제를 어떻게 최대한 자연스럽게 독자에게 전달할 수 있을지'가 관건이 될 것이고, 그것이 성공적이었는지 여부에 따라 독자들이 계속해서 흥미를 가지고 경제를 알아갈지, 혹은 시작도 전에 공부를 포기해버릴지가 결정되겠죠.


이것이 바로 제가 이 책을 처음 쓰기 시작한 이유입니다. 경제와 금융을 처음 공부하기 시작했을 때의 막막함과 두려움이 아직도 생생히 기억납니다. 워낙 양이 방대하기도 하고, 개념이 엮이고 엮여 대체 어디서부터 공부를 시작해야할지 도저히 감히 잡히지 않았습니다. 또 개인적으로는 숫자에 대해 막연한 두려움이 있었기 때문에 더 거리감이 느껴졌던 것 같습니다.


그때의 감정을 생각하면서 이제 막 경제와 금융의 세계에 발을 들이는 이들, 경제 공부에 어려움을 겪는 이들에게 작은 길잡이가 되었으면 하는 마음, 또 경제와 금융 공부의 재미를 보다 많은 분들이 느꼈으면 하는 바람에서 글을 쓰고 있습니다.


이 책에서는 흥미로운 이야기, 한번쯤 가져봤을 법한 호기심, 또 우리 일상 속에서 마주할 법한 사례들을 통해 경제학, 회계, 금융의 다양한 개념들을 최대한 편안하고 재미있게 설명해보려고 합니다. 책을 읽으며 호기심이 가는 분야는 더 찾아보고, 혼자 고민해봐도 좋습니다.


이 책의 목적은 단 하나, 독자와 경제 사이의 벽을 허물고 경제에 한 걸음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도록 돕는 것입니다. 이 책 한 권으로 세계 경제의 이치를 꿰뚫어보게 해주겠다던지, 일 년 안에 자산가가 되게 해주겠다던지 하는 허무맹랑한 장담은 하지 않으려고 합니다.


시작이 반이라는 말이 있죠. 이 책의 첫 페이지를 넘긴 순간, 이미 오늘 저녁에 유튜브 숏츠나 인스타그램 릴스를 택한 이들보다 한 걸음 더 앞서나가고 있는 셈입니다.


이제, 흥미진진한 경제와 금융 이야기 속으로 함께 떠나볼 준비가 되셨나요?




※ 이번 브런치북은 기존에 많은 사랑을 받았던 글들을 한데 모아 다듬고, 새로운 주제를 일부 더해 완성할 예정입니다. 새로운 이야기를 기다리셨을 독자님들께는 미리 양해의 말씀을 구하며, 정성껏 엮어낸 브런치북에도 관심과 응원 보내주시면 더없이 감사하겠습니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