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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지은 May 16. 2021

요가 : 술 한 잔 대신 숨 한번

들숨을 슈욱 날숨을 푸욱 내쉰다. 오늘의 스트레스가 후욱 내려간다


요가 : 술 한 잔 대신 숨 한번


"더 아래까지 내리실 수 있는 분은 내리세요."


무릎을 쭉 편다. 허리를 굽힌다. 양손은 무릎부터 허벅지와 종아리 우측을 타고 발목까지 내려간다. 


“손바닥으로 바닥을 집을 수 있으실 수 있는 분은 해보세요” 


나는 거기까지 내리지는 못한다. 대신 발목을 잡는 손아귀에 힘을 살짝 준다. 꼬리뼈부터 허리까지 두웅 몸에 힘이 들어가는 게 느껴진다. 머리 끝이 시원하다. 어깨와 목에는 힘을 빼려고 노력한다. 


“몸이 폴더처럼 굽혀진다고 생각하시고. 가슴이 허벅지에 닿는다고 생각하세요.”


사방의 벽에 둘러싸인 거울을 슬쩍 곁눈질로 본다. 내 허벅지와 가슴이 닿고 머리까지 닿기를 바라지만, 어깨와 등은 둥그스름하게 솟아있다. 무릎은 살짝 굽혀져 있다. 아직 나는 몸을 완전히 굽히지 못한다. 괜히 마음이 조급해진다. 뒤에 계신 분은 나보다 10살 이상은 많아 보이는데도, 무릎과 가슴이 바늘 하나 들어가지 않게 촥 달라붙어 보인다. 내 마음을 읽었다는 듯이 선생님이 말한다.


“힘드신 분은 무릎을 굽히셔도 돼요, 무리하지 마세요.”


요가를 하며 많이 듣는 말은 ‘무리하지 마세요’이다. 조급한 마음을 들킨 듯 숨을 슈욱 들이쉬었다가 후우~ 내쉬며 처언천히 몸을 굽힌다. 그래 나는 무리하러, 그리고 요가를 잘 하려고 여기에 온 것이 아니다. 내게는 나만의 요가를 하는 이유가 있다. 


 먼저 요가를 하며 소화기관이 많이 좋아졌다. 그전에는 스트레스가 쌓이면 배가 가장 먼저 아팠다. 남자 친구였던 남편과 데이트를 하다가도 배가 갑자기 아파져서 택시를 타고 집에 가기도 했다. 위와 장 내시경을 해도 딱히 

큰 문제는 없었고, 위나 장이 예민한 정도라고 했다. 회사에서 빠르게 무엇을 해야 하는 압박이 있거나, 타인과 마찰이 있을 때면 예고된 듯 배가 아팠다. 그래서 여름에도 핫팩을 서랍에 넣어두고, 배가 아플 때 찜질을 하고는 했다. 하지만 요가를 일주일에 2~3회씩 가면서 스트레스받을 때 배가 아픈 현상도 서서히 사라졌다. 그 외에도 살이 빠지거나 (많이 먹으면 안 빠진다.) 자세가 좋아지는 뻔하디 뻔하지만 큰 장점들이 있다.


그리고, 운동을 하면 화를 더 빨리 잊는다. 최근 읽은 책 중 ‘운동을 통해 감정과 스트레스를 분출하고 좋은 감정으로 승화하라,’는 내용이 있었는데 흔한 말이지만 공감이 갔다. 운동 전에는 일상생활이나 회사 생활 중 스트레스를 받는 일이 있을 때면 퇴근 후 친구들과 술을 마셨다. 물론 지금도 마시지만  술로 스트레스를 푸는 일은 줄었다. 술을 마시며 상사 욕을 하고, 하소연을 했다. 다음 날이면 기억을 잊은 경우 블랙아웃에 괴로웠고, 숙취만 가득했다. 스트레스를 받았는데 술을 마시지 않은 날에는 잠이 안 왔다. 낮에 괴로웠던 일이 꿈속에서 리플레이되며 잠을 깨기 일수였다. 요가를 하며 이 증상들은 많이 나아졌다. 퇴근 후 바로 요가를 가게 되자 삐끄덕 거리는 내 몸에 집중을 하게 되고, 호흡에 신경을 쓰게 되었다. 정신없는 요가 동작을 따라가다 보면, 다른 일에 신경 쓸 겨름이 없이 집중해야만 했다. 화가 난 상태로 센터에 왔더라도, 1시간의 운동이 끝나면 끝난 것 자체로 행복해진다. 집중해 운동을 하고 땀을 흘리다 보면, 분통 터지는 일은 잊어버리고 기분 좋게 잘 수 있었다. 뭐하나에 꽂히면 신경이 계속 쓰이는 내 뇌 구조에 운동은 "OFF" 스위치를 눌러주었다.


미생 중 명대사


 그러다 보니, 점점 쿨해지는 것 같다. 아직 나는 자극에 덜 예민하게 반응하는 경지에 까지 이르지는 않았지만, 전일 난 화에 대해서 운동으로 승화를 해서 전보다는 좀 더 쿨하게 잊어버릴 수는 있었다. 체력이 좋아지면 일도 더 잘한다는데, 아직은 버텨줄 체력으로 키우지 못했다. 그래도 어제의 화를 잊고, 타인을 좀 더 다정하게 대하게 해 주는 데에는 요가가 한몫을 했다. 결과적으로 요가는 스트레스로 쌓인 복통을 없애주고, 회사생활에서 유체 이탈하게 도와주었다. 날이 서 있는 날 좀 더 내려놓게 해 주었고, 다정하게 되도록 날을 깎아준다.


"숨을 후욱 내쉬면서 팔을 쭉 뻗어 아기 자세를 합니다."


무릎을 굽혀 앉은 상태에서 상체를 매트 앞으로 쭉 뻗은 아기 자세는 쉽고 편안한 동작이다. 운동 마무리 자세에서 자주 하는 동작이다. 아기 자세를 하며 숨을 훅 내쉰다. 모든 고뇌가 숨과 함께 흩어져 나가는 것 같다. 오늘의 모든 일을 내 복근에 달린 버튼을 꾹 눌러 '리셋' 하는 느낌이다. 운동이 끝났음을 기뻐하며, 새로워질 내일 하루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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