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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지은 Sep 22. 2021

넷플릭스『오징어 게임_아쉬움에도 끝까지 보게한 점

기대만큼 좋지는 않았지만 끝까지는 보게 만들었다.


추석 연휴를 맞아 오징어 게임을 전부 다 봤다.

화려한 출연진들과, 엄청나게 때려대는 광고 때문에 내용을 기대하고 있었다.

이태원에 만들어놨다는 역 전체를 사용한 옥외광고는 궁금해서 가보고 싶었다.



하지만 전부 다 봤을 때 궁금증을 불러일으키기는 하지만 예상만큼 수작은 아니었다.

느끼던 바를 솔직히 리뷰로 적어본다.

*주의 : 스포가 다소 포함되어 있습니다.



전통 게임을 가져왔다지만, 유사한 작품이 많았다.


많은 리뷰에서도 나왔는데 <신이 말하는 대로>와, <도박 묵시록 카이지> 와 유사했다.

나는 두 작품 모두 만화 원작을 보았다.

감독은 2008년부터 구상했어서 표절이 아니라고 하는데 (다른 두 작품보다 먼저)

구상했다는 점 만으로, 논란을 피해 갈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우선 <신이 말하는 대로>에서 맨 처음에 하는 게임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가 

<오징어 게임>에서도 나온다.


움직였을 때 소름 끼치게 생긴 전통 인형(다루마) 사람을 죽인다.라는 설정이 매우 유사하다.

나는 신이 말하는 대로 원작 만화를 보고 매우 충격을 받았는데, 게임 자체는 똑같다.

우리나라에서 이렇게 폭력적인 방식이 넷플릭스로 방영된다는 것은 이례적일 수는 있겠다.



그리고 <오징어 게임>은 우리 전통의 놀이를 따라서 아래와 같은 순서로 진행된다.


1.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2. 달고 나 모양 만들기

3. 줄다리기

4. 구슬치기

5. 징검다리 게임

6. 오징어 게임


나머지 게임의 경우 한국 놀이의 정통성을 잘 따라가고 있다고 보인다.

특히 달고나 모양 만들기의 경우 독특했다는 생각이 든다. 침을 묻혀 탈출하는 기지를 발휘하는 주인공이나,

라이터로 얍삽한 수를 쓰는 한미녀나 캐릭터성을 살린 게임이었다.


또한 줄다리기에서 줄다리기를 잘 할 수 있는 방법을 말해준 노인의 지혜를 통해

여성과 노인이 많이 포함된 팀이 이긴 것도 재미있었다.

또한 구슬치기에서는 노인(일남)과 서로 ‘깐부’(친구)가 되며 우애를 나누는 장면도 감동적이었다.



아쉬웠던 게임과, 유사했던 게임이 보이는 것은 <징검다리 게임>이었다.

징검다리 게임은 유리와 방탄유리로 두 가지 길이 있는데 선택하여 건너가는 게임이었다.

두 가지 중 한 가지를 선택해야 하는 운에 맡긴 아슬아슬함을 강조했다.

또 하나는 시간이 닳기 때문에 앞에 가는 사람을 뒤에 가는 사람이 재촉하며, 

서로 신경전이 벌어진다는 점이 특징이었다.




<도박 묵시록 카이지>에서도 유사한 게임이 나오는데 ‘인간 경마’ ‘철골 건너기’이다.

앞에 가는 사람을 뒤에 가는 사람이 밀 수도 있고, VIP들이 이를 관람한다. 정말 매우 유사한 설정이다.

유사한 설정보다 아쉬운 점은 나머지 게임들이 전통 게임의 방식을 가져왔다면

사실 징검다리 게임은 전통 게임인지도 잘 모르겠다는 점이다.

징검다리 건너기가 전통적인 느낌은 있기는 하지만.. 전통 게임과는 큰 연관성이 없어 보인다.



마지막의 오징어 게임도 오징어 게임이라는 전통 게임의 룰을 가져오기는 했지만,

결국에 치고받는 개싸움일 뿐이었다. 그냥 이름만 오징어 게임일 뿐 기훈과 상우는 서로 칼도 들고,

주먹도 휘두르며 싸울 뿐이다. 전통 게임을 그 이름만큼 잘 살리지 못한 게 아쉬웠다.

비 오는 날의 싸움은 <인정사정 볼 것 없다>를 떠올리게도 한다. 클리셰가 정말 많이 나온다.



이외에도 가면을 쓴 캐릭터들이, 달리 가면을 쓴 종이의 집과 유사해 보이기도 한다.

개인적인 아쉬움으로 전통이라는 소재를 가지고 갈 거였다면 VIP들도, 전통적인 ‘하회탈’이라든지..

이런 걸 씌우는 건 어땠을까?


VIP들은 외국인에, 오징어 게임 스태프들은 세모 네모 탈을 쓰니.

어차피 콘셉트가 전통을 중점으로 간다면 기존의 전통 탈과 전통 한복,

문양들에서도 충분히 괴기스럽고 기묘한 소재는 뽑아낼 수 있었을 거라는 생각이 든다.




