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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지은 Apr 11. 2021

혼밥 : 함께 먹기 위해 쉬어가기

말 하나하나를 꺼내보고 다림질해보고 싶다


혼밥 : 함께 먹기 위해 쉬어가기


나는 평일 점심시간에, 때로 혼자 맥도널드에 가서 햄버거를 먹는다. 햄버거를 물고, 한 손에는 핸드폰을 든 채 그동안 미뤄두고 못 본 웹툰을 본다.


주변을 둘러보면 나처럼 핸드폰을 하거나 신문을 보고 있는 사람도 있다.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고 게걸스럽게 햄버거를 먹고 감자튀김을 케첩에 푹, 가득 찍어 입으로 넣는다.


며칠 전 친한 친구와 커피를 마셨다. 관심사가 다른 친구와의 대화는 서로 무엇을 하라, 하지 말라로 뚝뚝 끊어졌다. 친구는 내가 좀 더 미래를 생각하기를, 이성적이 되기를 바랐다. 나는 친구가 좀 더 열린 마음을 갖기를 바랐다.


그들은 오랜 친구였다. 둘은 오랜 시간 함께 같은 컵에 담긴 물과 같았다. 하지만 지금 나는 커피포트에서 끓고 있고, 친구는 각얼음이 되어 얼고 있는 것 같았다. 우리는 각자의 역할을 충실하게 하고 있기에, 서로 차가워지거나 뜨거워진다 해도 서로 이해할 수 없었고 대화가 이어지지 않았다.


나는 어느 날, 커피포트에서 함께 끓던 수증기 같이 말이 잘 통하는 사람을 만났다. 그는 나를 칭송했다. 우리는 대화가 잘 통한다며 좋아하고 서로 멋진 사람으로 치켜세워주며 즐거운 이야기들을 했다.  


 하지만 집에 오자, 대화를 복기하며 스스로의 오만스러운 말투에 체한 듯 속이 불편했다. 오늘의 기분을 일기장에 몇 자 적으며 마음은 더 확연해졌다. 


내가 분리하고 나눈 것이, 숨기려고 해도 접었다 펴낸 종이처럼 그 편견과 아집의 선이 보이진 않았을까? 모르는 것을 잘 아는 척 젠체하며 오만이 말속에 기름기처럼 배어있지는 않았을까?


그런 사소한 말들을 곱씹어 보고 되새김질하는 자신이 우습고 부끄럽게도 느껴지고 소심하고 쫌스럽다. 그래도 나는 대화중에 실수가 생길 것을 안다. 이게 나의 옹이인 걸 어쩌나, 겉으로는 밝고 낯을 가리지 않지만, 말 하나하나를 꺼내보고 다림질해보고 싶은 게 나의 천성이다.


그래서 가끔 혼자 밥을 먹고, 술을 마시고는 한다. 혼자 먹는 밥과 술자리는 대화의 복기가 없이도 즐겁다. 혼자 먹어 소화가 손쉬운 시간. 다시 누군가와 함께 하기 위해, 좀 더 다정한 대화를 위해 잠깐 혼자만의 식사로 위와 마음을 정화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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