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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지은 Apr 11. 2021

나의 자판과 아버지의 과일 좌판

주머니가 주렁주렁한 조끼를 입은 아저씨에게서 우리 아버지를 본다.


나의 자판과 아버지의 과일 좌판 

 

과일 좌판  바께스에는 온갖 색색의 과일이 가득 하나, 마스크를  아저씨의 눈밑은 어둡다나는 손님이 없는 과일 좌판 앞에 선다주머니가 주렁주렁한 조끼를 입은 아저씨에게서 우리 아버지를 본다.  

 

 과일가게를  때마다 아버지가 떠오른다아버지는 과일을 트럭에 좌판을 깔아 두고 파셨다비가 오는 날에는 장사를 나가지 못하였고날씨가 좋은 날에는 늦게 오셨다그래서 학생  아버지를 많이  적이 없다

 

어느  아버지는 늦게 일어나 지각을   같은 나를 태워준다고 하였다처음에는 다행이라고 생각했으나학교에 가까이 가서는 걱정이 앞섰다트럭을 누가 보면 어떻게 하지아버지의 트럭이 부끄러워  블록 전에 내렸다 일은 아직도 미안함으로 남아있다아버지는 별말을 하지 않고 내려주었으나 아직 그날의 기억이 남아 있으실 거라고 생각한다.

 

 처음에는 아버지가 그가 고생하는  마냥 부끄럽고 싫었다다른 무언가를 하기를 바랐다그게 쉬운  아니라는  조금  커서 알고 나서는그가 요령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아니그래도 돈을 많이 버는 거면 보상을 받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그래서 장사를 잘한다는 사람들의 책을 샀다청년 사업가로서 과일가게에 성공했다던 ‘총각네 야채가게’ 일본에서 술집으로 성공한 ‘장사의 ’. 그런 책을 읽으며 ‘ 장사를 이렇게 하지 못할까라고 생각했다확성기를 돌며 파는 과일좌판에 깔린 과일을 도대체 누가 살까책을 갖다 드리자 아버지는 멋쩍게 고맙다고 하셨다며칠   책을  읽어보셨냐고 아버지를 다그쳤다. “일을 하고 피곤하면 책이 눈에 들어오지 않는단다.” 하고 아버지는 웃으셨다

 

졸업을 했고아버지는 나중에 과일 장사를 그만두었다  직업을   바꾸었다센베 과자를 파는 전기 공사그리고 지금은 다른 일을 하고 계신다그리고 그사이에 틈틈이 아팠다치질 수술을 했고환절기마다 감기를 앓고가족력인 허리가  많이 아파져서 수술을 했고 약도 먹었다어느  같이 걸어가다가 쉬었다 가자며 벤치에 앉는 아버지를 보며 언제 늙으셨지 라고 생각한 적이 있다차분히 나이가 들고 계셨는데 그것을  보지 못했을까어느 날 아버지는 홈쇼핑에서 광고하는 탈모 샴푸를 사다 달라고 말했다돈은  테니본인은 사는 방법이 어렵다면서탈모 샴푸를 결제하면서머리가 많이 빠지시는구나그런데 외모에 신경을 쓰시는구나 라는 생각이 들어무신경한 본인의 마음에 스스로 놀랐다.  

 

얼마 전 연말정산을 해야 하는 때였다부모님은 어떻게 하고 계신지 궁금했다아버지는 그전 회사에서는 거의 회사 직원이 연말정산을 처리해줬다고 한다이번에는 회사를 옮기셨기에 어떻게 하실지 몰라 전화를 했다.

 

아빠연말정산 어떻게 하세요?”

  서류 내라고 왔는데  한다언제내일까지 내라고 했어귀찮고 어떻게 하는지 모른다.”

 

나는 ‘장사의  아버지에게 쥐어드렸던 때처럼 답답해졌다아버지는 컴퓨터를  못하셨다공인인증서 인증에 어려움을 느끼시고심지어 ‘카카오톡 업데이트라는 문구만 봐도 당황하시는 분이었다아버지가 포기한 연말정산 돈이 아까웠기에 도와드리려 컴퓨터를 켰다

 

아버지와 전화통화를 통해 부양가족 등록, PDF 다운로드아버지의 직장의 이메일을 받아 연말정산 서류를 메일로 보냈다내가 자판  개만 탁탁 두드리면 되는 일이었다아버지는 연신 고맙다고 하셨다

 

그동안 <업데이트글자에 놀라는 아빠에게 이런  그냥 누르면 된다면서신문물을 두려워하지 말라고 했었다요즘 세대에게는  편한 일이아버지 세대에게는 ‘낯섬’과 ‘포기해야 하는  변했다하지만  구박 때문인지, 아버지는 쉽게 도움을 청하지 못하셨다아직도 트럭을 부끄러워하는 청소년처럼아버지의 좌판을 무시하고내가 두드리는 자판만 잘난  알고 있었는지 모른다

 

아버지는 연말정산을 많이 받아 기분이 좋으시다며맛있는 밥을 사주셨다밥을 먹고 과일을 깎아 먹었다아버지는 씨가 작은 과일은 씨를 뱉지 않고  씹어 드셨다씨에도 과육이 있다면서꼭꼭 씹어보라고 달다면서씨를 달게 드실 정도로치열한 삶이었는데태평한 삶은 아니었는데  나는 아버지가 태평한 분이라 생각했었을까. 그렇게 생각하는  아마 마음이 편했나 보다

 

아버지의 좌판을 생각하며나는 자판을 두드린다 가지 모두의 소중함을 생각하며언제든 아버지가 편하게 두드릴  있는 딸이 되자 마음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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