허무하게 낭비된 캐릭터들



형을 엄청나게 쫓던 경찰 동생 준호는 마지막의 형의 존재를 마주하고 죽게 된다.

그전에는 이 열혈 경찰이 정말 지나친 열정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했다.

처음 잠입할 때부터, 스태프들을 무자비하게 죽이며 활약한다.

하지만 마지막에는 형의 존재를 밝히는 것 외에는 별다른 활약 없이 죽는다.

캐릭터가 너무 소모되었다고 느껴져서 아쉬웠다.



이는 장기밀매를 하고 있던 의사. (싸움으로 인해 허무하게 죽는다.)

캐릭터도 뭔가 장기밀매를 한다는 징그러움과 인간의 돈에 대한 집착을 보여주는 것 외에

큰 역할을 하지 못했다. 너무 허무하게 죽는다.


제일 허무하게 죽은 것은 ‘새벽’이다. 구슬치기를 하며 다른 여자 캐릭터와 우정도 보여주고,

패싸움에서도 밀리지 않으며 자신을 잘 방어한다.


‘탈북자’라는 설정을 가지고 가족과 함께 행복하게 살겠다는 꿈이 있다.

하지만 ‘새벽’이는 징검다리 게임을 잘 통과한 후,

갑자기 부서진 징검다리 때문에, 유리에 맞아서 밤새 아파한다. (이게 무슨 파상풍스러운 결말인가)


그러다가 기훈이 의사를 부르러 간 사이에 상우에 손에 죽는다.

마지막까지 게임을 잘 해놓고 갑자기 유리를 부수는 (그 장면에 맞추어 슬로 모션으로 장면이 움직인다)

짓을 하는 것도 어처구니가 없고, 그 뒤에 허무한 죽음도 아쉽다.

중요한 캐릭터였는데 두 사람의 게임을 위해 이용하기 위해서만 사용된다.

결국 새벽이라는 캐릭터는 죽음 외에 큰 역할을 하지 못했다.





아쉬운 결말



기훈은, 게임에 이겼지만 돈을 하나도 쓰지 않고 폐인이 된다.

그러다가 갑자기 미용실에서 충동적으로 빨간 머리를 한다. 이정재의 빨간색 가발..

너무 안 어울리고 이상하다. 빨간색으로 갑자기 염색을 하는 것도 웃긴데..

머리가 너무 가발티가 나서 몰입이 안 되었다.


결말에서는 사실 게임의 설계자는 노인(일남)이었고, 노인은 돈은 벌 만큼 벌었고,

유흥거리가 없어서 무료해서 게임을 설계하고 들어가서 진행해 봤다고 한다.


때문에 앞의 ‘깐부’ (구슬치기 편)에서 줬던 진정한 우정과도 같았던 감동은 모두 무너져 버렸다.

사실 우정은 줄 알았던 사이가, 할아버지의 장난질이었던 것이다.

중간에 노숙자를 구하는 씬을 넣어 사람에 대한 희망을 표현하기는 했지만,

그래도 우정을 나눈 사람이 설계자라니 너무 가혹한 결말이었다.

나는 이게 반전만을 위한 반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끝까지 보게 만든 점


배우들이 연기를 정말 잘한다. 연기를 잘 해서 눈에 띄었던 캐릭터는 미녀와, 노인(일남) 이었다.

한미녀도 마지막에 논개 캐릭터로 생을 마감하는데,

아주머니의 캐릭터 소화력이 좋아서 기억하고 싶은 배우였다.

노인도 정말 정정하게 느껴지지 않아서 아주 연기를 잘 한 것 같았다.



그리고 정말 세트장이 화려하다. 알록달록한 색상도 그렇고

동심을 자극하는 놀이터 세트장도 그렇고 세트장 하나는 정말 기갈나게 잘 만들었다.



전체적으로 아쉬웠던 점은 아래 세 가지였다.


1. 유사한 작품이 너무 많게 느껴졌고

2. 쓸데없이 낭비되는 캐릭터들

3. 아쉬운 결말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래의 점들은 좋았다.


1. 연기 잘하는 배우들

2. 화려한 세트와, 기존에 없던 한국형 데스 게임

3. 잘 끊어서 뒤 내용이 궁금하게 한다.


결국 끝까지 보게 했으니, 성공이라고도 할 수 있으려나?

내가 항상 넷플릭스 오리지널을 보며 느끼는 점은 뭔가.. 

정말 예쁘고 소재도 독특한데 '뮤직비디오' 같다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이건 아무래도 스토리의 개연성이나, 말하고자 하는 바가 무엇인지 명확지 않아서 그런 것 같다.

아무래도 사람들이 좋아하는 요소들을 많이 넣어 만든 것이기 때문에

그럴 수밖에 없을지도 모른다.


기대만큼 뛰어나지는 않았으나, 끝까지 보게 하는 매력이 있었던 오징어 게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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