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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지은 Jul 04. 2021

생리대 꼭 숨겨서 들어야 할까?

'엄마 생리대를 꼭 파우치에 넣어가야 해?'라고 하면 뭐라고 할까?


생리대 꼭 숨겨서 들어야 할까?


“검은 비닐봉지 없어요?”

“네 저희는 하얀색 봉투밖에 없어요.”


어쩔 수 없지, 결국 흰 봉투에 구매한 물건을 담았다. 흰 봉투기 때문에 어느 정도 외관으로 무엇을 샀는지 드러나 보일 수밖에 없었다. 아직도 겉으로 드러나게 보여주기에는 부끄러운 물건, 왜인지 내 옆자리 남자 동료에게는 말하기 민망한 물건, 흰 봉투 안에 생리대를 담아 회사로 돌아왔다. 오늘은 예정일과 다르게 갑작스레 생리를 해서 생리대 파우치를 챙겨 오지 않았다. 회사로 돌아오는 길에도 나는 화장실을 어떻게 갈지 고민한다. 


1번. 내 자리로 가서 봉투를 자리에 놓고, 안에 생리대를 꺼내서 화장실을 간다. 

(옆에 남자동료에게 보이는 건 어쩔 수 없다.) 

2번. 내 자리에 가서 생리대를 가방 안에서 꼼지락거리며

화장품 파우치 안으로 생리대를 옮겨 화장실을 간다. 

3번. 다른 문으로 들어갈 시 화장실에 먼저 간 뒤 내 자리로 갈 수 있다. 화장실로 바로 들린다.

나는 결국 3번을 택해, 화장실에 들렀다가 자리로 돌아갔다. 그러면서 생각한다. ‘왜 아직도 이런 고민을 해야 하나? 생리대는 꼭 숨겨야만 하는 물건일까’



대학시절, 술자리에서 갑자기 편의점을 갔다 온 여자 동기의 일화가 생각난다. 옆에 앉은 남자 동기는 그녀에게 관심이 있는 상태였는데, 그녀가 들고 온 검정봉투를 보며 ‘맛있는 거 사 왔냐 혼자 먹냐’라고 계속 장난을 치듯 물었다. 그녀는 ‘알 것 없다.’ 고 응수했고 나는 뭘 사 왔는지 알 것 같아서 다른 화제로 이야기를 돌렸으나 남자 동기는 말 걸거리라고 생각했는지 계속 물었다. 결국 봉투가 보이는 사태가 일어났고, 여자 동기는 ‘여성용품이야 여성용품! 생리대 밝히니까 좋냐?’라고 말했다. 그때의 그 남자애의 미안해하는 붉어진 귀와, ‘에이 매너 없다~’라고 놀리던 동기들과, 이상 미묘했던 기류를 잊을 수가 없다. 



나 또한, 급하게 생리를 하게 되어서 파우치를 챙겨 오지 않았을 때 자책하게 된다. 왜 생리 N년차이면서 아직도 파우치를 챙기지 않는가.라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그건 번거로운 일이다. 내 가방 속에는 매일 출퇴근길 읽는 한 권의 책, 화장용 파우치, 펜 등 잡다한 물건이 들어있는데 여기에 생리대 파우치까지 챙기면 짐이 꽤 되기 때문이다. 이런 스스로의 변명을 생각하다가도 ‘아니 생리대가 꼭 이렇게 파우치에 꽁꽁 숨겨가야 되는 물건인가?’라는 괜한 반발심이 드는 것이다. 그렇다고 아직까지 남자 직원들도 있는 회사에서 생리대를 자랑스레 들고 화장실까지 갈 용기도 생기지 않는다.



생리대를 숨기는 건 ‘사회적인 매너’ 일까? 나에게 만약에 딸이 생겼고, 그 아이가 생리를 하게 되어 ‘엄마 생리대를 꼭 파우치에 넣어가야 해?’라고 물어보면 뭐라고 말을 할까? ‘생리’는 여성으로서 자연스러운 몸의 현상인다. 몸에 여드름이 난 것을 화장으로는 숨겨도 굳이 언급을 부끄러워하지는 않듯 자랑은 아니라도 생리는 충분히 말할 수 있는것이다. 글을 쓰며 혼자 답변을 고민 하다가 ‘네가 생리하는 걸 부끄러워하거나 숨길 필요는 없지만, 굳이 타인에게 알리고 싶지 않다면 파우치에 담아서 다녀도 좋아.’라고 말해보겠다. 정도로 생각을 정리했다. 그렇지만 좀 더 좋은 답변을 하고 싶은 마음이 든다.



다행히도 나는 생리기간 극심한 생리통이나, 다른 통증이 없다. 평소보다 약간 피곤함을 느낄 뿐이다. 생리로 인한 극심한 몸의 통증을 호소하는 많은 주변 여성들은 생리 때문이라는 것을 말하기를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았다. 생리휴가를 썼다는 사람도 본 적이 없다. 생리휴가는 무급/유급 사업장에 따라 다르지만 근로기준법에 적용된 기본적인 권리이다. 생리에 대해서 좀 더 편하게 말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나부터 인식을 바꿔야지 생리대 또한 그냥 생필품인데 그렇게 부끄러워할 필요가 없었던 것 같다. 앞으로 좀 더 자연스럽게 생리대를 사용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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