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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지은 Apr 11. 2021

다정해지기 연습

대단해 보이는 거, 쉽게와 닿는거, 그것보다 곰곰이 생각하는 것


다정해지기 연습


“머리카락 때문에 하나도 안 보여.” 새로 산 목걸이를 자랑하는 내게, 남자 친구는 못 알아봤다며 무심하게 말했다. 나는 그런 무던함에 열이 뻗쳐 화를 냈다. 그날 하루 종일 그의 표정이 좋지 않았다. 평소 잘 웃고 농담으로 넘겼는데 내내 기분 나쁜 티를 냈다. ‘너만 기분 안 좋냐. 나도 안 좋다.’ 괜스레 짜증이 났다.  


 남자 친구는 스트레스 때문인지 요즘 몸이 좋지 않다고 했다. 손을 잡았는데 손 끝이 너무 차가웠다. 얼굴빛이 보랏빛이었다. 남자 친구는 자리에서 몸을 일으켰다. “몸이 너무 아파서 먼저 가볼게. 네가 우리 집 근처로 와줬는데 미안해.” 갑작스러운 행동에 내비쳐야 할 리액션을 찾고 있는데 그는 가방을 들고 문 밖을 나섰다. 혼자 남아 그가 가는 뒷모습을 지켜보았다. 걸어가다가 갑자기 빠르게 택시를 잡아 탔다. 뒷 좌석으로 구겨지듯 들어가는 뒷모습을 보니 마음이 아팠다. 


 목걸이를 알아보지 못했다고 타박한 자신이 미안했다. 나야말로 다정하지 못했다. 남자 친구의 손을 잡기 전까지, 표정이 너무 뚱한 그가 기분이 나쁘다고만 생각했다. 애정이라는 건 이렇게 누가 아플 때 더욱 간절하게 존재감을 드러내고는 한다.  


코 끝까지 닿은 목도리의 까실함이 느껴졌다. 오늘 춥다며 남자 친구가 매 주고 간 선물이었다. 비록 목걸이는 보이지 않게 덮어버렸지만 나를 생각한 행동이었다. 


그는 기후변화에 민감한 사람이었다. 오늘도 내가 데이트를 나오기 전 추운지 더운지 먼저 말해주고는 했다. 덜렁대는 나를 위해 늘 들고 다닐 작은 우산도 사주었다. 티를 내지는 않았지만, 그는 세심하게 관찰하고 많은 도움을 주었다. 빈말을 하는 대신, 조곤조곤하고 자세하게 마음을 말해주는 사람이었다. 다정해지는 것은, 곰곰이 생각해보는 것에서 나온다. 


한겨울의 바람과 목에 닿는 까실함을 느끼며, 차가운 그의 다정함을 생각하며 다시금 미안해졌다. 

다정해지기 위해 그의 안부를 걱정하는 대신, 그가 푹 잘 수 있도록 연락을 하지 않았다. 대단해 보이는 것, 쉽게 와 닿을 수 있는 것에만 현혹되지 말고, 사려 깊게 다정해지자고 그런 다정한 연인이 되기 위해 연습하자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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