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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지은 Sep 26. 2021

퍼즐 : 매일이 퍼즐 같다

하루하루 꿰매나가는 것,살아나가는 것이 거대한퍼즐 같다.


퍼즐 : 매일이 퍼즐 같다.


오랜만에 친정집에 오니 비밀번호가 떠오르지 않았다. 삑삑삑-. 세 번 만에 키패드를 풀었다. 문이 열리는 소리와 함께, 내 머릿속엔 스페이스 카우보이의 Turning Point가 울려 퍼진다. 사실 이 곡은 대탈출 BGM이다. 문을 여는 그 순간 대탈출의 한 장면이 떠올랐다. 이 정도면 중독이다.



나는 퍼즐이 나오는 프로그램을 좋아한다. 내가 퍼즐을 푸는 것 자체보다. 퍼즐이 나오는 프로그램을 좋아한다. 때문에 좋아하는 프로그램은 대탈출이고 좋아하는 PD도 정종연 PD이다. 정종연 피디의 지니어스, 소사이어티 게임, 대탈출, 여고 추리반은 정말 애정 하는 프로그램들이다.



빠져있는 만큼 왜 좋아하는지 생각해보았다. 예전에는 단순한 프로그램을 좋아했다. 무한도전처럼 웃고 떠드는 프로그램을 즐거워했다. 라디오스타처럼 말장난을 하는 예능도 재밌어한다. 하지만 퍼즐을 풀어나가는 프로그램은 그만의 묘미가 있다. 



대탈출을 예로 들면, 교도소를 탈출하거나. 악령 감옥을 탈출하는 에피소드가 나온다. 실제로 그런 일은 인생에서 일어나지는 않는다. 하지만 회사에서 보고 시간에 발표를 기다리는 순간, 곤란한 질문에 대답해야 하는 순간 등은 부지기수로 일어난다. 매일 위기가 발생하고 이를 헤쳐나가는 것은 삶에서도 발생하는 ‘탈출’의 순간이다. 여타의 토크쇼형 예능에서는 나오지 않는 순간들이다.



현재 30대.. 뭐 많은 나이는 아니지만, 여러 가지 경험을 하면서, 삶은 달콤하지만 않다는 것을 잘 알게 되었다. 생각했던 계획대로 일이 안 풀리기도 하고, 미로처럼 막다른 공간을 만나기도 한다. 수많은 빌런들은 눈앞에 나타난다. 그려왔던 청사진은 점차 멀어져 간다. 게다가 성격상 실질적 불안감에 막연한 불안감도 골고루 느낀다. 이런 거친 파도 같은 삶에서, 퍼즐형 예능은 그런 하루하루와 닮아있다는 공감이 들었다. 



게다가, 퍼즐을 푸는 캐릭터들은 너무 멋지다. 예전에는 더지니어스의 홍진호와, 장동민을 매우 좋아했다. 머리가 비상해서 퀴즈를 푸는 홍진호 같은 인물을 보면 감탄스럽다. 또한 장동민처럼 리더십과 카리스마로 팀워크를 잘 이끌어내는 사람도 멋지다. 반면 대탈출의 캐릭터들은 귀엽고 매력적이다. 신동과 유병재처럼 두뇌형 캐릭터도 있지만, 맏형 강호동의 든든함, 잘 발견하는 김발견 김종민, 유머러스와 부력 강자를 맡은 김동현, 귀여운 보 필러 피오 모두 매력적이다. 대탈출 게시판에서는 서로 누가 잘했네 못했네를 가지고 싸우기도 하지만, 멤버들 간의 팀워크가 잘 발휘되어  퀴즈를 풀고 탈출할 때면 짜릿함을 느낀다. 나의 경우 룰 브레이킹을 할 만큼의 대범함도, 비상한 두뇌도 없다. 내가 저 프로그램 안에 들어가 있다면 열심히 보필하는 보 필러이자, 문제 상황에 대해서 계획을 세우는 쪽에 가깝다. 때문에 내게 없는 능력의 게이머들을 동경하는 것 같다. 



대탈출의 참가자들은 몇 시간씩 같은 곳에 있다. 그리고 독특한 세계관 속에서 세계관을 이해하고 문제를 풀어나가야 하기도 한다. 나라면 패닉에 빠질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포기하지 않고 게임을 해나가는 그들을 볼 때 감동을 느낀다. 합심하여 무언가를 이뤄낼 때 감탄한다. 완벽하지 않아도 긍정적이고 포기하지 않는 이들을 보며 희망과 용기를 얻는다.



하루하루 꿰매 나가는 것, 살아나가는 것이 거대한 퍼즐 같다. 나는 아직도 아침에 일어날 때 너무 힘이 든다. 하지만 이 퍼즐 조각을 맞추어야 다음 단계로 나갈 수 있다. 인생이 하나의 게임이라고 생각하고 가끔 이곳에서 미션을 수행한다는 상상을 한다. 



회의시간 보고실의 문을 나서면서 혼자 마음속으로 ‘CLEAR’를 외친다. 친정집의 키패드를 열고서 혼자 대탈출을 속으로 외친다. 그럼에도 매일 시시각각 새로운 미션이 닥쳐온다. 비상하지는 않더라도 오기와 끈기로 해결할 수도 있는 여러 퍼즐이 있다. 대탈출로 한주를 시작하면서, 나도 내일의 퍼즐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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