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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지은 May 23. 2021

팬 : 주식과 덕질의 공통점

주식창을 들여다보며 조금씩 오르기를 기대하는 소소한 기쁨처럼


팬 : 주식과 덕질의 공통점


타지오 유상증자 소식이 들려왔다. 집으로는 투자에 대한 설명을 담은 우편물까지 왔다. 나는 판타지오의 주주이다. 하지만 사실 많이 사지 않아 투자한 금액이 크지는 않다. 판타지오를 산 이유는 응원하는 가수이자 배우인 옹성우 님의 소속사이기 때문이다. 투자설명서에 옹성우 님 사진이 한 장이라도 있을 줄 알았는데 없기에 실망했다. 


월급의 몇 % 정도는 주식이나 ETF를 소량으로 구매하고 있다. 주식을 시작할 때 옹성우 님의 소속사인 판타지오를 재미 삼아 구매했다. 내 삶의 시간을 각각 몇% 정도 어디에 투자했는지 볼 수 있다면, 몇% 정도는 ‘덕질’에 소요했을 것이다. 덕질은 내게 주식 같다. 누군가에게 빠져서 팬으로서 활동하겠다 다짐하고 마음과 시간을 투자한다. 이건 나의 돈을 일부 들여서 주식을 매매하는 일과 어찌 보면 비슷하다. 고등학교 때 배우 류덕환 님을 좋아했다. 혼자 영화관에서 본 ‘천하장사 마돈나’에서 깊은 감동을 느꼈다. 그래서 팬카페에도 가입을 했다. 대학생이 되어 처음으로 생일파티에도 갔는데, 소극장에서 진행된 생일파티에서 류덕환 씨를 처음 보기도 했었다. (이 글을 쓰다가 추억이 돋아서 다시 카페에 가입했다. ) 팬카페에서 각계각층의 사람들도 알게 되고, 누군가를 좋아하고 응원하는 마음이 무엇인지 알게 되어서 즐거웠다. 그러나 대학생이 되며 공부, 알바, 연애 등에 시간을 더 많이 투자하다 보니 팬카페 활동은 자연스럽게 멀어지게 되었다. 하지만 그 후로도 류덕환 님의 영화, 드라마는 꾸준히 챙겨보고 있으며 여전히 팬이다.  


그렇게 좋아한 사람들이 몇몇 있다. 프로듀스 101에서 옹성우 님을 보게 되었고 잘생기고, 성격도 좋고 유쾌한 사람이라 팬이 되었다. 국프가 되어 투표도 하고 워너원 갤러리를 들락거렸다. 그가 데뷔하는 순간에는 나까지 눈물이 났다. 팬심으로 평소 같았으면 보지 않았을 청춘물 드라마도 보며 응원했다. 팬카페에는 가입하지 않았지만, 주식을 살 정도로 잘되길 바란다.


팬질은 잘되었으면 하는 마음인 것 같다. 그리고 나 또한 긍정적인 영향을 받는다. 그가 잘되었으면 하는 마음과 동시에 열심히 하는 모습을 보며 나도 잘 살아야지 다짐하게 된다. 내가 좋아한 사람들은 대부분 밝고 유쾌했는데 그처럼 다정해져야지 마음도 먹게 된다. 그게 소량으로 주식을 사는 마음과 비슷하달까. 퇴근 후 주식창을 들여다보며 조금씩 오르기를 기대하는 소소한 기쁨처럼, 좋아하는 아티스트의 차기작을 기대한다. 나온 작품들을 만나는 날에는 일상에서 치인 스트레스가 싹 풀린다.


다만, 나는 엄청나게 덕질에 시간을 소요하는 편은 아니라, ‘활력’ 정도에만 그친다. 인간관계는 원할 때 맺고 끊을 수 없지만, 누군가를 좋아하는 팬 활동은 시간을 조절하여 할 수 있다. 그만큼 매몰되지 않았기 때문에, 건전한 거리감을 유지할 수 있다. 현생에까지 큰 영향을 미치지는 않았달까. 주식을 몰빵한 사람들은 장 마감 시간까지 증권사 앱을 들여다보느라 정신이 없을 거다. 반면 나 같은 소량을 구매한 개미들은 작은 기대감과 작은 즐거움 정도로 집착하지 않을 수 있다. 덕질하는 아티스트들은 내게 오늘의 힘든 일을 잊게 해 주고 다정함을 충전해 주는 사람들이다.


계속 주식이 떨어지기는 했지만.. 기대하는 마음으로 판타지오의 주식은 유지해볼까 한다. 내가 팬인 아티스트들들이 잘 되기를 기대하는 마음처럼, 큰 욕심은 내지 말고 기대감을 사볼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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