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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지은 Apr 11. 2021

엄하고 다정했던 상사들

그들의 장단점을 비교해보며, 내가 어떤 사람인지 알게 되었다.

 


엄하고 다정했던 상사들


상사들에게서 많이 배웠겠네요”

면접관이 말했다. “네 맞습니다.” 나는 웃으며 대답했다. 

 

단 둘만 있던, 첫 회사 상사였던 대표님, 그곳의 기억이 대화를 통해 간만에 떠올랐다신입사원이었던 나는 모든 것이 서툴렀다입사 초반에는 대표님과 직접적으로 마찰이 없었다사수였던 대리님들이 보고를 했기에 

직접  일이 많지 않았다하지만입사 1  조무래기인  입장을 고려하지 않은  사수였던 대리들이 모두 퇴사했다졸지에 나는 대표님이 사수가 되었다지금 생각해보면 퇴사를  대리님들도 모두 어렸다그때부터 대표님께 직접 일을 배우다 보니충돌이 생길 수밖에 없었다대표님은 꼼꼼하면서도 엄숙했다.

 

안녕하십니까.라고  말투는 너무 의존적이야. ‘정해달라라고 말하지 말고 ‘우리 의견은 이겁니다.’라고 주도적으로 .”

 

이메일 하나까지전화 표현 하나까지 옆에서 고쳐주며 일을 가르쳤다말을   알아듣는다고 이런 말도 들었다.

 

너는 이해력이 떨어져정리력도 떨어져.” 

 

그래서 사설을 아침에 읽고 쓰라는 숙제까지 받았다평소  읽고 독후감 쓰기를 좋아했지만괜히 그런 취미를 나불댔다가대표님께 책은 뭐하러 읽었었냐는 핀잔만 들었다하루하루  막혔다대표님과 어린 햇병아리로 만나 30 이상의 갭을 메우는  어려웠다그때 나는 퇴근  친구들과 한잔하며 매일 상사를 흉봤다하나하나 꼬투리 잡고 신경 쓰면서 가르치는  꼰대 같았다지금은 그때 배운  가끔 생각난다이후 다른 회사들을 다니며 그렇게 하나하나 태도를 봐주는 사람이 없다는  깨달았다.

 

또한 떠오르는 분이 있다나를 많이 가르쳐 주신 M팀장이 기억에 남는다그분은 앞서 언급한 대표님과는 다르게 정말 일을  했다그녀는 사내 메신저로 자기 취미활동인 화초 재배 사진을 보내거나친구가 은행에 다니는데 계좌를 개설해 달라는 요청을 하기도 했다사내 메신저에는 팀장님의 아이 사진화초 사진, M팀장의 개인과제에 대한 투표 등이 주요 안건이었다나는 그런 메시지들이 업무에 전혀 도움이  된다고 생각했다그러나내가 팀장님께 보고를  때는 얘기가 달라졌다. M팀장은 대기업 출신이었다자료를 보고전체 매출이 아니라  매출을 봐야 하며동기간동요일등을 비교해야 된다고 말했다계산하는 법에 대해서 표를 그리며 설명해줬다본인이 직접 일을 하지는 않지만 지시사항은 명확하게 했다그러고 나서는 또다시 노래를 부르며 화초 사진을 보내는 사람으로 돌아갔다그는 빨리 일을 하고 놀기 위해 노력하다 보니 머리가 좋아진  같았다

 

그는  생일에 유일하게 케이크와 선물을 준비해준 사람이기도 하다나는 지금껏 생일을 챙겨주는 문화의 직장에 있지 않았었다그는 다른 직원들을 동원해 케이크와 과자로 파티를 열어주었다미리 준비했다며 화장품 세트도 선물로 주었다선물을 주었다는 자체보다 그런 팀장님의 배려가 고마웠다그는 많이 일하지는 않았지만 효과적으로 보는 방법을 알려주었다실제로 팀장님은 자신의 일을 빨리 끝내고 대학원을 다니며 자기 계발을 하고 있었다직장일과 육아대학원까지 다니는 그런 모습을 보며 존경스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웬만한 디자인 회사는 거의 다녀봤지요그렇게 여러 회사를 다니면서  나름대로 원칙을 만들었습니다 회사에서 싫었던  하나씩만 하지 말자는 원칙이었죠.”

-『일하는 사람의 생각』  오영식 디자이너

 

일을 할 때는, 싫고 흉볼 부분만 떠올랐던 사람들인데 지나와 떠올리다 보니 좋은 점들이 많이 떠올랐다. 내가 싫었던 부분은 반면교사해서 하지 말고, 좋은 점만 받아들이자고 생각했다.  회사의 대표님은 본질을 파악하고정리하는 태도에 대해 가르쳐 주셨다. M팀장님은 보고서를 쓰고 보고하는 법을 다각도로 알려주었다그리고  외에도 자기 계발을 열심히 하는 모습이 멋졌다.  

 

상사나 또는 동료를 마냥 좋아할 수는 없다긍정적으로만 생각할 수만은 없다하지만 그들에 대해 생각하며내가 그들의 장단점을 비교해보며나는 어떤 사람이고이런 점이 좋거나 싫구나를 깨닫게 되었다그들이 무조건 나쁘기보다는 나와   맞거나맞지 않을 뿐이다또한 배울 점이 분명하게 있었다.  

 

 많이 배웠습니다 상사분들은 모두 엄격하지만 다정한 가르침을 주셨습니다.”

 

엄격하지만내게  필요한 조언들을 주었던 다정한 상사들을 떠올리며면접관 앞에서 미소 지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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