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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생못미 Jun 25. 2018

혹시 예매했다면 당장 도망가세요

여중생A(2018)

많은 고민을 했다. 최대한 좋은 점을 찾아내어 호의적인 리뷰를 작성할 것인가, 아니면 내가 감상했던 그대로의 감정을 이 리뷰에 반영하는 것이 옳은 것인가. 나는 결국 후자를 선택하기로 했다. 나는 돈을 안냈지만, 혹시라도 이 리뷰를 보고 의사결정을 하게 될 사람들은 돈을 내기 때문이다. 만약 결과적으로 결정에 혼란이 오게 만든다면 비윤리적인 일 아니겠는가 말이다.

<여중생A>는 솔직히 툭 까놓고 말하자면 할 말이 그리 많지 않은 영화다. 과거 고아라가 중학생 시절 출연했던 청소년 드라마 '반올림'과 다양한 모양의 팬던트로 인기를 끌었던 '매직키드 마수리'의 짬뽕 같은 느낌이라고 해야 할까. 동명의 원작 웹툰은 겹겹이 쌓인 디테일이 작품의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고 할 정도로 캐릭터성의 섬세함으로는 어느 작품에도 뒤쳐지지 않을 정도다.

반면 영화판은 캐릭터 이름만 걷어내고 나면 사실상 전혀 다르다고 봐도 좋을 정도의, 조금 악의적으로 표현하자면 원작 훼손이 일어난 경우다. 고쳤다는 사실만으로 나쁘다는 게 아니다. '원작 근본주의자' 같은 놀이를 하고자 하는 게 아니다. 고쳤는데 구리기 때문에 나쁘다는 것이다. 내가 굳이 원작 훼손이라는 단어를 들어 표현하는 것은 단지 영화판이 원작의 설정을 파괴함으로써 얻은 것이 아무 것도 없다는 이유 그거 하나 때문이다.

이 영화의 가장 큰 단점은 "홍철 없는 홍철 팀" 같은 구조에 있다. 으레 성장 혹은 감동 드라마로 읽혀야 할 작품에 성장도 없고 감동도 없다. 장미래는 원작과 다르게 어느 면에서 성장을 했는지 명확히 드러나지 않는다. 겉으로 보기에는 성장을 한 것 같기도 하지만, 따지고 보면 성장을 했다기엔 딱히 해낸 게 없다. 그러다보니 미래가 성장을 해서 상황이 바뀌었다기 보다는 오히려 주변 인물의 변화가 더욱 도드라지는 것처럼 보인다.

그리고 원작을 이어 받아 가정폭력을 중점적 요소로 다루고자 했다면 그것에 대한 직접적인 언급이 있었어야 했다. 하지만 미래 아버지의 폭력은 해소되지 않았다. 영화 <여중생A>가 단편적으로 느껴졌던 이유는 이렇게 미래 부모님, 백합 부모님, 담임 선생님 등의 어른들의 존재감이 너무 얇게 등장했기 때문이다. 아이들 이야기를 아이들 이야기로만 풀어내는 건 결국 그 이야기를 소꿉놀이에 머물도록 만드는 것이다. 배우들 하나하나의 연기력부터 각본까지 총체적 난국이었다. 돈을 주지 않고 봤는데도 시간 아깝다는 생각이 드는 영화는 오랜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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